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중국에 수출을 못하면 망한다느니, 중국 없으면 못 산다느니 하는 오직 무역통계수치 하나만 바라보는 극단적인 주장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무역통계만 보면 확실히 중국이 한국물건을 사주지 않으면 한국은 거지가 된다는 식의 극단적 인식론은 충분한 근거가 있는 소리지요. 단, 무역을 물건을 사고 판다는 1차원적인 시선으로만 볼때 말입니다.
기본적으로 무역이란 재화를 사고 파는 개념이 아닙니다.
홍콩과 싱가폴같이 해당 재화가 실제로 생산되고, 소비되는게 아니라 그저 거쳐가기도 하고, 또는 다른 재화로 재탄생하여 다른 국가로 보내지기도 합니다. 즉, 무역수지를 두고 단순히 물건 사고 판 통계라 볼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보지요.
원가 187.5달러짜리 아이폰 10대를 팔았을때, 미국의 아이폰에 관련한 무역수지는 수입 1,646달러가 됩니다. 무역수지로는 분명히 적자지요. 무역수지 통계만 보고 1차원적인 생각을 하면 미국은 중국한테 1,646달러를 손해본 거고, 중국은 1,646달를 벌어야 하지만, 실제 중국이 손에 쥐는 건 10대나 팔아 꼴랑 65달러입니다. 그럼 나머지 돈은 다 누가 가졌을까요?
아시다시피 아이폰을 팔면 실제 마진의 거의 전부 다는 애플이 가집니다. 무역수지상으로야 중국이 버는 것처럼 착각할 수 있지만 말이죠. 그리고 아이폰 판매에 있어 최대 수혜자는 중국이 아니라 의외로 다른 제 3자들이지요. 자, 여기서 모순이 드러납니다.
아이폰에 들어간 800달러어치 부품을 중국에 수출한 한국은 무역수지 통계상으론 분명 중국에게 수출을 한 것으로 기록됩니다. 당연히 통계만 보는 양반들은 <거봐라, 중국한테 수출하니 먹고 사는 거 아니냐?>라고 하죠. 그런데 아이폰에 들어간 800달러어치 부품을 중국이 사준 것인가요? 미국의 애플이 사준 것인가요?
중국에 아이폰 부품을 수출한 한국회사들은 중국에 수출은 했지만, 실상은 애플에게 부품을 판매한 것이고 대금 역시 미국회사인 애플에게서 받습니다. 즉, 무역은 재화가 오고 간 것을 기록하고, 그 가치만을 산정해 기록한 것에 불과합니다. 실제 물건을 사고 팔고, 그 대금이 오고가는 것을 기록한 것이 아닙니다. 무역 수출입을 두고 단순히 중국이 한국물건을 사주니 안 사주니는 그냥 통계를 착각한 소리란 뜻입니다.
이렇듯, 무역수지는 시장에 실제로 팔리는 최종재화의 가치를 전혀 반영하지 못합니다. 중국이 미국에게 막대한 무역수지흑자를 내지만, 실상 그 통계의 허상을 걷어내고 보면 중국이 막상 큰 이득을 얻는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실제로도 한-중간 무역수지와 부가가치 무역수지 통계를 보면 그 괴리가 생각 이상으로 심각합니다.
매년 무역수지 흑자를 내며 중국이 한국 물건을 사준다는 착각과는 달리 중국과의 무역을 통해 실제적으로 얻어내는 부가가치는 한때 적자로 돌아선 적도 있을 정도입니다. 무역규모에 비하면 부가가치가 참 보잘게 없는 수준이죠. 이유는 아시다시피 국제경제의 분업화에서 중국이 맡은 역할이 최종조립이기 때문입니다.
즉, 무역을 하면서 해당국가에게 가장 큰 부가가치를 남기는 것. 즉, 장사해서 제일 크게 이문을 남기는 건. 자국에서 제조한 최종소비재를 수출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제조한 자동차, 핸드폰, 텔레비젼등을 수출하는 것이 그 예겠지요. 즉, 중간재, 자본재가 아닌 최종소비재 수출비중이 해당 무역파트너의 경중을 판단하는 주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때문에 아이폰이란 재화를 생각할때, 혹자들의 착각과는 달리 미국은 상당히 큰 이익을 얻게 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미국은 애플을 종용해 그 생산라인을 미국내에 두려고 하지요. 이유야 앞에서 설명드렸지요?
아이폰의 예만 두고 생각해봐도, 결국 실질적인 부가가치는 결국 선진시장에서 파생됨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중국은 거쳐가는 시장인 거죠. 중국이 아이폰 조립을 위해 막대한 부품을 한국으로부터 조달하지만, 실질적으로 그 결제대금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회사가 주는 것이고. 실제마진 역시 마찬가지기 때문입니다.
실제 대중무역통계에서도 중국으로 수출하는 소비재 비중은 정말로 보잘 것이 없습니다. 4%미만이니까. 중간재와 자본재의 비중이 거의 전부 다라고 해도 좋을 정도인데. 또 그 중간재 및 자본재의 50%가량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법인이 가져가는 것이고, 중국내에서 한국법인이 생산한 중간재를 다시금 중국내 한국법인이 사용하는 비중이 50%가 넘는다고 하죠. 즉, 이런 저런 허수를 빼면 실제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낮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자, 중국의 무역수출에 관련한 그래프입니다.
빨간색은 중국전체의 수출액, 파란색은 외자기업 수출액입니다. 초록색은 중국전체 수출에서 외자기업이 담당하는 비중이죠. 2010년을 두고 보면 중국전체 수출의 67.9%를 외자기업이 담당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의 경제적 역할이 최종조립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한국이 중국에 수출을 한다면 확률적으론 6할가량의 확률로 중국이 아닌 중국진출 외자회사에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우린 중국에 대한 의존률이 높은 걸까요? 중국에 진출한 외자 회사들에 대한 의존률이 높은 걸까요?
실제적으로 볼까요?
한중간 무역총액 및 증가율입니다. 보시다시피 2009년에 크게 팍 꺾였고, 이후 제자리 게걸음을 치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의 GDP성장률입니다.
자, 이 두가지 통계를 보죠. 중국은 매년 최소 7%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대중무역이 꼬꾸라진 09년엔 8.7%나 되는 성장을 했고, 10년엔 10%가 넘는 고성장을 했는데, 2010년 무역총액은 겨우 2008년보다 조금 늘어난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즉, 중국의 경제성장률과 대중국 무역액은 서로 상관관계가 없다는 걸 확실히 증명했지요.
즉, 대중국 무역은 중국내수 혹은 중국경제의 부침과는 거의 유리된 상태라는 뜻입니다.
특히나 중국의 경제가 무역에 의존하는 비율이 줄어들면 들수록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는 악화 혹은 게걸음을 치고 있습니다. 즉, 대중국 무역은 중국의 소비시장과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다는 뜻이죠.
그런데 오히려 한-중간 무역추이 그래프는 미-중간 무역 그래프와 동기화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의 대미국 수출이 타격을 받았을 당시에 한국 역시도 타격을 받았고, 그 이후의 움직임은 중국의 대미국 수출그래프와 유사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즉, 무역을 <물건 사고 파는 것>으로 결부하는 사람들 논리에 따르면 "한국이 중국에게 물건을 많이 팔려면, 중국이 미국에 물건을 많이 팔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중국에게 의존하는 것인가요? 미국에게 의존하는 것인가요?
지표상으론 미국의 그것에 연동되는 상태인데 말이죠?
오늘도 경제뉴스에선 중국시장이 죽네마네 하고 있지요. 그러면서 위기의식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 이게 전부 다 바람넣기 같습니다. 몇년전 경제뉴스들이 신바람 넣게 불어넣는 게 결과론적으론 다 개미허리 분질러 먹기, 서민 등골 털어먹기의 통계적 이론적 여론적 근거가 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전혀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은 중국 GDP성장률과 전혀 상관없이 움직이고 있는데, 중국 GDP성장률이 떨어지면 한국 GDP성장률이 타격받는다는 개소리가 태연하게 나오고 있는 이 나라 경제뉴스를 보면 참으로 욕이 나와서 말이죠.
무역수지 통계는 어느 한 단면을 비추는 거울에 불과합니다.
해당 통계는 결코 한-중간의 실질적 경제관계 모두를 투영해주는 물건이 아닙니다. 오히려 진실을 가리는 차양막에 가까운 허수 통계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