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보다 일 덜하지만 임금 높은데…한국 車노조 "돈 더 달라"
국내 5社 평균임금 9200만원…폭스바겐·르노도 추월
생산성은 10% 이상 뒤처져
생산 줄자 고용도 정체…5년간 1천명 느는데 그쳐
◆ 추락하는 자동차산업 ① ◆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에서 더 이상 성장시기는 끝났다.'
외환위기 이후 성장만을 거듭해오던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에 커다란 균열이 오고 있다. 이미 현대·기아자동차는 2년 연속 연간 800만대 이상 판매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 올해 중국의 사드 보복이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700만대 판매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자동차 산업 위기의 대표적인 배경으로는 경쟁력 하락을 꼽을 수 있다. 강성노조로 인한 임금상승과 이로 인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것이 첫 번째 요인으로 지적. 여기에 잦은 파업으로 인해 생산성이 떨어진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경쟁력 하락은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2012년 이후 국내 자동차 생산대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분위기. 2011년 466만대로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423만대에 그쳤다. 2015년에 456만대를 생산해 일시적으로 회복된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이는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 지원으로 내수가 늘면서 생긴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
국내 생산의 제조 경쟁력 하락은 국외 생산량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급격히 증가한 국내 완성차 업체의 국외 생산은 2012년에 수출량을 추월. 국내에서 만들어 국외로 판매하는 것보다 '현지 생산-현지 판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지난해는 국외 생산대수가 465만대, 수출은 262만대로 국외 생산이 두 배 가까이 많았다.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로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연간 평균임금은 지난해 9213만원까지 올랐다. 2005년(5009만원)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 경쟁 업체인 일본 도요타의 852만엔(약 8790만원)과 독일 폭스바겐의 6만2654유로(약 8396만원)를 이미 추월. 이로 인해 지난해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현대·기아차 평균이 13.09%로 독일 폭스바겐의 9.5%를 압도한다. 고임금 구조인데도 국내 업체의 생산성은 국외보다 떨어진다. 2015년 기준으로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자동차 1대 생산 시 투입시간은 26.8시간으로 일본 도요타의 24.1시간, 미국GM의 23.4시간보다 각각 11.2%, 14.5%나 많은 것이다.
이에 한국GM이나 르노삼성 등 국내에 생산 공장을 둔 외국계 기업은 생산 물량을 다른 국가의 글로벌 공장으로 옮기고 대신 싸게 생산된 제품을 수입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한국GM이 2015년 9월 준대형 세단 임팔라를, 르노삼성은 2014년 말 QM3를 수입해서 국내시장에 팔고 있다. 르노삼성은 다음달 소형 해치백 클리오도 유럽 공장에서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할 예정. 자동차 생산이 줄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의 고용 인원도 정체 상태다. 2010년 9만1277명이던 업계 고용은 2015년 9만2589명으로 거의 변화가 없다. 부품 업계는 최근 완성차 생산이 줄고 부품 수출도 감소하면서 실적이 꾸준히 줄어드는 움직임.
생산이 줄면서 자동차 업계에서는 청년들의 신규 채용과 같은 일자리를 늘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연 감소에 따른 인력 수요의 경우 사내 하도급의 정규직 전환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생산 인력의 평균 나이가 늘어나고 평균 근속연수도 증가하고 있다. 기아차는 근로자 평균 근속연수가 2010년 16.6년에서 지난해 20.3년으로 껑충 늘어난 상황. 국내 자동차 산업의 노사관계가 불안정해지면서 협력업체의 경쟁력도 줄어들고 있다. 완성차 업계의 파업에 따라 공장을 쉬는 생산차질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이로 인해 품질과 납기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특히 완성차업체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부품업체 임금이 41.7 정도로 낮은 것은 부품업체 핵심 인력의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완성차업체의 생산성 하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을 통한 경쟁력 회복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