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란 회전수-어긋난 자세 ‘발목부상 우려’
일본 피겨 대부도 반대한 ‘트리플 악셀’ 버려야
인간이 느끼는 고통 중 하나가 ‘멀미’다.
멀미의 원인은 의학용어로 가속도병 때문이다. 인체가 속도 변화에 동요해 구토나 현기증을 일으키는데 자동차나 여객선을 탑승했을 때, 메스꺼움이 대표적인 예다.
스포츠에서도 유독 선수에게 멀미를 유발하는 종목이 있다. 특히, 피겨스케이팅은 대표적인 멀미 유발 종목이다. 스케이트 날 위에서 회전하고 미끄러지다 보면 속이 뒤집히기 일쑤다.
‘피겨퀸’ 김연아(23·올댓스포츠)는 경기 중 나름의 방식으로 멀미를 극복한다. 시계방향 회전 뒤엔 반시계방향 활주로 현기증을 억제한다.
동갑내기 아사다 마오(23·일본)도 자기만의 방식이 있다. 고도의 정신집중 훈련을 통해 직업병을 이겨낸다. 아사다는 ‘2010 밴쿠버올림픽’ 프리스케이팅에서 개성 있는 안무를 선보였다. 어지러운 트리플 악셀-더블 토룹 콤비를 소화한 직후 양손으로 뺨을 쳤다. 트리플 악셀 후유증을 염려한 충격요법으로 비춰졌다.
당시 타라소바 코치는 아사다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남자 기본점프에 도전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반드시 트리플 악셀을 구사해야 하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타라소바 코치는 아사다 점프배치와 안무구성에 더욱 신경 썼다.
문제는 아사다의 트리플 악셀 동작이 어색했다는 점이다. 전문가도 “정석 자세와 거리감이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아사다는 도약할 때 이미 한쪽 발이 빙판에서 1/3 돌아가 있다. ‘꽈배기’처럼 비틀어 도약하기 때문에 멀미 유발은 물론 ‘발목 골절’ 위험마저 도사린다.
모자란 회전수가 문제가 아니다. 어긋난 자세가 심각한 후유증으로 연결될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 탓에 발목 상태가 좋지 않다. 무엇보다 위태로운 착지가 문제다. 지금은 아직 20대 초반이기 때문에 아픔을 덜 느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난 후 관절염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아사다는 8일 일본 오사카에서 개막된 국제빙상연맹(ISU) 4대륙피겨선수권에 출전한다. 홈 이점을 안은 만큼, 트리플 악셀을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
아사다는 지난해 그랑프리 파이널 무대서 “트리플 악셀을 포기했느냐”는 외신의 질문에 "지금도 연습 중이고 공식연습에서도 몇 번 뛰었다"고 답했다. 공교롭게도 1인자 김연아 복귀시점과 맞물려 아사다의 안타까운 오기가 드러났다.
아사다는 지난 2011년 사토 노부오 코치(71)로부터 "트리플 악셀을 생략하자"는 조언을 받은 적도 있다. ‘일본 피겨 아버지’ 사토의 조언은 정확했다. 트리플 악셀이 아사다의 연기에도 도움이 안 될뿐더러 일상적 삶의 행복마저 갉아먹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