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복에 '中 대신 베트남'…눈 돌리는 韓 기업
동남아 시장 성장성 커…韓기업 인식도 '호의적'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에 지친 한국 기업들이 동남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동남아는 시장 규모가 크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중국의 대안으로 적합하다. 특히 사드 보복 중인 중국에 비해 한국 기업에 호의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어느 기업이 중국에서 영업을 할 수 있겠냐"며 "동남아 시장 진출이 더 낫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사드 보복에 결국…中서 철수하는 韓 기업
15일 롯데쇼핑은 사드 보복으로 영업이 어려운 중국의 롯데마트 사업을 매각하기로 했다. 롯데쇼핑은 중국에서 112개 매장을 운영 중이지만 사드보복으로 87개 점이 현재 '개점휴업' 상태. 그동안 운영자금을 긴급 수혈하면서까지 중국 롯데마트를 유지했지만 영업정지에 따른 피해액이 누적되면서 매각을 결정. 롯데쇼핑의 2분기 해외 마트 부문의 영업손실은 550억원에 달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지역 합산 영업이익이 흑자인 점을 고려하면 중국에서만 55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이 발생. 특히 사드 갈등에 따른 영업정지가 풀리더라도 중국에서 안정적인 영업을 지속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도 있었다. 실제 영업정지 기간이 길어지면서 상품의 조달과 판매 채널이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도 올해 중국시장 철수를 완료할 계획. 1997년 1월 상하이 취양점을 개점하며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는 20년 만에 중국에서 완전히 발을 빼게 된다. 오리온은 중국 소속 계약직 판촉사원을 중심으로 약 20%의 직원을 줄이기로 했다.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제과 중국 현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예정. 사드 보복 여파가 이어지면서 향후 영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 롯데그룹 관계자는 "중국 현지의 한국 제품 불매운동으로 인해 구조조정을 추진하게 됐다" 중국에서 철수한 유통업계는 동남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크고 외국 기업 투자에 대한 인식도 호의적.
IMF와 세계은행(WB)에 따르면 동남아 8개국(인도네시아·베트남·미얀마·태국·라오스·말레이시아·필리핀·캄보디아)의 올해 인구 규모는 6억4000만에 육박한다. 2020년에는 6억6300만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 더욱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은 외국인 직접투자에 힘입어 매년 5~6%의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실제 롯데마트의 경우 지난해 인도네시아 베트남 할인점 매출이 중국 매출을 추월. 2015년까지만 해도 중국 할인점 매출이 1조3310억원으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매출(1조2320억원)을 앞섰지만 지난해에는 각각 1조1290억원, 1조3770억원으로 역전.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이 장기 성장 동력으로 진출했던 중국 사업의 철수를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인도네시아·베트남 사업이 향후 성장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인구를 고려할 때 성장을 추구할 시장으로 충분하다" 이마트도 이미 베트남에 진출해 있다. 앞으로 라오스와 캄보디아 등으로 시장을 확대할 예정.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스타필드 고양 그랜드 오픈 행사에서 "중국에서는 철수 절차를 밟고 있다"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접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지역은 시장 규모는 물론 성장성도 크기 때문에 중국 시장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한국 기업에 대한 인식도 호의적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