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캅,
티켓값은 다행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재밌게 봤어요. 액션 부분에서는 꽤 괜찮더군요. 그리고 로보캅의 슈트를 열 때 가슴과 얼굴 손 하나만 남아있는 장면이 몇 번 나왔는데 그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가슴이 큼직하게 부풀어 오르면서 뛰는데 그게 좀 징그럽기도 했지만 말이죠.
다만 인간과 로봇 사이의 고뇌를 다뤘다고 하기에는 미진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로보캅이 위에서 내려온 강제적인 명령과 자신의 의지 사이에 충돌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명령한 대로 움직여야 하는 그런 기계가 되어버린 한 인간의 고통스러운 내면 세계나 비애 같은 것이 좀 더 자세하게 표현되었다면 참 좋았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로봇에 의해 치안이 유지되는 지역 주민들과 로봇들. 겉으로 보이기엔 평화로워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인간적인 감정을 배제한 채 매뉴얼대로만 이루어지는 그런 차가운 세계의 이야기도 좀 더 비중있게 다루었다면 인간과 기계 그 두 가지 명제가 보다 명확하고 확실하게 말하자면 영화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바를 뚜렷하게 나타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이 영화. 막판에 초를 쳤다고 해야 하나, 잘 보다가 정말 기분 잡쳤다고 해야 하나 진짜 뜬금없이 미국 만만세를 외치며 끝나더군요.
미국 할리웃 특히, 히어로 영화가 그런 부분이 좀 많다는 건 인지하고 있습니다만 대놓고 그런 소리 늘어놓으며 끝날 줄은 몰랐습니다.
영화 속 방송 MC가 말하는 대사였지만 상당히 의미심장했죠. 이것만 아니었어도 상당히 산뜻한 기분으로 나올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