설악산에는 <메이플하우스>라는 펜션이 있었다
91년쯤, 설렘과 떨림으로 Y와 처음 갔었고, 눈쌓인 설악산을 오르다
해가 일찍 지는 바람에 비룡폭포에서 돌아왔었다
추위에 떨고 있는 젊은 연인들에게 스텐컵에 커피를 나눠준 아저씨가 생각난다
우리가 나눈 사랑의 밀어는 그날밤 켜켜이 쌓여갔다
두번째는 L과 갔었다
처음보다 익숙해서 내가 능숙하게 리드 했었다
L은 너무 좋아라 했고 그때도 사랑의 밀어를 나누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똑같은 얘기를 반복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Y에게 했던 말들을 똑같이...
그걸 느끼는 순간 나는 더이상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지 않았다
아마 수십만년 전부터 연인들은 설악산에 그들의 얘기를 쌓아 놓았을 것이었다
세번째는 H와 갔었다
나는 그녀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사랑의 언약도, 달콤한 밀어도
속삭이지 않았다
다 부질없음을 깨달았기에...
문득 나이가 들어 검색해보니 설악산에 <메이플하우스>란 펜션은 없었다
폐업한 것이리라
그렇게 내 아름다웠던 추억도 사라져버렸다
-세월은 나에게 가끔 묻는다
사랑은 그후 어떻게 되었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