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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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첨부한 기사들은 내가 지금까지 주장했던 바와 모두 일맥상통하는 내용임. 다시 말하지만 미국이 메모리, 파운드리 제조를 모두 독차지해서 한국 반도체를 몰락시킬 것이라는 주장은 반도체 산업과 국제정치학 모두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아주 무식한 발언일 뿐임.

왜냐하면

1. 미국은 반도체 제조 비용이 너무 비쌈. 최소 1.5배 이상 비쌈. 이 정도의 원가 상승을 칩메이커가 전부 부담하는 건 불가능하고, 결국 소비자에 전가시킬 수밖에 없음. 이는 미국 경제의 막대한 생산성 하락을 초래함. 따라서 미국이 반도체 제조업을 유치하려면 대규모 보조금을 퍼줄 수밖에 없음. 그런데 반도체 제조업 전부를 먹어 치우는 데는 천문학적인 보조금이 들어가고, 이는 천하의 미국 정부라도 감당 불가능한 수준임. 반도체 제조업 육성은 오히려 미국 입장에서 엄청나게 돈을 까먹는 일임.

혹자는 미국이 외국에서 제조된 반도체에 관세를 때려서 자국산 반도체의 원가경쟁력 열위를 극복하려고 할 수도 있다고 지적함. 그런데 지난 글(https://m.dcinside.com/board/galaxy/831103)에서 썼었듯 반도체는 WTO 출범 당시부터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무관세로 지정된 항목임. 미국이 반도체에 관세를 매기는 순간 WTO 체제는 붕괴하고, 그렇게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 다 태우는 미친 짓을 미국이 할리가 없다고 봄.

그리고 결정적으로 반도체가 무관세인 이유는 반도체가 중간재이기 때문임. 즉, 더 큰 부가가치 생산을 위한 수단일 뿐임. 최종 소비 대상인 자동차 등 완제품과는 다름. 따라서 반도체에 관세가 붙으면 반도체로 AI, 챗GPT 등의 훨씬 더 부가가치가 큰 기술들을 개발해서 미국 경제를 이끌어 가는 빅테크들 생산성에 큰 타격이 가게 됨. 반도체 관세로 얻는 이득 <<< 그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임. 그래서 전 세계의 정보화와 기술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ITA에서 반도체를 무관세 항목으로 지정한 것임.

2. 인력마저도 부족함. 메모리 반도체만 해도 당장 마이크론 뉴욕 주 FAB도 엔지니어가 없어서 난리임.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반도체 공장을 왕창 지어도 당장 사람이 없어서 못 돌릴걸? ㅋㅋㅋㅋㅋㅋ

이런 이유로 미국이 일부 멍청이들 주장대로 반도체 제조업 전체를 먹어 치우는 건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단언함. 현실성이 0임. 그냥 반도체 산업 개뿔도 모르면서 헛소리를 하는 것임. 그렇다고 해서 칩스 법이 아무런 의미 없는 미국의 삽질인 건 절대 아님. 왜냐하면 이는 국제정치학을 간과한 발언이기 때문임.

미국의 경제 안보 관점에서 파운드리 선단공정 90%를 중국 코 앞의 TSMC 대만 FAB에 의존하는 것은 너무나도 위태로움. 더구나 메모리에는 마이크론이라는 미국 회사가 있고, 뉴욕 주에 대규모 메모리 공장을 지으려고 하는 상황임. 대신 파운드리 선단공정은 미국에 제대로 된 회사도, 공장도 없음.

따라서 미국은 최소한 TSMC만큼은 족쳐서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짓게 만들어야 함. 또한 자국 파운드리 회사(인텔)를 키울려면 독보적인 업계 1등인 TSMC에서 기술력, 인력, 시장점유율을 빼앗아 와야만 함. 파운드리 선단공정 개쩌리인 삼전은 별 의미 없음.

이 모든 사실들을 종합해 보면 미국이 칩스 법을 통해 추구해야 할 방향은 명백함.

-. 아무리 천조국이라도 반도체 제조업을 독식하는 건 비효율적이고 불가능하다. 오히려 손해만 본다.

-. 따라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만 한다. 어디에? 자신이 가장 부족하고 취약한 곳에.

-. 그게 바로 파운드리 선단공정이고, 이를 위해서는 무조건 TSMC 대가리를 깨야 한다.

-. 한정된 보조금과 반도체 전문인력 역시 최우선 순위로 인텔에 몰빵하고, 남는 건 마이크론에 투자한다. 대규모 보조금이 없으면 미국 내 반도체 공장 투자는 손해만 보거든.

-. 나머지 기업들, 특히 한국의 삼전과 하닉은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좋고 안 지어도 큰 상관이 없다. 쟤네들까지 다 미국에 불러들이는 건 비효율이 너무 크다. 까놓고 미국이 자국에 공장 안 지으면 TSMC처럼 조져버리겠다고 나왔으면 당장 삼전이 용인에 대규모 반도체 신규 캠퍼스 계획을 발표할 수 있었을까?

-. 결론적으로 미국은 자국 경제 안보를 위한 수준의 반도체 제조업만 보조금과 인력을 집중해서 육성하고, 나머지는 프렌드쇼어링으로 비용이 저렴한 동맹국에 유지하는 게 낫다. 그것이 바로 미국 입장에서 경제 안보와 생산성 유지, 둘 다를 잡는 최선의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