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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닷컴ㅣ유재영 인턴기자] 기자 생활을 시작한 지 4개월째다. 밤낮 가리지 않고 현장과 사무실을 오가며 마감을 해야 하는 정신없는 생활을 보내고 있지만,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스포츠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은 분명 흥미롭다.
모 선수는 TV에서 본 것처럼 성실하고 친근한 태도로 호감을 준다. 반면 일부 선수는 평소에 느낀 이미지와 180도 다른 행동으로 실망을 안겨다 주기도 한다. 지난달 31일 서울 삼성동 한 행사장에서 만난
'피겨여왕' 김연아(23)는 분명 전자에 가까웠다. 언론사 입사 전 머릿속으로 생각한 그 모습 그대로였다고 해야 할까.
왜 그가 세계 최고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는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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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여왕 김연아가 지난달 31일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앞에서 진행된 주얼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 주최 팬 사인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문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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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주얼리 회사가 주최한 팬 사인회에 참석한 김연아. 취재를 위해 예정보다 2시간 빠른 오후 3시에 찾은 행사장엔 이미 수많은 취재진과 팬이 모여있었다. 특히 팬들은 저마다 준비한 카메라를 꺼내 들고 '여왕'의 등장을 기다렸다. 연령층도 참 다양했는데, 어린아이부터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까지. 김연아의 폭넓은 인기를 실감케 했다. 거리를 지나가던 한 외국인도 김연아가 온다는 소식에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걸음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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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다양한 포즈 요구에 응하는 김연아. / 유재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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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오후 5시가 되자, 아이보리색 시스루 원피스에 보라색 허리띠, 하이힐을 신은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김연아를 처음 본 기자는 빼어난 외모보다 그의 겸손한 행동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김연아는 등장하는 순간부터
팬들 한명 한명과 눈을 맞추며 인사를 했다.
"이쪽 한 번 봐달라"는 팬의 요청에도 싫은 내색 없이 미소지으며 응했다. 물론 김연아와 같은 세계 정상급 선수를 많이 취재하진 않았으나 여태까지 본 스타 선수 중 팬에게 다소 인색한 느낌을 준 적도 없지 않다.
약 50분간 진행된 행사에서 김연아는 미리 선정된 100명의 팬에게 사인을 해주며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이때에도 "007 포즈를 해달라", "하트 모양 같이 그려달라"는 팬들의 무리한 요구에도 정성껏 응했다. 100번째 팬의 사인을 마친 김연아는 무대에 서서 오히려 "모든 분께 사인을 못 해 드려서 죄송하다"며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행사장을 떠났다. 김연아가 떠난 뒤 그에게 사인을 받은 몇몇 팬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들 역시 인턴기자가 생각한 것과 비슷한 말을 했다. 김연아의 오랜 팬이라 밝힌 박모(27) 씨는
"김연아는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한 번도 자만하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그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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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얼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 주최 팬 사인회에서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김연아. / 문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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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들 말한다. 스타들은 '뜨면 변한다', '정상의 자리에 오르면 거만해진다'라고. 하지만 이날 만난 김연아와 이런 말들은 전혀 매치가 되지 않았다. 인턴기자는 왜 그가 공백기를 가졌음에도 세계 정상에 다시 오를 수 있었는지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가식'과 '연출' 이 전혀 없는 김연아를 보니 처음 가진 그 마음대로 링크에서 묵묵히 연습하는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또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정상에 다시 오를 그의 모습이 머릿속에 저절로 그려졌다.
w10btjy@med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