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중국은 되는데 한국은 안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전기자동차 보조금을 가장 많이 주는 나라다. 이를 노린 중국산 전기차가 안전·성능평가 등 아무런 검증 없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한국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2016년 중국 정부 시장규제로 중국 내 판매가 중단된 국산 전기차 배터리 상황과는 상반된다.
대당 최대 2억원의 보조금을 주는 국내 전기버스 시장에 진출한 중국 기업은 최소 5곳이며, 이들은 지금까지 약 100대를 팔았다. 국산 전기버스 판매 대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중국 승용 전기차는 최소 3곳이 국내 영업에 나섰다.
◇중국 전기차, 통행권 없이 '프리패스'
지금까지 한국에 진출한 중국 전기차 업체는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만 7곳이다. 이중 환경부 전기차 보조금 자격을 획득한 업체는 5곳으로, 1곳을 제외한 4곳은 국토교통부 자동차 안전·성능 인증평가를 거치지 않고 국내 영업 중이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약 100대의 전기버스를 국내에 팔았다. 환경부 보조금(1억원)과 국토부·지자체가 지원하는 저상버스 보조금(약 1억원)까지 총 2억원 혜택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2003년 자동차 제작자가 스스로 안전기준 적합성을 인증하는 '자기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제도에 따라 연간 2500대 이상 판매 실적을 확보한 대규모 제작자인 경우 자동차 업체가 자체 시험 검증을 통해 안전도에 적합성을 입증하는 자국 시험성적서를 갖춘 것만으로 한국에서 별도 인증 평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중국 업체는 이 제도를 이용해 한국시장 판매자격을 갖췄다. 환경부 보조금 자격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전기차 주행성능과 배터리 충·방전 등 전기차 구동에 필요한 평가만 따로 받았다.
미국·유럽산 전기차 역시 이 제도를 이용해 국내에 진출했지만, 이들은 자국뿐 아니라 해외 여러 나라에서 검증된 차량이다. 또 우리나라 안전·환경·성능 등 시험성적서 평가기준이 미국·유럽 방식과 사실상 유사하고,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면제 항목이 많아 지금까지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반면 중국차는 대부분 자국시장 외에 미국과 유럽 판매 실적이 거의 없고, FTA가 없어 면제 항목 역시 없다. 한국 안전기준에 적합함은 스스로 검증해야 한다. 하지만 관련법에 따라 이들 차량이 자국에서 받은 시험성적서는 사전에 확인조차 할 수 없다. 결국 한국 판매까지 안전·성능 등에 아무런 검증단계를 거치지 않는 셈이다.
국토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시험성적서만이라도 확인해야 하는데 차량 결함이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성적서를 요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모든 차량을 다 구입해 조사할 수 없고, 자동차 판매 10일 전에 해당 모델 제원을 통보받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업계는 매년 국내 전기차 보급 물량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외산 전기차에 대한 보다 엄격한 안전도를 확인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영석 선문대 스마트자동차공학부 교수는 “국내 (자동차) 환경·안전 등 인증 기준은 미국과 유럽 기준을 조합해 완성했지만, 중국은 자체적으로 만든 규정이라 객관적인 검증이 어렵다”면서 “특히 전기차는 일반 기름차와 달리 정부 보조금이 지급되는 만큼, 자국 이외 해외 판매 실적을 따지고 성능·안전을 검증할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에 퇴짜 맞은 한국 전기차 배터리
중국 전기차가 국내에선 별도 검증 없이도 판매하는 것과 달리, 국산 전기차 배터리는 수조원의 막대한 현지 투자에도 중국 정부 벽에 가로막혀 2년 넘게 사업이 중단됐다.
중국 정부의 자국 산업보호 기조에 따라 완성 전기차 단독 진출도 어려운 상황에, 이미 확보한 현지 배터리 공급처마저 잃었다. 그 사이 중국 배터리 업체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까지 진출하며 국내 배터리 산업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최근 중국 공업화신식부가 발표한 친환경차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 목록에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모델은 모두 빠졌다.
2016년 12월 처음 보조금 명단에서 빠진 뒤 지금까지 누락됐다. 이미 2016년 초부터 중국 정부가 한국 배터리를 배제할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소문이 돌면서, 그해 초부터 국산 배터리 현지 생산이 대폭 감소했다.
이에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업계는 벌써 2년이 넘게 내수용 전기버스·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을 멈춘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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