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중국인 관광객 41% '뚝'…유통업계 "L자형 부진 우려"
중국인 관광객 감소세가 올해 상반기 심화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유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면세점, 백화점 등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았던 업체들은 외국인 입국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를 보면 올해 상반기(1~6월)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은 675만200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10만9847명)에 비해 16.7% 줄었다. 이는 전체에서 3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감소한 탓.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상반기 381만6756명에서 1년 새 225만2915명으로 41.0% 축소. 중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따른 보복으로 방한 단체관광상품 전면 금지 조치를 시행한 3월부터 6월까지만 놓고 보면 하락 폭은 더욱 커진다. 274만8367명에서 109만6882명으로 60.1% 줄었다. 이런 가운데 매출의 8할을 중국인 관광객에게 의존하던 면세점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국내 면세점의 외국인 매출액과 이용객 수는 사드 보복이 본격화하기 전인 2월과 비교하면 각각 22.0%, 34.8% 감소. 다만 지난 2월 8억8254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2개월 연속 급감한 면세점 외국인 매출은 지난 5월 반등했다.
외국인 이용객 수도 지난 6월 106만4279명으로 전월보다 약 4만명(3.9%) 늘었다. 소폭이나마 매출이 회복되고 있지만, 이는 대대적인 할인과 마케팅 등에 의한 것이어서 기본적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업계는 토로. 백화점업계 타격도 만만찮다. 롯데백화점 서울 소공 본점의 올 상반기 중국인 매출은 지난해보다 49.0% 감소, 절반 수준. 본점의 지난해 외국인 매출 중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88.0%에 달했다가 지난 6월에는 82.0%로 6.0%포인트 떨어졌다. 신세계백화점에서는 올해 2월만 해도 중국인 매출이 지난해 대비 62.0% 증가. 분위기는 역시 3월 중순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4월 중국인 매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에선 올해 1∼6월 중국인 관광객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0% 감소.
더 큰 문제는 월별 방한 중국인 감소율이 3월 40.0%, 4월 66.6%, 5월 64.1%, 6월 66,4% 등으로 계속 악화한다는 점이다. 한 ·중 관계 개선이 요원한 상황에서 향후 유통 ·관광업계 모두 L자형 장기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L자형 침체는 경기가 알파벳 'L'자처럼 급격히 하락한 뒤 불황이 오래 지속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관광공사는 올해 연말까지 중국의 경제 보복에다 북한 핵위협 등 복합적인 위기가 이어질 경우 올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은 지난해의 1724만1823명보다 최대 469만명(27.2%)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