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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9-30 14:39
빈곤 경제철학 - 8 '가난한 나라는 왜 계속 가난한가?'
 글쓴이 : 오대영
조회 : 1,469  

경제철학 8번째 주제입니다.
오늘은 빈곤. 남북문제로 알려져 있는 부국과 빈국의 좁혀지지 않는 경제격차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아마르티아 센에 따르면 가난은 단순히 물질적으로 궁핍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니다. 부유해질수 있는 역량을 발휘할수 없는 상태가 센의 관점에서 나오는 가난의 의미죠. 역량이라는 것은 마치 우리가 1950년의 무지하고 기술적으로도 낙후한 한국을 오늘날의 우리와 비교할때 느낄수 있는 차이와 유사합니다. 오늘날 한국의 대다수는 영어를 알고 있고, 컴퓨터와 인터넷도 알며, 각자의 분야에서 하고있는 일이 요구하는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필요할 경우 그 능력을 업그레이드할 경제적 여건과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있죠. 1950년의 최빈국 시절에 비하면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역량'이 다름니다.
 
 센은 이런 관점에서 개개인의 선택에 의해 스스로 역량을 키울수 있는 사회를 추구하고, 그를통해 부유해 질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가는 사회를 부유한 사회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회로 보고 있습니다. 자유주의 민주주의가 그것이죠. 개개인의 선택 즉 자유를 중시하는 것도 센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 입니다. 하지만 센이 공공성과 사회적 정의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다른 주류경제학자들과는 온도가 좀 다르다고 할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센은 보건 교육 제도적 합리와 같은 사회적 재화를 기초적 수준은 보장해주는 상태에서야 개개인이 역량을 업그레이드할 조건이 된다고 보았기 때문에, 정부가 사회적 재화를 공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는 사회주의적 관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센의 저작을 다 읽어보지 않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감명을 받기도 하고 다른 부분에서는 선뜻 찬성하기 힘들기도 했습니다. 저의 반론은 이런 것입니다. 역량을 키운다고 해서 부유해지는가?

 연결되는 논지지만 조금 다른 이야기를 소개할가 합니다.

 코트디부아르의 카카오산업의 이면을 파헤친 케나다 저널리스트가 쓴 bitter chocolate : anatomy  of industry 라는 서적이 있습니다. 코트디부아르 내전의 이면에 놓은 카카오산업의 구조, 국제시장의 성격등을 파헤친 탐사 리포트형식의 서적인데, 오늘날 제 3세계가 왜 늘 가난하고, 폭정에 시달리고, 내전에 처하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책입니다. 

 코트디부아르가 하는 카카오산업은 초콜릿의 주원료로 상당부분이 부국으로 수출됩니다. 문제는 코트디부아르가 하는 카카오제배를 대신할수 있는 나라가 아주 많다는 데 있습니다. 코트디부아르는 다른 경쟁국보다 좀더 싸게 카카오를 키워낼수 있는 것 뿐이죠. 카카오 자체는 아메리카가 원산지고, 기후가 비슷한 아프리카나 동남아에서도 제배할수 있습니다. 때문에 코트디부아르는 아동노동, 노예노동, 여성 인권 유린등을 통해 저가의 노동경쟁력을 통해 공급단가를 낮추려고 하고 이 과정에서 내전에 처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만일 코트디부아르가 '정상적인' 임금으로 카카오를 수출하려고 하면? 그럼 수출 경쟁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산업이 다른 나라로 이주해 버림니다. 이를테면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공급 과잉에 걸려 있기 때문에 다른 역할을 찾아내지 않는 이상은 코트디부아르는 죽으나 사나 카카오 산업에 올인할수 밖에 없기 때문에 시스템적으로 빈곤을 만들어낼수 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는 거죠.

 글로벌 시장의 내면을 잘 들여다 보면 이런 사례는 수없이 많습니다.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는 국제적으로도 저임금 노동력이 넘쳐나는 곳입니다. 노동자 한명의 일당이 25센트정도라는 말도 있죠. 이들이 하는 것은 매우 기술 수준이 낮은 노동집약형 섬유산업입니다. 가령 축구공만드는 산업이죠. 임금을 인상하면? 다른 저임금 국가에게 그 산업을 내주는 셈이 됨니다. 그 역할을 대신할 다른 곳으로 산업이 이전해 버리죠.

 이를테면 부유해지고 싶어도 부유해질 역할이 주어지지 않는 상태입니다. 부와 빈곤에 대한 센의 견해에 저는 거의 100% 동의합니다. 하지만 빈곤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센은 국제 시장의 현실을 잘못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프리카의 빈곤한 소말리아 같은 나라의 모든 국민들이 고등학교 이상의 교육을 받고 기본적인 의료 제도적인 법치가 이루어진다고해서 갑자기 부유해 질까요? 아님니다. 소말리아가 국제 시장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없다면 그건 의미가 없습니다.
 
 빈곤국에 가서 의료봉사를 하고 기본적인 생필품을 UN등이 제공한다고 해서 소말리아가 나아질가요? 아님니다. 이미 60년대부터 지금까지도 그렇게 해오고 있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습니다. 왜? 
 센의 빈곤의 정의데로 부유해질수 있는 기회가 박탈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에 참여 할수 없으니 자신의 역할에 보상받을 수가 없고, 시스템적으로 교환가치를 주장할수가 없게 되어버림니다. 이를테면 나라 자체가 실업자 취급을 받게 되는 것이죠. 수입이 없으니 지출도 불가능하고 기본적인 사회적 공공재를 운영하기 위한 재원도 구할수 없게 됨니다. 소말리아 사람들이 현대 의학과 약물의 가치를 모르기 때문에 아이들이 병과 기아에 죽어나가는게 아님니다. 단지 그럴 돈이 없다는 것이 문제죠. 돈을 벌수 있어야 뭘 하던지 말던지 할텐데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죠. 돈을 벌지 못하는 실업자가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소외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러한 관점은 기존의 종속이론과 완전히 다름니다.
종속이론 - 마르크스 주의를 통해 국제적인 선진국 후진국 관계의 문제를 파헤지는 관점 - 에 따르면 부국이 빈국이 만든 가치를 착취하기 때문에 빈국이 계속 빈국에 머문다고 하지만 저는 이것이 헛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센도 이런점에선 저와 비슷한데 빈국이 빈국인것은 부국이 될 역량이 안생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저는 나아가서 부국이 하는 역할을 할 기회가 안생기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역량보다 역할이 더 중요한 의미라는 점에서 전 센의 견해에 100% 찬성할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역할은 무엇을 의미할가요?
1950년대 전후 질서가 잡혀나가면서 많은 신흥 독립국이 생겨남니다. 이 당시 종속이론은 큰 인기를 끌었고, 그래서 독립국들은 자신을 지배하던 제국주의 서방사회와 관계를 단절하고 자신들의 가치를 착취당하지 않기 위한 독립적인 시스템의 구축에 힘을 기울입니다. 이를테면 내수경제를 계획경제로 추진하는 거죠.

 물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투자자금이 마련될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IBRD같은 새로운 금융 시스템이나던지 혹은 미소간의 냉전구도를 이용해 외교적인 양다리를 걸침으로서 양쪽으로 부터 정치적인 지원을 받는다던지 하는 식으로 자금을 마련합니다. 그 자금을 통해 서방의 기술로 만들어진 공장 기계를 수입해서 자국의 산업을 만드는 셈이죠. 한때 이것이 남미 아프리카 서아시아 등지에서 유행이었습니다. ( 계획경제의 전문가 할라트 샤흐트는 이집트에 거액의 연봉을 받고 스카웃되기도 했죠. 무려 나치의 금융책임자가 말입니다. )

 그런데 전에 설명드렸다시피 1960년대 베트남 전쟁을 통해서 브레턴우즈 체제의 붕괴가 시작되었고 70년대를 거치면서 미국은 케인즈주의를 포기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시금 자유주의를 시작할 준비를 하죠. 그리고 마침내 레이건 정권이 들어서면서 연준은 시스템의 작동원리를 리셋시키기 시작합니다. 폴 볼커 의장이 금리를 15% 이상 올려버린 것이죠. 모든 달러 자금이 미국으로 흡수되기 시작합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명분이 주어져 있었지만, 국제 경제의 충격은 엄청났습니다. 

 제3세계 국가들은 내수용 경제를 운영했습니다. 달리 말해서 국제시장에서 경화를 구화기 위한 경제, 즉 수출을 염두하지 않은 경제였죠. 그러나 석유등 필수적인 자원과 설비 기술을 수입하기 위해선 경화가 필요했습니다. 연준이 자유주의를 표방하기전 그들은 돈을 '빌려서' 투자하거나 '빌려서' 사온거죠. 그런데 이제 돈을 빌릴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아니 새롭게 빌리기는 거녕 이미 빌린 돈이 엄청난 부채로 커져가고 있었습니다. 남미의 80년대 외환위기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 발생함니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줄줄이 디폴트에 걸리게 되죠. 세계 시장에서 '부채'를 통해서 돌던 달러가 사라지자 '구매력'이 현저하게 감소하게 되고 다른 의미로 수요가 줄어들게 됨니다.
 
 ( 그래서 석유값이 뚝 떨어지게 됨니다. 사실 이것이 어떤 의미에선 미국이 노린것인데, 70년대 소련이 고유가의 축복속에서 많은 달러를 쉽게 벌어들입니다. 이것이 소련의 국제적 역할이었던 셈이고 그것은 2008년 금융위기전 푸틴의 러시아가 여기저기 힘자랑을 할수 있던 이유이기도 했습니다.그런데 갑자기 소련의 유일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역할이 엄청나게 평가절하 되어버린 것이죠. 소련은 달러를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달러로 서방의 신기술을 사거나 혹은 훔치기 위한 공작자금을 마련했는데 이제 그 자금원이 말라버린것이죠. )

 반면 동아시아 국가들은 내수용 경제가 아닌 수출용 경제를 계획합니다. 일본이 대표적이죠. 일본을 밴치마킹한 한국 대만 싱가폴 홍콩도 경화획득을 위한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래서 내수용 경제들이 박살나는 동안 상대적으로 국제시장에서 역할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했고 (수출경쟁력이 있었고) 그 역할은 다름아닌 미국 시장과의 연관성에 있었습니다. 즉 경화 - 달러를 얼마나 글로벌 시장에서 벌어갈수 있냐가 그 국가가 글로벌 시장에서 어느정도의 비중이 있는가? 바로 '역할'로 정의되어 버린거죠.

 제가 하는 이야기가 어떤 의미에선 자조적인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안그래도 요즘 가생이 내부에서 친미냐 친중이냐 하는 논란이 있기도 하구요. 어떤 의미에선 제가 쓰고 있는 것은 미국이 왜 독보적인 초강대국인가? 를 설명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패배주의 비슷하게 사대주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올수 있을 것같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것도 무슨 상상 나부랭이가 아니라 정확하게 벌어지고 있는 역사적 사실들의 실질적인 메커니즘이죠.

( 자주 독립 물론 당연히 우리가 가져야 할 관점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현실속에서 어떻게 하면 그런 관점을 가질것인가? 의 질문에 답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현실을 무시한체 관념적이고 정치적인 가치만 주장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이 틀린것은 아님니다만은 단지 방법이 늘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

 아마르티아 센은 실제로 싱가폴의 리콴유 총리와 경제 성장을 위한 방법론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리콴유의 아시아적 가치에 대해서 인간 보편성 가치로 토론을 벌인 것처럼 말입니다.리콴유는 논쟁적인 인물이죠. 독재를 통해 경제 성장을 이루어야 한다는 리콴유에 비해 센은 그 방식은 결국 독재를 위한 명분일 뿐이고 실제로 빈곤을 해결하지도 못한다고 혹평했습니다.
 
 하지만 전 리콴유가 현실감각이 있는 통찰력의 소유자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싱가폴처럼 계속 독재로 가면 결국 한계에 봉착할테지만, 그래서 궁극적으로 자유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경제 개발의 초기엔 어느정도 계획에 따른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현실이 그것을 필요로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박정희에 대해서도 높은 평가를 합니다. 실질적으로 빈국이 역량을 가지기 위해서 현실에서 역할을 어떻게 확보해 나갈것인지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지구상엔 45억 가까운 사람이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기본적인 교육 의료. 문명사회의 과실과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죠. 사실 이들을 먹여 살리고 그들이 필요한 기본 물품을 제공하는 생산력을 인류가 오래전에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들에게 '역할'을 주어야 하는데 그러기엔 현실의 벽이 너무 높습니다. 이런 벽을 허무는 것이 인류가 가진 중요한 의무이자 21세기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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