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을 끝내고 아무도 없는 방에 들어오니 괜히 센치해져서 신세한탄(?)해봅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몇 년 전 시험을 봐서 현재는 공무원으로 근무중입니다.
연봉이 대폭 삭감됐고 직급도 많이 낮아졌지만 스스로 결정한 일이고
(부처별, 업무내용에 따라 비슷한 곳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사기업보다는 업무강도가 덜하기에
아쉬움은 있어도 불만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 공직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나니 그동안 안보이던 것들이 보이네요.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왜 공무원들이 관료적이며 복지부동할 수밖에 없는지 이해가 갑니다.
예전만한 사명감이 없다고해도 그래도 임용초기에는 다들 열심히 일하고 조금이라도 빨리
업무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하고 민원인 응대에도 적극적입니다.
하지만 열심히 일하면 할수록 업무가 가중되는 반면, 업무태만으로 지적되지 않을 정도로만
일하는 직원은 그만큼 쉽게, 적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끼게 되죠.
사실 이런 건 그래도 참을 수 있지만, 문제는 열심히 일하면 할수록 감사지적을 당할 확률이
커진다는데 있습니다.
사람인이상 조금도 실수없이, 항상 완벽하게 업무를 처리한다고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인데
열심히 할수록 처리할 업무량이 늘어나고 심지어는 관리자의 압력(?)으로 태만한 직원의
뒷치닥거리까지 해야하니(내 업무 처리하기도 바쁜데!!) 실수할 확률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만큼 감사지적의 위험에 노출되지요.
이런 일을 겪다보면 내가 왜 열심히...라는 회의감이 들고 서서히 보수적으로 변해갑니다.
어느 조직이든 무임승차하는 구성원이 있기 마련이지만 공무원이란 조직은 한 번 임용되면
왠만해선 해임되지 않다보니 사기업에 비하면 이런 문제가 더한 거 같습니다.
다음 달이면 전근무지가 정기감사를 받는데 예전 동료가 연락하면 반가움보단
가슴이 철렁할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