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인생 처음으로 구매했던 집을
올해 초에 내놨었는데
팔릴 듯 말 듯 하며 시간이 지나오다
이번달 초에 매입자가 나타나
드디어 다음주에 서명하러 가네요ㅎ
2014년 9월 ~ 2018년 12월 까지
4년을 조금 넘게 살았어요
항상 복작복작한 시내에서만 살다보니
바다가 있고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살아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선택한 도시가
이탈리아 동쪽끝 국경도시 TRIESTE (트리에스테)
회사가 밀라노에 있다보니
월욜 새벽 4시에 출근해 업무요일은 밀라노에서 보내고
한 주의 업무가 끝나는 목요일이 되면 트리에스테로 돌아오곤 했죠
운전만 편도 4시간 30분...
이 짓을 4년 넘게 했다는게ㄷㄷ
집 근처에 도착해 주차하고 나면
집까지 올라가는 계단이 있고
이 계단을 올라가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당에서 놀던 꼬맹이들이 요렇게 반겨줬어요
애들이랑 공놀이 좀 해주다
집에 들어가면 요랬어요
현관 입구
옷 갈아입구 바로 샤워실 가서 샤워샤워
샤워하고 나면 술이든 밥이든 같이하기 위한
안주나 반찬을 준비해요
다 준비가 되면 혼자 먹는게 낯설어
서재에 가서 가생이를 하거나 게임을 하며
챱챱챱
조용한 걸 싫어하니
음악도 틀어줘야 겠죠
주로 컴을 통해 들으나
가끔은 LP 소리가 듣고싶어
벼룩시장에서 6만원 정도 주고 구매했었던 요놈을
참 잘 사용했던 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예전에 신발 샀다 자랑하기 위해
서재에서 사진찍어 올렸었네요ㅋㅋ
다 먹고나면 할 일 하다 쿨쿨
다음날 햇살을 맞으며 눈을 뜹니다
그리고 테라스에 나가
나 없는 동안 동네가 변한게 없는지 둘러보며
담배 한까치 냠냠
마당에 나가 꼬맹이들 밥주고
며칠 방치해놨던 마당을 청소합니다
청소하면서 포도나무에서 떨어지는 포도알과 무수한 가지들을
일일히 수작업을 통해 치우며 궁시렁 되다
고개를 올려 "올해는 포도가 얼마나 열렸나" 살펴봅니다
올해도 레드와인을 10병 이상은 만들겠구나
생각하다
공을 물고온 아이들과 같이 공놀이를 합니다
그러다 애들이 더워 힘들어하면
시원한 물도 뿌려주구여
시원함을 느끼는 울 둘째의 표정 보이시나요?ㅋㅋ
그리고 집에 들어와
커피도 마시고 가생이도 하다
작은방 한쪽에 방치되어 있는 피아노를 봅니다
벼룩시장에서 싼 값에 샀다 좋아하다
친구들과 집까지 옮기다 허리 부서지는 줄 알았던 괴물같은 놈
(위에 집 올라가는 계단 보셨죠? 사진보다 훨씬 계단 많아요ㄷㄷ)
집 안에 들여놨을 때 그 뿌듯함은 아직도 잊지 못 하겠네요ㅎ
하지만
자주 칠 줄 알고 샀지만
기억으로는 열 번도 안 쳐봤던 것 같아요... 안녕~ 피아노야ㅠㅠ
낮이되면 백팩 메고 스케이트보드 들고
집 근처의 바닷가로 갑니다
바닷가길 따라 보드도 타고
사람들도 구경하고
동네친구들 불러내 점심도 먹고 맥주도 마시고
헤어져 집에 가는 길에 슈퍼들러
술과 먹을 것들 사서 백팩에 넣고
오르막길을 끙끙 거리며 보드타고 집에 가던
이 모든 기억들이 아련하네요~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ㅋ
우리집은 특히 봄이 예뻤어요
덕분에 주말만 되면
동네 슬라브족 친구들이 술마시러 많이 왔었어요
시끄럽다고 옆집 할머니에게 꾸중 듣다
어느새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마시기도 하고ㅋㅋ
화장실에서 보는 풍경도 나름 운치 있었어요
휴.......
막상 이제 더 이상 내집이 아니라 생각하니
미련이 남았나봐여
오랫동안 안 팔리던 집을 드디어 팔게 되었는데도
기쁘지 않고 쓸쓸하네요
술 한잔 해야겠어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