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UFC 미들급 챔피언 앤더슨 실바(40,브라질)가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태권도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브라질태권도협회장 카를로스 페르난데스와 접촉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한 태권도 선수가 펄쩍 뛰었다.
브라질 국가대표 길례르미 세자리오 펠릭스는 지난 17일(한국시간) SNS 페이스북을 통해 "우스갯소리 그만 하자. 나와 대부분의 태권도 선수들은 실바가 올림픽 출전을 위해 노력한다는 소식에 몸서리를 친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물론 실바는 다른 선수들처럼 규정에 따라 국가대표 선발에 도전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실바의 행동을 진지하게 생각하는데, 난 농담 이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개인적인 마케팅의 일환으로 본다"는 펠릭스는 "그에 대한 반감은 전혀 없다. 하지만 이번 일은 우스꽝스럽다. 그가 정말 태권도에 도전하기 원한다면, 오도록 내비둬라. 위험한 모험이 될 것이다. 난 실바가 당황하지 않으려면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장난이나 게임도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띄웠다.
한 마디로 '태권도를 우습게 보지 마라'는 의미. 또한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면, 협회장을 통할 것이 아니라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하라'는 경고이기도 했다.
실바는 23일 협회장 페르난데스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펠릭스의 우려에 답했다. 올림픽 도전이 지나가는 농담이 아니었음을 분명히 했다. 내년 1월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서기 위해 진지하게 태권도 훈련에 집중할 것이며 헤비급(+80kg) 선수들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발표했다.
실바는 "태권도가 내게 준 것에 보답하고 싶다. 태권도를 통해 운동을 시작했고, 태권도가 내 인생을 바꿨다. 내가 항상 원하던 꿈이었다. UFC에서 활동하느라 도전할 수 없었다"며 "17살 때부터 태권도 경기만을 위한 훈련은 하지 않았다. 많은 역경이 있겠지만, 기꺼이 부딪치고 싶은 도전과제"라고 말했다.
펠릭스의 말을 의식해서인지 "난 (태권도 선수들과 경쟁하면서)당황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실바는 14살 때 태권도를 배웠다. 2010년 일본의 격투기매거진 '카미프로'와 인터뷰에서 "경찰 집안의 사촌 형이 내게 태권도를 소개했다. 도장에 지불할 돈은 없었지만, 관장이었던 마스터 강이 도장 청소를 대가로 관비를 면제해줬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태권도를 통해 종합격투기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발차기는 물론, 품성까지 갈고닦을 수 있었다고 자주 언급해왔다.
지난해 12월 브라질의 매거진 '트립'과 인터뷰에선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도장에는 많은 한국인과 백인들이 있었다. 아마 내가 유일한 흑인이었을 것이다. 난 도장을 청소하고 무료로 훈련을 받았다. 도장 내에서 인종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고생한 적이 없다. 좋은 대우를 받고 존중받았다. 도장에서 사귄 아이들은 지금까지도 정말 좋은 친구들로 남아있다. 스포츠 교육환경에서 다른 의견, 다른 인종, 다른 계층에 대해 차별없이 대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고 말했다.
실바는 2011년 2월 태권도 앞차기를 응용한 발차기로 비토 벨포트를 KO시켰다. 2012년에 브라질태권도협회로부터 태권도 5단을 받았고 명예홍보대사가 되기도 했다.
협회장 페르난데스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실바가 국가대표가 되는 데 어떠한 특혜도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규정은 지켜져야 한다. 협회에서 특별 대우할 일은 없다. 실바도 원치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선발전 출전의 걸림돌은 UFC 183 약물검사 양성반응이다. 네바다 주체육위원회에서 라이선스 박탈 및 벌금 등 징계를 내린다면, 올림픽 출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바는 지난 1월 UFC 183의 '경기기간 외 검사'와 '경기기간 중 검사'에서 모두 '경기력 향상을 위한 약물(PEDs)'이 검출됐다.
실바는 "주체육위원회에서 올림픽 출전을 막으려고 할 것인지는 모르겠다. 종합격투기와 다른 종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지시킨다면 그것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과정을 존중할 것이다. 청문회는 다시 연기됐다. 내가 요구한 것이 아닌, 변호사가 요구한 것이다. 여전히 난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 사람들은 왜 내게 말이 없냐고 궁금해하지만,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내 의사들과 변호사들이 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실바가 선발전에 나설 수 있을지 확실치 않지만, 올림픽을 목표로 태권도 국가대표를 준비한다는 사실만으로 브라질에서 태권도를 홍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협회장 페르난데스도 그것을 인정했다.
"브라질 내 마케팅 비용은 만만치 않다. 실바와 함께하는 것은 복권에 당첨된 것과 같다. 태권도에도, 실바에게도, 브라질에도 좋은 일"이라면서 "실바는 물과 같다. 어떤 것에도 적응한다. 여러분이 믿지 못한다면, 그것이 잘못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태권도는 지적이고 전략적 종목이고, 실바 역시 지적인 파이터"라며 그의 활약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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