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적 퇴사자 권고사직처리 요구 코드23번 입력하면 실업급여 수급 실업급여 탈 목적으로 취직하기도 입·퇴사 반복하며 1억 받은 사람도
# 판교의 한 스타트업 대표는 최근 직원에게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1년간 이 회사에서 일한 20대 K씨가 개인 사유로 회사를 그만두면서 비자발적 퇴사로 처리해달라는 요구를 했다. 이 직원은 “계약만료로 처리해 실업급여를 타게 해줬으면 좋겠다. 그 대신 야근 수당이나 추가 수당을 안 받은건 노동청에 신고하지 않겠다. 이게 회사를 위해서도 좋은거 아니냐”고 따졌다. 결국 그의 요구는 받아들여졌다. 이 회사 대표는 “내 주변에서도 이런 일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부당한 방법으로 실업급여를 타내고, 또 반복적으로 타내는 문제가 하루이틀 일은 아니지만 도덕적 해이의 수준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 해 10조 원 넘는 고용보험기금이 줄줄 새고 있는 것이다.
이 기금의 재원은 평범한 직장인들과 사업자들이 0.9%씩 부담해 누구나 실업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해 조성하고 있지만 ‘파렴치한’들이 이를 빼먹고 있는 것이다.
4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실업급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직급여 수급자 중에서는 1억 원 가까이 받은 사람도 적지 않았다.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은 23회에 걸쳐 9400만 원이나 실업급여를 받았다. 9000만 원 이상 받은 사람이 5명이나 됐다.
노무법인 소담의 이만수 노무사는 “실업급여 수급을 목적으로 취업한 후 사업주에게 권고사직 처리를 요구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며 “부정수급 처벌 사례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 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사례가 늘어나면서 올해 실업급여 부정수급액이 3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실업급여 부정 수급액은 △2019년 197억7700만원 △2020년 236억9300만원 △2021년 282억3400만원 △2022년 268억2200만원 △2023년 299억2400만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지난 7월까지 178억7200만원을 기록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부정수급액은 3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실업급여 예산은 2022년 10조9100억 원에서 지난 해 11조 3460억 원으로 늘었다가 올해 예산은 10조9140억 원으로 다소 줄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고용노동부가 실업급여를 삭감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국회에서 아직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준조세에 해당하는 고용보험료가 ‘꾼’들의 쌈짓돈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부정·반복 수급 문제가 심각해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며 “정기국회에서 법안이 처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