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앞에 달빛과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에 물든
밤바다가 출렁이고 있는 어느 야외 bar에 앉았다.
테이블 중앙에 놓인 촛불의 불빛이 맞은편에 앉은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더욱 눈부시게 만든다.
지금까지 이런 여자는 없었다. 이것은 여자인가? 천사인가?
지금 흔들리고 있는 것은 촛불인가? 내 눈동자인가?
2년 전 고개를 숙인채 수줍은 미소를 짓던 예쁜 여학생이
지금은 완연히 성숙한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내 앞에 앉아 있다.
내가 와인을 주문하니 자기도 와인을 마시겠단다.
그래....2년만에 우연히 만났고 언제 또 다시 만날지도 모르는데
오늘같은 밤엔 우리 둘이 와인 한 잔쯤 괜찮잖아?
참 오랜만에 본다는 나의 말에 그녀가 뜻밖의 말을 한다.
자긴 날 가끔씩 봤다며 수줍게 웃는다.
어?????? 그게 무슨 말이야?
2년 전 그날 밤
한국인을 만난 것도, 한국인 남자를 만난 것도,
그리고 남자로부터 화장품 선물을 받은 것도 처음이었고
아빠 차 안에 앉아 있을 때 밖에서 아빠랑 얘기하는
나를 처음보고 태국에 놀러 온 한국 연예인인줄 알고 놀랐고
아빠의 오라는 손짓에 차 밖으로 나와 가까이 가서 보니
피부가 너무 희고 덩치와 근육이 너무 커서 또 한 번 놀랐단다.
(*친게 삼촌들 짱돌 잡는 모습이 보이는데...가감없이 들은대로
사실대로 적는 것이니 돌맹이 던지기 없긔~ㅋㅋ)
여튼 그녀에게 2년전 그날 밤은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내가 준 화장품들을 쓸 때마다 내 생각이 났다는 말도 덧붙힌다.
아....그 때 준 화장품이 '신의 한 수'였군.
그렇게 나와 첫 대면을 한 그날 밤을 자긴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고
그 날 이후 가끔 우리 스파 근처에 와서 먼 발치에서 날 보곤 했었다는
말을 하곤 쑥스러운지 급히 와인잔으로 얼굴을 가린다.
듣고 있자니 간지럽기도 하고
이런 낭만적인 분위기를 항상 어색하게
느끼는 성격인지라 분위기도 바꿀겸 자리를 옮기자고 제안했다.
"우리 자리 옮길까?"
"어디로요?"
"어디 가고 싶어?"
"옵하 가고 싶은데 아무데나..."
"그래? 그럼 가자"
"네. 옵하~"
그렇게 bar를 나와 걷는데
갑자기 한쪽 팔에 그녀의 따스한 온기가 느껴진다.
그녀의 한 쪽 팔이 내 팔에 와 감기는 순간이다.
그 순간 내 팔에선 조용히 잠자고 있던 모든 신경이 깨어나
그녀의 따스한 온기와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려고 필사적으로
발버둥친다.
마침 바다로부터 시원하고 상쾌한 기분좋은 바람이 분다.
그녀의 달콤한 향기가 코 끝으로 전해지면서 정신이 아늑해진다.
지금 인도 위를 걷는 것인지 구름 위를 걷는 것인지...
목적지까지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지금 이대로......
영원처럼 아득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