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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6-10 10:29
[야구는 구라다] 오류와 결핍이 준 선물
 글쓴이 : 러키가이
조회 : 524  


[야구는 구라다] 오류와 결핍이 준 선물


마이크 보젤로(Mike Borzello)라는 인물이 있다.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정에서 성장했다. 아버지 매트에게는 절친이 있었다. 형제보다 끈끈했다. 조 토리라는 야구 선수였다. 친구 아들인 마이크의 대부(god father)이기도 했다.

미국이라고 별다르겠나. 인생은 역시 인맥이다. 보젤로 집안은 어려웠다. 반면 조 토리는 성공한 야구 선수였다. 은퇴한 뒤에도 승승장구했다. 해설자로, 감독으로 부르는 데가 많았다. 그럴수록 절친의 아들을 살뜰하게 챙겼다.

애틀랜타에서였다. 토리가 브레이브스 감독으로 부임했다. 12살짜리 대자(godson)는 그 곳 배트 보이가 됐다. 그러나 잠시 뿐이었다. 얼마후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다. 거기서 야구와 끈을 이어갔다. 고교, 대학 시절 선수로 뛰었다. 실력은 별로였다. 드래프트와 거리가 멀었다. 마이너리그에서 3년을 굴렀다. 싱글 A가 기껏이었다.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다. 방출 통보를 받았다. 겨우 25살에 백수가 됐다. 그 때였다.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대부였다. “이력서 들고, 뉴욕으로 오너라.” 토리는 당시 양키스 감독이었다. 구단 프런트에 자리 하나를 빼줬다. 배팅볼 투수였다. 돈 매팅리, 웨이드 보그스, 세실 필더 같은 위대한 타자들이 훈련 상대였다.

양키스 배팅볼 투수 시절. 가운데가 보젤로, 왼쪽이 웨이드 보그스다.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세기의 공, 리베라 커터의 탄생

그게 끝이었으면 보젤로라는 이름은 야구 역사에 남지 못했다. 또 하나의 보직이 있었다. 바로 불펜 포수였다.

1997년 무렵이다. 디트로이트 원정 때였다. 일상적인 업무 중이었다. 타이거 스타디움에서 공을 받아주고 있었다. 그러던 중 투수 한 명이 불평을 터트렸다.

“이봐 마이크, 이거 공이 좀 이상해. 다른 걸로 바꿔줘.”

“???”

새로운 공을 건넸다. 마찬가지였다. 이젠 불평을 넘어섰다. 투수는 걱정스러운 얼굴이 됐다. “이게 자꾸 왜 이러지? 내 마음대로 안 돼. 공이 자꾸 빠져나가. 스트라이크를 못 던지겠어.”

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몇 차례 체크해봐도 똑같았다. 투수는 제대로 던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끝에 가면 밖으로 꺾여버렸다. 보통 심각한 게 아니었다. “뭐가 문제인 지 모르겠어. 이걸 어떻게 고치지?”

그 때였다. 보젤로가 한마디했다. “이거 어디서 배운 거야? 기가 막힌 공인데?”

난감했던 투수는 28살의 마리아노 리베라였다. 그때만해도 98마일짜리 직구에 슬라이더가 전부였다. 8회 셋업맨에서 9회 마무리로 승진 발령된 지 얼마 안되던 시기였다.

불펜 포수의 얘기는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었다. “그래 맞아. 플레이트 위로만 통과시키면 되잖아.”

한 시대를 풍미한 리베라의 시그니처, 커터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리베라가 미네소타에서 받은 선물. 부러트린 배트로 만든 의자가 기념품이었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허샤이저의 극찬 … ‘월드 클래스’ 커터의 등장

어쩌면 커리어의 전환점이 된 경기다. 작년 8월 15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이다.

(사타구니) 부상 복귀전이다. 석달 만의 실전이었다. 전날 밤에는 야시엘 푸이그가 환영 전야제를 열어줬다. 화끈한 벤치 클리어링으로 분위기를 한껏 띄워놨다. 긴장감과 압박감…. 그 부담감이야, 두 말하면 숨 가쁘다.

1회부터 2루타를 맞았다. 그리고 타석에는 에반 롱고리아였다. 이전 등판(4월)에 홈런을 맞았던 타자다.

카운트가 타자 편이었다. 2-1에서 4구째였다. 가장 멀고 낮은 쪽으로 섬광 하나가 번쩍였다. 겨우 86마일짜리였다. 하지만 감히 롱고리아가 범접할 수 없는 공이었다. 구심의 손이 번쩍 올라갔다. 중계석에서는 감탄사가 터졌다. “엄청나네요(exceptional). 월드 클래스예요. 타자의 카운트에서 저 구석으로 찔러 넣을 수 있다는 게 정말로 대단하군요.”

‘허’ 위원, 오렐 허샤이저가 감탄한 그 공은 커터였다. 타자의 손이 닿을 수 없는 코스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갑자기 존으로 꺾여 들어온다. 뒷문(백도어)을 열어젖히는 공이었다.

롱고리아는 결국 우익수 플라이로 지워졌다. 그리고 복귀전은 6이닝 무실점, 승리투수로 해피엔딩이었다. 복학생은 이후 안정적인 로테이션을 돌게 됐다. 올해까지도 계속 그런 페이스가 유지된다. 그 전환점이 된 중요한 장면이다.

   허샤이저가 월드 클래스라고 극찬했던 커터의 모습.       mlb.tv 화면


“그 커터가 두려웠다. 대응이 불가능했다”

로버트 반 스코요크라는 인물이 있다. 지금은 다저스의 타격 코치 중 한 명이다. 그런데 작년에는 애리조나 D백스에서 일했다. 타격 전략 담당이라는 직책이었다.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우리(D백스)는 그 커터가 두려웠다. 흘러나가서 범타를 유도하는 공이 아니었다. 백도어로 던지기 때문에 예측이 어려웠다. 그렇게 어려운 곳으로 정확하게 공격하면 사실상 대응은 불가능했다.”

도대체 그가 언제 저런 투수가 됐을까. 이 질문에는 다양한 대답이 존재한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 커터 덕이라는 점이다. 그걸로 많은 부분이 설명된다.

류덕스의 본래 장점은 바깥쪽 낮은 존이다. 커터 이후로 그게 더 강력해졌다. 기존의 포심과 체인지업에 무기 하나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반면 약점은 (우타자) 몸쪽이었다. 그런데 커터로 인해 보완책이 생겼다. 파울이나 땅볼을 유도할 수 있게 되면서다. 게다가 좌타자에게는 먼쪽으로 빠져나가는 성질이다. 슬라이더와 비슷한 효과를 발휘한다. 투구판의 1루쪽 끝을 활용한다는 점도 휘어짐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결론을 요약하면 이렇다. 던질 게 하나 더 늘었다. 그건 어느 정도 효과일까. 20~30% 정도 더 강해진 것인가. 아니다. 그 이상의 의미다. 강력한 추가 구종이 탄생은 다른 차원을 뜻한다. 보통의 선발 투수에서, 리그 톱 클래스를 논할 정도가 됐다는 얘기다. 그야말로 레벨이 달라진 문제다.


보젤로가 발견한 두번째 커터

다시 보젤로 얘기로 돌아가자. 그는 양키스에서 반지 4개를 얻었다. 그리고 뉴욕을 떠났다. 행선지는 LA였다. 대부(조 토리)가 다저스에 부임했기 때문이다.

거기서 고민이 많은 선수 한 명을 만났다. 포수로 입단했는데 별로였다. 몸이 너무 커서 수비가 안됐다. 타격도 형편 없었다. 다른 포지션은 갈 데가 없었다. 믿을 거라곤 어깨 하나였다. 앉아서도 2루까지 총알을 쐈다.

결국 선택은 하나 밖에 없었다. 투수 전향이었다. 마침 훈련 파트너가 보젤로였다. 몇 개의 공이 오고갔다. 힘은 좋은데, 질서가 없었다. 어지러운 공들이 날아다녔다. 와중에 매의 눈이 캐치한 게 있었다.

“어? 너 이 공 어디서 배웠니?”

“네? 그냥 던지는 건데요.”

“그것 참. 묘하네. 마리아노 (리베라) 공이랑 아주 비슷한데.”

어리둥절한 선수의 이름은 켄리 잰슨이다. 그는 리베라처럼 타고난 커터볼러였던 것이다. 보젤로는 그에게 몇가지를 알려줬다. 리베라가 그 공을 활용하는 법. 그리고 아주 사소한 루틴까지 그대로 복/붙해줬다.

커터의 능력치는 극대화됐다. 잰슨은 그 해 마이너리그를 평정했다. 이듬해인 2010년 메이저리그로 콜업됐다.

(** 조 토리는 2010년 다저스 감독을 사임했다. 보젤로도 그 때 LA를 떴다. 이듬해 시카고 컵스에 자리를 얻었다. 불펜 포수가 아닌 캐칭 코치로 승격됐다. 그리고 2016년 자신의 5번째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얻었다.)

신의 선물, 결핍의 선물

물론 리베라가 처음은 아니다. 커터는 예전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데 탁월한 손 끝을 거치며 달라졌다. 강호를 벌벌 떨게 만드는 전설의 필살기가 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 시작은 ‘잘못 던졌다’는 오류에서 출발했다.

이후 계승자들 사정도 비슷하다. 다들 어려움과 곤란함을 겪는 와중이었다. 절실한 필요가 있었다. 그게 아니면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들 말이다.

허샤이저가 ‘월드 클래스’라고 칭찬한 공도 그렇다. 그 커터의 주인은 어깨를 한번 열었다. 팔꿈치에도 칼을 댔다. 게다가 나이는 30을 슬쩍 넘었다. 안 그래도 포심은 해마다 힘을 잃었다. 2014년 (평균) 91.5마일을 찍은 뒤로 1마일은 느려졌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뭔가가 필요했다.

리베라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자신의 커터를 ‘신이 준 선물’이라고 했다. 물론 그럴 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나 선택받지는 못한다.

누구나 오류에 빠진다. 모두가 결핍을 경험한다. 다만 그걸 이겨낸 자만이 선물의 자격을 얻을 뿐이다.




  • 역지사지3시간전

    잘읽었습니다...글이 커터처럼 살아있네요

  • 새빛사랑3시간전

    메이져리거들의 숨은이야기 발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주옥같은 스토리들이네요.

  • sheegun3시간전

    항상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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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키가이 19-06-10 10:29
   
https://sports.v.daum.net/v/aIYR4azoea

앜~~~~올리고 보니 ㅠ0ㅠ 야게;;;가 아닌 친게;;;여써;;; -0-

에라 모르게따;;; ㅌㅌㅌ
아이유짱 19-06-10 18:58
   
재밌네요. 정독했어요. 혹시 조미예기자 글인가용?
     
코리아ㅎ 19-06-10 20:05
   
보미왔니 19-06-10 22:46
   
축구는 좀 아는대~ 엎사이드 온사이드 공미 중미 수미
442 352
야구는 넘모 어렵다~~
헬로가생 19-06-11 01:32
   
야구는 동영상으로
moonshine3 19-06-11 02:23
   
어쨋든 핸진이는 투구폼이 여타 투수들 보다 아름다워요.
자기체중을 적절히 이용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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