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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1-01-06 21:18
[잡담] 세계은행의 경제전망과 또 다른 걱정거리
 글쓴이 : 귀요미지훈
조회 : 2,746  

1월5일자 세계은행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입니다.



내용이 워낙 방대해서 성장률 전망치와 세계은행 최고임원들이 언급한 내용만 번역해 올려봅니다.



캡처.PNG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12월 발표한 'OECD 경제전망'과 거의 비슷합니다.
(OECD 경제전망 궁금하신 분들은 지난 번 제가 올린 글 참조 -> 링크)





세계은행 총재 David Malpass

세계경제가 약하지만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여전히 취약한 글로벌 경기회복이 추진력을 얻어 높은 성장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 위해선
정책당국은 공중보건, 부채관리, 재정정책, 중앙은행 구조개혁 등 엄청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팬데믹의 영향과 그로 인한 투자위축을 극복하기 위해선
사업환경의 개선, 노동시장과 상품시장의 유연성 제고 그리고 투명성과 관리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세계은행 부총재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 Carmen Reinhart

2020년 위축된 경제로 인해 
많은 신흥경제국들과 개발도상국들의 가계와 기업이 큰 충격을 받음으로 인해
이들 국가들의 취약한 재정 또한 고심해야 할 문제이다.



세계은행 부총재 대우 Ayhan Kose

팬데믹이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들의 부채 위험을 상당히 가중시켰다. 
낮은 성장률 전망은 부채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동시에 채무자들의 상환능력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다.
최근 누적되고 있는 채무가 연쇄적인 채무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세계는 신속하고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또 한 번의 '잃어버린 10년'이 발생한다면 개발도상국들은 이를 감당할 수 없다. 




-------------------------------------------------



이 사람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건지 그 배경에 대해 간단하게 썰 한 번 풀어보겠습니다.



위 세 명이 공통적으로 직간접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문제가 바로 '부채'문제인데
특히 '신흥경제국과 개도국의 부채'입니다.
팬데믹을 잡기 위한 정부지출은 느는데 반해 민간(가계, 기업)의 소득과 정부세입은 줄어 
부채가 증가한다는 얘기인데
이 부채는 국가와 정부 차원에서 보면 외채 또는 재정적자가 되겠고,
민간 차원에서 보면 가계와 기업의 부채(금융권의 부실채권 증가)가 될텐데요.


최근 백신이 나오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슬슬 생기기 시작하자,
향후 세계 경기회복에 있어 신흥국과 개도국의 이런 부채 문제가 걸림돌이 될 것이다라는
얘기들이 최근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비단 세계은행 전망 뿐만 아니라 어제 끝난 '전미경제학회'에서도 여러 경제학자들이 언급한 부분입니다.
백신이 나와서 경기회복의 기대가 있지만 끝난게 끝난게 아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엄청나게 늘어난 '부채'와 더욱 심화된 계층간, 국가간 부의 '불평등'이 만들어낼 
악재가 남아 있다는 얘기인데 이를 '부채의 역습', '불평등의 역습'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 결과 위에 제가 빨간색으로 표시한 '잃어버린 10년'이란 것이 또 생길 수 있다고 걱정을 하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잃어버린 10년은 부채(외채)와 인플레로 인해 1980년대 내내 
마이너스 성장을 한 라틴아메리카의 사례를 말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돈이 엄청나게 풀렸는데 다 빚이고, 이렇게 풀린 돈이 인플레를 초래했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작년 6월에 블룸버그에서 이런 얘기를 한게 생각이 나는 대목입니다.

"역설적이게도, 
부자 나라들은 (팬데믹)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지출(시중에 돈 공급)을 더 많이 할 수록
그들은 엄청난 부채에 대해 낮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지만,
신흥국가들의 경우엔 (똑같이 할 경우) 화폐가치가 폭락하기 때문에 이자율이 오른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부채위기로 또 한 번의 '잃어버린 10년'을 맞이하고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미국같은 기축통화국, 준기축통화국들, 미국과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일부 선진국들,
(또는 경제가 튼실하고 부채가 적고 외환보유고가 넉넉한 일부 선진국들)의 경우엔
원래 국가신용이 높고 거기에 더해 지들끼리 낮은 이자로 언제든지 돈을 빌리고 빌려줄 수 있게
미리 약속까지 해놔서 서로 신용을 받쳐주고 있으니 
외채 걱정없이, 부채 걱정없이, 환율이 요동칠 걱정없이, 외국자본이 빠져나갈 걱정도 없이 
금리 낮추고 돈을 엄청 풀어서 경기를 부양한 후, 경기가 회복되어 인플레가 생길거 같으면
다시 금리를 올려 인플레를 막으면 됩니다.
이렇게 부자나라에서는 경기부양을 위해 맘놓고 금리를 낮출 수 있으니 위 블룸버그에서 말한대로
엄청난 부채를 가진 경우라도 적은 이자를 지급할 수 있겠지요.


위에 언급한 '부자나라들'의 경우와 달리 신흥국들이나 개발도상국들의 경우엔,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돈을 풀자면 무슨 문제들이 생기냐면,
외부에서 땡빚을 내야 하니 외채가 늘거나, 외채를 안 빌리고 하려니 재정적자가 늘어
안 그래도 약한 국가 신용이 더 약해지고 (예 : 얼마 전 말레이시아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었죠),
또 돈을 풀려면 금리도 낮춰야 하니
약해질대로 약해진 국가 신용(돈 떼일 확률 상승)과 낮아진 금리(투자수익률 하락) 때문에 
외국자본(달러)이 빠져나가 자국 돈의 가치가 폭락(환율 급상승)하고, 
소비위축으로 인해 줄거나 사라진 생산(공급)능력이 회복이 안 된 상태에서 
돈(소비수요)만 많이 늘어나니 인플레가 생깁니다.


명목금리가 낮아진 상태에서 인플레(물가상승)까지 생기면 
투자수익의 실질적인 가치인 실질금리(=명목금리-물가)가 엄청나게 떨어지죠.
그러니 외국자본의 이탈은 더욱 가속화되고, 국내자본마저 외국으로 도피하게 됩니다.
이러니 경제가 회복이나 성장은 커녕 더 어려워지게 됩니다.

(※ 물론 화폐가치가 떨어진 이 때가 기회다 싶어 역으로 들어가는 외국자본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나라들은 기초체력이 좋은데 일시적으로 외자가 이탈하고 환율이 요동칠 뿐
금새 회복할거라 추후 투자수익(환차익, 매매차익)을 얻을 수 있다라는 예측이 가능한 
몇 안되는 일부 신흥국들뿐입니다.)


따라서 이런 사태(자본이탈)를 막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금리를 올려야 합니다. 
위 블룸버그에서 말한 신흥국과 개도국의 화폐가치 폭락으로 이자율이 오른다는 얘기가 
바로 이 얘기가 되겠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금리를 낮춰 돈을 풀어도 모자랄 지경에서 역으로
금리를 올려버리면 자본이탈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겠지만
금리를 올린 댓가로 시중에 돈이 부족해져 역시나 경기 회복은 어려워집니다.
요즘 한창 떠들썩한 현대화폐이론 MMT에서는 이를 두고 
"외자(외국 투기자본)를 위해 국내경제를 희생시킨다"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금리를 내려도(시중에 돈을 풀어도) 문제, 올려도(시중의 돈을 축소해도) 문제가 생기는 셈입니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경기부양에 성공한 채권국(선진국)들이 자국내 인플레를 막기 위해 점차 금리를 올리면서 
국제금리가 올라가면 신흥국과 개도국은 (가뜩이나 어려워진 내부 경제사정으로 돈 나올 구멍이 없는데) 
채권국가들로부터 빌린 외채에 대한 이자부담까지 더 가중되어 결국 외채상환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고
결국 에라~모르겠다 나 빚 못갚으니 배째라 라며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국가들도 나오게 됩니다.


이렇게 신흥국, 개도국들이 무너지면 이들 나라들에 상품과 서비스 팔아묵고
돈 빌려주고 이자 뜯어 먹어야 하는 선진국들도 큰 타격을 받기 때문에 애간장이 바싹바싹 타겠죠?


위 세계은행 세 양반은 물론 경제분야에서 방귀 좀 뀐다는 양반들이 
현재 슬슬하고 있는 걱정이 바로 이 점이 되겠습니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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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요미지훈 21-01-06 21:20
   
보고서 전문 보고 싶은 분들은 아래 링크 누르시면 됩니다.(PDF 파일)
https://openknowledge.worldbank.org/bitstream/handle/10986/34710/9781464816123.pdf
     
킹크림슨 21-01-06 21:56
   
까막눈이라 요약해준 내용으로 만족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귀요미지훈 21-01-07 10:23
   
안보시길 잘하셨어요.
사실 다 보려면 정신건강에 상당히 안 좋을것 같기도 하고
눈도 빠질거 같아서 저도 다는 안 봤어요 ㅎㅎ
               
유기화학 21-03-31 17:39
   
222
후후후후후 21-01-06 23:47
   
위기 상황이 올 수록 부익부 빈익빈이 가속화 되다가 뻥 터지는...
뻥 터지는게 가장 무섭네요.. 뭘로 터질지..
     
귀요미지훈 21-01-07 10:27
   
좋은 지적 해주셨네요.
위에서 언급한 부자나라-신흥국&개도국처럼 국가간 불평등 문제도 있지만,
사실상 부자나라에서도 평소에는 크게 부각되지 않던 소득계층간 불평등이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는 더 심화되고 이게 경제적 사회적으로 오랫동안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기화학 21-03-31 17:39
   
22
기드맨 21-01-07 16:26
   
프린터 해서 읽어보려고 다운 받았다가 열어보니 240페이지가 넘는... 요약으로 갈음하겠습니다.
     
귀요미지훈 21-01-08 12:10
   
네...너무 길죠..ㅎㅎ

그리고 우리나라에 대한 얘기는 나오지도 않구요
     
유기화학 21-03-31 17:39
   
ㄷㄷㄷㄷ
MaxiRobes 21-01-07 16:59
   
잘 읽었습니다~~
날로 먹어서 미안하지만 계속 부탁 드립니다 굽신굽신~~
     
귀요미지훈 21-01-08 12:10
   
감사합니다~
     
유기화학 21-03-31 17:40
   
222
carlitos36 21-01-08 10:04
   
코로나가 가난한 나라에게는 여로모로 재앙이네요.
     
귀요미지훈 21-01-08 12:11
   
네. 예나 지금이나 위기 때는 없는 사람들이 더 힘든건 불변인거 같습니다.
     
유기화학 21-03-31 17:40
   
22
스테판 21-01-08 15:56
   
지금 신흥국 개도국 문제만이 아니라 선진국들 본인들도 돈 풀어도 경제회복 힘들고 부채감당 못하는 나라 많이 나올꺼 같아요.  이번 팬데믹후에  경제회복 중에 리먼사태급의 이벤트 하나 큰건 터질듯  올해 말쯤 봅니다
     
귀요미지훈 21-01-08 16:22
   
좋은 의견이십니다.
현재 선진국들 중에도 상당기간 회복하지 못할 나라들이 나올 거라는 점 저도 공감합니다.
     
유기화학 21-03-31 17:40
   
222
에페 21-01-22 16:44
   
매번 생각지도 못한 좋은 글 잘 보고 가요
     
유기화학 21-03-31 17:41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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