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통화스왑하면, 원화는 엔화처럼 준기축 통화가 되는 거고, 당연히 모든 원화자산은 엔화자산처럼 매우 안전한 자산이 됩니다. 이리 되면 세계 각국의 자본들이 일정부분 한국자산을 보유하려 들 것이고. 이렇게 되면 원화의 가치가 급등합니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수출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출경쟁력이 떨어지니 제조업이 죽을 것이란 구도를 들먹이신 겁니다. 그런데 사실 그렇게 될 가능성은 없어요. 왜냐면 일본 제조업이 죽은 건 단순 엔고 때문이 아니거든요. 엔고 탓은 일본 경제를 말아먹고, 제조업을 결정적으로 골로 보내버린 일본 우익 정치인들의 시각을 그대로 받아들인 편협한 시각입니다.
엔고 상황에서도 일본 제조업은 2005년까지 여전히 최상위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일본 제조업이 망한 이유는 주된 소비재의 물결 변화를 전혀 예측하지 못해서입니다. 가전부분에서 디자인과 LCD물결을 타지 못했고, 스마트폰 물결에도 올라타지 못했으며, 데이터 시대임에도 통신 네트워크 장비 물결에도 뒤쳐졌습니다.
조선과 건설을 멋대로 사양산업이라 판정내리고, 조기 구조조정하여, 후발국의 추월을 허용했으며, 지나친 관치금융으로 경쟁력이 떨어진 좀비기업을 살려둔 덕분에 내수시장을 지나치게 많은 기업들이 나눠먹어, 혁신을 한 기업이 혁신을 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고 못했습니다. 그 덕분에 우량기업도 좀비기업마냥 몰락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다릅니다.
한국은 재벌기업이라 할 지라도 도태되면 서슴없이 구조조정됩니다. 채권자 합의로 십수년씩 살려두는 법 없습니다. 도태된 대기업이 차지하던 파이는 새로 나타난 신규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죠.
유니콘 기업의 출현 비율도 높고, 기존 강자들의 혁신속도도 빠릅니다.
따라서 원화가 강세를 보이더라도 제조업 경쟁력은 상당히 높게 유지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한국은 이미 닷컴버블이 저물던 시기에도 달러당 원화 환율 900원대를 유지하던 체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