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는 서울에 거주중인 결혼한지 만 3년이 조금 넘은 무주택 전세 세입자임을 밝혀둡니다.
아직 제 이름으로 된 집이 없어 전세 살고 있고, 맞벌이 하면서 한푼 두푼 저축해 2년 정도 후 내집마련의 꿈을 꾸고 있는 평범한 대한민국 30대입니다.
저도 무주택자이기에, 이번 정부의 부동산 안정은 최대의 관심사였습니다.
당연히 이번 8.2 대책도 내심 기대하고 있었고, 부동산값이 안정되면 내집마련의 기회도 더 빨리 올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었죠. 근데 8.2 대책이 발표되고 보니 멘붕이더군요.
많은 분들이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인한 시장의 여파가 궁금하실거고... 저같은 무주택자들은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 좀더 저렴하게 구입할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으실겁니다.
근데 이번 정책은... 진짜 한숨만 나옵니다. 이건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에요.
오히려 집값은 더 폭등할것으로 조심스레 예상합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는 주택보급율이 100%를 넘긴지 이미 한참되었습니다. 전국의 주택숫자가 전국의 가구수보다 많아진것이죠.
문제는 주택보급율은 100%를 넘겨도 사람들이 선호하는 주택은 여전히 공급부족이라는것이죠.
자 ㅡ 솔직해져 볼까요?
역세권이여서 교통이 좋아야하고, 학군도 좋아야 하며, 주변에 유해시설도 없어야 하고, 직장(업무지역)과도 가까워 출퇴근도 용이한... 여기에 좀더 욕심내면 신축에 브랜드 아파트... 그리고 대단지여야 하죠. 다들 이런집들을 선호하시잖아요?
서울만 해도 그렇습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값이 6억이라 하지만, 찾아보면 서울에 중견건설사가 지은지 10년 가량된 깨끗한 "나름"브랜드 아파트인데도 전용면적 59제곱 기준 매매가 3억원대 아파트 많습니다. 실제로 제가 살고 있는 전세 아파트도 매매가 3억 초 중반입니다. 부동산 그렇게 폭등할때도 그닥 오르지 않았죠.
위치요? 지하철역이 1km정도 떨어져있는데, 제 걸음으로 걸어서 10분~15분 이면 갑니다. 아니 이정도면 걸어다닐만 한데도 이게 비역세권이랍니다.
주변에 초등학교는 3개나 있지만 중~고등학교가 명문 학군이 아니랍니다.
유해 시설은 없습니다만 비행기 소음이 좀 있습니다. 다만 방음이 잘되있어 베란다 문 닫으면 아무소리도 안들리고, 이에 따른 보상으로 공항공사에서 여름철 3개월간 월 5만원씩 전기세 보조 받습니다.
근데 이집 사는 만 3년동안 집값 거의 안올랐습니다. 왜냐구요? 위에 상기한 이유때문에 사람들이 웬만해선 처다도 안봅니다. 서울에 3억원대 아파트가 있는데도 사람들은 5~6억하는 아파트에 목을 맵니다.
즉, 같은 서울안에서도 사람들이 선호하는 아파트는 여전히 공급부족인겁니다. 그리고 한동안 아파트값이 폭등한것도 그런 아파트들인겁니다. 실제로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던날 1순위 청약에 들어갔었던 DMC에코자이는 각종 규제 발표에도 불구하고 평균경쟁률 20:1을 찍으면서 성공적으로 분양됐습니다. 여전히 공급부족이라는 반증이죠. 너도 나도 그런 아파트만 선호하다보니 그런 아파트들 가격이 폭등하고, 그런 아파트들이 이른바 "대장주" 역할을 하면서 주변 아파트들까지 동반 상승 시킨것이죠.
여기서 이번 부동산 8.2 부동산 대책의 골때리는점이 나옵니다.
규제만 할게 아니라 규제와 동시에 수요도 분산시키며 공급을 늘렸어야 했습니다.
좋은 입지의 역세권 지역을 묶어서 뉴타운으로 개발하는 등의 신규 공급을 창출, 새롭게 분양하는 단지들은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해 분양가 폭등을 막고 강남같은 지역으로 몰리는 수요를 분산시키며 공급을 늘리는 작업이 같이 진행됐어야 했습니다.
근데 오히려 서울은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뉴타운 사업및 도새재생 뉴딜사업이 전부 스톱되었습니다. 재건축 조합도 전부 규제가 들어가면서 사실상 서울에는 더이상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는걸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당연히 수요는, 좋은 입지의 기축 아파트나 이미 분양이 끝나서 규제를 피해간 아파트의 분양권이나 입주권에 몰리게 되겠죠. 신규 공급이 없어지니 당연한 결과이고, 이는 곧 특정 지역의 집값상승으로 이어집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수도권"에 미리 마련해둔 공공택지를 개발하여 전용면적 60제곱 이하의 공공임대주택 50여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자 ㅡ 서울이 아닙니다. "수도권" 입니다. 이곳의 공공택지들은 사람들이 처다도보지 않는 버려진 땅들이 대다수 입니다. 당연히 역세권도 아니고 학군부터 모든 인프라가 새롭게 건설되어야 하는 곳들입니다.
여기에 50여만 가구를 공공주택으로 제공하니, 공급에는 문제가 없을거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제 글을 잘 읽으셨다면 이게 얼마나 어이없는 소리인지 아실겁니다.
그런건 실제로 주택을 구매할만한 구매력을 갖고있는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이 아니라니까요?
보나마나 다시 특정지역으로 몰릴것이고, 내 아이 만큼은 좋은 학군에 좋은 교육을 받게 할수 있고 남들한테 꿀리지 않게 보이려 하는 대한민국 부모들 특성상 다시 특정지역으로 몰릴겁니다. 그래서 강남이 폭등하는거잖아요?
게다가 가점제 100% 도입하면서 20, 30대 ~40대 초반 부부는 사실상 청약 통장 버리라는 겁니다.
그냥 당첨확률 0이라 보시면 되요. 저도 9년째 갖고 있는 청약통장 있습니다만, 가점 27점이라 당첨 꿈ㅋ도ㅋ 못꿉니다. 아파트 투유에서 확인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서울시내 신축 아파트 당첨 커트라인 60점대고, 100%가점 당첨으로 커트라인 낮아진다 해봤자 50점대입니다. 근데 30대~40대 초반은 뭔짓을해도 60점 못만듭니다. 60%추첨을 기대하며 뺑뺑이운이라도 터지길 바라면서 청약을 넣어왔는데, 이젠 아예 진입 자체가 안되네요. 저같은 30대 무주택자들은 그럼 또 기축 아파트나 분양권, 입주권 시장으로 몰리겠죠. 악순환인 겁니다.
실제로, 가점 40% 추첨 60% 로 뽑았던 기존에도 통계를 보면 50대 이상 당첨자가 전체의 2/3 이상이었습니다.
LTV, DTI 도 투기꾼, 실수요자 가리지 않고 무턱대고 다 40%로 쪼여놓는 바람에 실수요자들까지 곡소리 납니다. 게다가 30~40대는 자산축적기간이 50대 보다 짧기 때문에 대출을 쪼여놓으면 집 사지 말라는겁니다.
다주택자들 양도소득세 인상했는데, 안팔고 버티면 그만입니다.
안팔고 버티면 보유세 인상하라는 얘기가 있는데, 그럼 그냥 무주택 서민 다 죽는거에요.
보유세 인상하라는 무주택 서민들은 진짜 무식한겁니다.
보유세 인상하면 집주인들이 집 앞다퉈 팔거같죠?ㅋㅋㅋ
아뇨. 안팔아요. 절대.
왜냐면 조세 전가 시키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전세 놓은것들 죄다 월세로 돌리고, 월세를 보유세 인상분+은행이자만큼 받아먹으면 되는거에요.
그럼 전세 물량이 대폭 줄어드니 전세 대란이 오겠죠? 그럼 전세값 치솟을거고 전세값 치솟으면 집값은 또 치솟습니다.
길거리에 나앉을순 없으니 울며겨자먹기로 월세 계약 체결할거고, 집주인들은 이렇게 거둬들인 월세로 세금하고 은행이자 내면 그만입니다. 이게 바로 조세 전가 입니다.
그리고 또 높은 월세와 전세에 감당이 안되는 무주택 서민들은 빚을내어 집을 사려 하겠죠. 그럼 집값 또 오릅니다. 악순환인겁니다.
이상황이 되면 서민들은 또 이럴겁니다. 이게 다 문재인 때문이라고.
실제로 지금과 비슷한 규제를 시행했던 노무현 정부시절 대한민국 부동산은 가장 많이 폭등했습니다.
웃기죠? 규제를 했는데도 가장 많이 폭등했죠.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부동산이 무너졌던 나라가 일본인데, 일본도 버블 붕괴 시절에 도쿄만큼은 집값 사수했습니다. 안떨어졌죠.
미국 리먼사태때도 실제 길거리에 내몰린건 무주택 서민들이었습니다.
런던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의 수도 집값 아시죠? 이거랑 비교하며 서울은 아직도 저평가 됐다고 주장하는 사람까지 있을정도입니다.
이번 8.2 부동산 대책은, 투기꾼들 잡겠다고 실 수요자들까지 다 잡아족치면서, 사람들이 원하지도 않는 주택 신규공급 한다고 삽질하는... 그런 정책인겁니다. 대어 몇마리 잡겠다고 치어들까지 다 잡아들이는 거에요.
투기꾼들을 겨냥해 핀셋 규제하겠다 할땐 언제고 실수요자들까지 족쳐버리는 정책,
40대 초반 밑으론 새집은 꿈도꾸지 말라는 정책
주택보급율이 100%넘었는데도 공급부족하다고 니들이 징징거리니 더 지어준다고 인심쓰는척 하는데 실수요자들이 원하지도 않는 주택만 열심히 보급하려는 정책
뭐 이런겁니다.
부동산 정책은 집값을 내리려 무리하는 정책이 아니라, 부동산 상승을 억제하는 정책으로 나와야 하는겁니다. 억제만 시켜도 부동산은 알아서 안정화 됩니다.
적어도,
투기꾼들을 겨냥한 핀셋규제
규제와 더불어 수요 분산을 위한 역세권 지역별 뉴타운 개발, 주택 공급 확대 및 분양가 상한제 시행
단순히 가입기간으로 청약 1순위를 정하는것이 아니라 변별력을 갖게 하기 위해 다른 조건을 붙이고
가점제 100%를 할거면 역차별 받는 30~40대 가구를 위해 가점 산정 기준을 바꿔야 하며
최초 주택구입자(실 수요자)들을 위한 특별공급을 기존 공공주택에서 민간분양까지 확대 시행
이정도만 했어도 참 괜찮았을텐데 말이죠.
진짜 화딱지 나네요. 저같은 30대 무주택자는 새집은 꿈도 꾸지 말라는 겁니다.
정말 한숨만 나오게 하는 8.2 부동산 대책입니다.
PS) 규제 피해서 8.2 이전에 매매계약 하셨거나 모집공고 나온 주택 청약 성공하신분들이 승리자.... 인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