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를 꿈꾸고 있는 '여우복서' 이시영(30, 잠실복싱)이 때아닌 암초를 만났다.
추후 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상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은 2월~3월, 최종선발전은 4월에 열린다. 1차 선발전서 최종 선발전 출전 티켓을 따낸 이시영은 2차 선발전에는 나서지 않고 최종 선발전이 열리는 이듬해 4월에 초점을 맞춰 훈련에 매진한다.
변수는 선발전 개최 여부라는 것이다.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은 지난 9월 국제복싱연맹(AIBA)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 회원 자격이 박탈된 상태라 대한체육회 관리위원회가 복싱연맹의 모든 일정을 결정하고 있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2차, 최종 선발전 개최 여부는 오리무중이지만 열리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대한체육회에 파견을 나가 있는 복싱연맹 최희국 차장은 "지난해에도 1차 선발전만 치렀다"며 "올해 1차 선발전서 새로운 우승자가 나오면 2차 선발전을 개최할 생각이 있었는데 기존 선수들이 모두 정상에 올랐다. 새로운 필요성이 대두되지 않는 이상 2차 선발전을 치르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했다.
국가대표를 향한 관문이 좁아지는 셈이다. 여자 복싱이 남자부에 비해 여건이 열악하다는 것도 악재다. 여자 복싱은 올해 열린 2012 런던올림픽이 돼서야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을 정도다. 남자부는 체급당 2명의 대표를 뽑는 것에 비해 여자부는 1명에게만 기회가 돌아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시영의 48kg체급은 세계선수권대회에는 속하지만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는 열리지 않는 체급이다. 2년마다 개최되는 세계선수권대회는 올해 열렸기 때문에 내년에는 큰 국제대회가 없다. 또 이번 1차 선발전서 새로운 우승자가 나오지 않은 만큼 굳이 2차, 최종 선발전까지 치르며 공을 들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최희국 차장은 "만약 2차, 최종 선발전이 치러지지 않을 경우 박초롱은 1진급으로, 이시영은 2진급 국가대표 선수가 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시나리오가 이렇게 흘러갈 경우 2진급 이시영은 1진급 선수가 부상 등으로 대회에 참가하지 못할 경우 이를 대신해 국제대회에 출전한다. 물론 가능성은 낮다.
국가대표를 향한 이시영의 마지막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여자 복싱의 저변 부족 등으로 이시영의 태극마크 꿈은 여러모로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