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 시국이 시국인지라 정치게시판에서 좀 놀고 있던 필자입니다.
다시 본업으로 돌아온다는 의미에서 경제 분석글을 작성하고자 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투자와 임금에 대한 것입니다.
일전의 설명을 통해서 수요는 소비수요 투자수요로 나눌수 있으며, 자본주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투자 수요가 선행하는 양상이 중요하다고 설명드린바 있습니다. 그럼 투자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가?
하는 질문이 나올수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분야가 등장하고, 수요의 변화가 감지되면, 케인즈적인 설명으로 동물적인 본능을 발휘하는 기업가들에 의해서 투자가 이루어짐니다. 이들이 투자를 하면 시중에 구매력이 풀림니다. 이 돈을 벌기위해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연쇄투자가 이루어짐니다. 이때 은행은 투자금을 기존의 유동성에서 빌려주거나 혹은 신용을 통해서 창조합니다. 이렇게 풀린 돈이 시스템에서 회전하면서 일종의 호경기를 만들어내죠.
단기적으로 구매력으로 전환되는 돈이 많아지기 때문에 공급측면에서 이 수요의 증가분만큼을 따라가지 못하면 물가에 영향을 주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마셜의 수요 공급 그래프를 보면서 공급 곡선을 일종의 선형으로 기억하지만, 엄밀하게 말해서 공급곡선은 XY축이 만나는 0.0의 좌표에서는 X축에 수평하게 움직이다가 일정한 변곡점을 지나면 Y축에 수평한 형태로 바뀜니다.
이러한 변화는 공급의 생산적인 측면에서 한계생산체감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이죠.
달리 말해서 일정수준에서는 가격의 변화가 적은 상태로 생산력을 늘리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 이상이 되면 공급 요소를 증가시킨다고 해도 생산력의 증대는 어렵다는 의미도 됨니다.
따라서 공급 곡선이 수요곡선과 만나는 지점이 변곡점보다 좌측에 위치한다면, 수요곡선의 우측 이동에 대해서 가격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양상을 가지게 되지만, 변곡점보다 우측에 위치한다면 수요곡선의 이동에가격은 수직적으로 움직이게 되어있습니다.
경제적인 호경기에서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수요곡선이 우측으로 편이동을 합니다. 이때 공급 곡선의 변곡점 좌측에서 이루어질 경우는 물가상승을 감당할만 하지만 변곡점보다 우측에서 수요곡선이 움직이면 물가상승이 화폐가치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물가가 이자율보다 빠르게 오르게 되면, 사람들은 은행에 입금하는 것이 아닌 실물 자산이나 재화를 사게 되죠. 그럼 물가는 더 빠르게 오르게 되고, 은행에서 자본금이 빠져나가니 신규 통화 창조를 위한 자본이 소실됨니다. 때문에 이자율이 오르게 되죠. 은행의 작동 원리는 화폐가치가 물가 수준과 일정하게 유지되는 일종의 균형조정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물가의 폭발적인 상승은 '정상적인' 자본주의 시스템하에서는 불가능합니다. 오직 정부가 돈을 시장상황과 상관없이 찍어내거나, 혹은 공급측면에서의 쇼크가 발생할 경우에 나타나죠.
이런 이유로 인해서 호경기가 얼마간 유지될수 있는가? 하는 점은 사회 각분야의 여분의 생산능력이 얼마나 물가 상승분 없이 나타날수 있는가? 하는 점과 연관됨니다.
공급은 여러측면이 있습니다. 식량, 에너지, 주택, 교통, 사회 서비스, 각종 소비재, 등등 사람들이 돈을 주고 사는 거의 모든 분야에 말이죠. 이중에는 노동력도 포함됩니다.
투자에 의한 호경기의 발생시, 각 분야의 공급을 자극하기 때문에 생산능력을 늘릴 시그널이 주어지고 이것은 고용을 촉진 시킴니다. 고용이 일종의 노동에 대한 수요라면 공급은 상대적으로 비 탄력적이죠.
그래서 임금이 오르게 되어있습니다.
이 임금 증가분이 다시 구매력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시스템의 수요를 증가시키죠. 이것은 소비 수요입니다투자 수요가 소비수요로 연결되죠.
97년 IMF 당시의 한국 사회를 잠시 고찰해볼가 합니다.
원래 한국은 일종의 계획화된 자본주의 경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1960년대 초기의 경제 개발을 시작할때 부터, 미국시장에 대한 관련성을 염두하고 설계되고 집행되었기 때문에 수출주도의 경제 모델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위해 노동시장의 구매력을 제한하고 저축을 유도하며, 이 저축분을 투자에 사용하게 하는 계획경제 모델을 가지고 있었죠.
기업투자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었고, 이것이 투자 -> 임금상승 으로 연결되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곤 했습니다. 물론 투자된 산업분야가 국제시장에서 수요를 확보한다는 전제가 붙죠.
97년 이전에 창구지도의 형태로 투자를 촉진하는 금융시스템은 큰 성공을 한국 사회에 가져다 주었지만, 이 방식은 기본적으로 2가지 측면에서 불안한 요소가 있습니다. 우선은 반드시 투자된 산업이 실제 수요와 연관되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투자로 인한 고용증대가 임금 상승등 물가 부분을 자극한다는 점입니다.
어떤 분야의 산업이던지 투자가 실제 수요를 유치하고 수익을 거두기까진 시간적인 격차가 존재합니다. 가령 70년대 후반의 중화학공업 투자가 실제 수요를 80년대 유치하기 까지 걸린 시간같은 것이죠. 그런데 그 수익을 회수하기 까지의 시간이 너무 길거나 시장 상황에 의해서 수요가 예상보다 적은 상황이 발생하면 소위 '부실투자'가 됩니다. 투자를 하는 시점에서는 미래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잘못된 의도나 부족한 지식이 아니다 하더라도 투자는 항상 실패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죠.
90년대 후반 한국도 중국경제의 성장에 발맞추어 많은 투자를 단행합니다. 한보철강이 좋은 예죠. 이것은 예상된 중국의 수요에 맞추기 위한 투자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언론을 통해선 부실투자의 대명사가 되었죠.
또 한가지 상대적으로 노동시장의 생산성이나 절대적인 공급은 자국내의 조건이 단기적으로 급변하지 않는 이상 유지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용이라는 수요 측면에 비해서 비탄력적이다는 점입니다. 투자를 해서 이것저것 고용을 늘릴때는 예상된 임금 지출을 낮게 책정하지만, 실제 경제 운용과정에서 지출 비용이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럼 예상된 수익을 거두기 힘들게 되죠.
97년의 IMF 당시 한국에 대한 외국 금융기관의 평가도 이것가 다르지 않습니다.
'지속적인 투자가 생산성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유도하였다.' 그래서 대외경쟁력을 소실하고 이것이 무역적자가 되었고 투자의 부실화를 만들었고 외환위기를 유도햇다.. 머 이런식이죠.
엄밀하게 이야기 하면 약간보다 훨씬 많이 IMF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사건이지만, 여튼 그들이 제시하는 소위 정론으로서의 설명이 이것과 같습니다.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죠. 물론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지만.
한국 사회의 고성장을 뒷받침하던 투자위주의 금융시스템은 97년 사태 이후 그래서 IMF의 압력으로 사실상 제거됨니다. IMF 이후 한국 사회의 경제 성장률이 뚝 떨어진것도 경제 운용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이죠.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의 정치가 어떻게 되든 여부와 상관없이, 그러니까 누가 정치를 하던간에 상관없이 경제적으로 70년대 80년대와같은 고성장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이미 기술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국가중에 하나이며, 그것은 투자를 유도할 기술분야가 매우 희귀하다는 의미도 됨니다. 되려 중국의 급성장으로 한국이 국제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산업분야가 빠져나가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같은 시기가 초래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사례를 고찰하건데, 기업이 이윤이라는 기본적인 기업목적을 추구하는 이상 능동적인 투자가 증가하고 이것으로 임금이 증가를 자극하여 수요가 증가하는 경제적 선순환의 과정은, 신규 기술분야의 등장이 없는 상태에서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되려 디플레이션 상태에서는 실업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임금 수준을 낮추는 압력이 되고 따라서 소비수요마저 위축시키는 현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한국의 경제 문제로 좋은 일자리의 부족이 지적되지만,
현 시스템상에서는 그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합니다.
더구나 제계에서 이야기 하는 데로, 기업활동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서 이루어질 가능성은 0 입니다.
계속해서 언급되고 강조되는 것이지만, 이러한 디플레이션의 문제는 인류역사에서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투자로 인한 호경기의 발생 이로인한 고용의 증대가 소위 자본주의가 잘 돌아갈때의 미덕으로 강조되는 부분이지만, 아주 장기적으로 놓고 보면, 이렇게 경제적으로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시기는 인류역사에서 상대적으로 매우 짧은 기간이었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과거의 풍요로운 시기는 1945년 이후 발생한 특수한 상황으로, 현행 시스템의 여러 요소를 고려하건데 앞으로 다시 오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IMF 사태 이후 우리 사회도 국가 기업의 연합에 의한 투자 중심의 경제 성장 전략은 사실상 폐기되었습니다. 90년대까지 한국사회의 각 구성원들의 임금이 지속적으로 오를수 있던 이유는 바로 제도적으로 강제된 이같은 투자 시스템 덕분이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그럴수 없죠. 설령 그런 시스템을 다시 도입한다고 한다고 해도, 임금 상승이 무역수지적자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죠. 그럼 환율이 조정되게 되어있고, 결국 임금이 평가절하되게 되어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선 IMF 사태의 경험은 한국사회가 더이상 투자를 통해 선진국의 기술 분야를 복사해서 자국의 경제로 편입시킬수 없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혹은 실질적으로 인식하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위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시장 매커니즘을 통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기존의 신자유주의적인 발상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현시점에서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경제적인 선택은 주어진 정보와 기술에 대해서 각 개인이 반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돈이 안되는데 수익을 보고 투자를 기업은 없죠. 따라서 지금과 같이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고 유보금 형태로 쌓아두는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투자가 없는 상태에서 고용이 늘리가 없고 임금도 오르지 않을테니 되려 디플레이션을 심화시키죠. 상대적으로 부인부 빈익빈은 커질수 밖에 없고, 이것은 실업이 늘어난다는 의미입니다. 실업이 늘면 그에 대한 반감으로 사회적인 소속감을 요구하게 되어있으며 이것은 정치적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것입니다. 각국의 정치적인 우익화 경향은 필연적이죠.
궁극적으로 전 지구적인 우익화 경향의 끝은 결국 보호주의나 무역갈등입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론 전쟁이죠. 이것 또한 인류역사에서 처음이 아님니다. 우리는 정확히 100년전에도 이런 현상을 보았죠.
한번에 조금 너무 나간 부분이 있긴 합니다만,
궁극적으로는 앞으로 시장 경제의 '교과서적인' 메커니즘을 통해서 고임금 직업이 생기고 빈부격차가 해결되고, 낙관적인 미래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건 전혀 시스템의 작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초보들이나 하는 소리입니다. 대체로 그럴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