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특정 걸그룹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님을 먼저 전제합니다
19세기 생물학의 뉴턴이라 불리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의 핵심은 "적응과 도태" 두가지 핵심 요소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즉 환경에 적응하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생물학의 종은 살아남지만 그렇지 않은 종은 결국 도태된다는
이론입니다
세계 5대 축구리그 중 가장 인기있는 리그는 영국의 "프리미어리그(EPL)" 입니다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 는 가장 수준높은 리그로 분류되지만.. 영국의 EPL이 가장 인기있는 이유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로 양분되는 라리가에 비해 EPL은 4~6개의 더 많은 상위권 팀을 보유하고
매년 엎치락뒤지락 경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K-pop 걸그룹은 언젠가 부터 "걸크러쉬" 계열과 "러블리" 계열로 양분되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진보와 보수처럼 걸크러쉬와 러블리의 두개의 스펙트럼 양극단을 두고.. 그 사이에 K-pop 걸그룹들이
어딘가에 위치해 있는 모양새 입니다
일반적으로 YG계열의 2NE1과 블랙핑크가 걸크러쉬 스펙트럼의 극단에 위치하고..
에이핑크와 여자친구가 러브리 스펙트럼의 극단에 위치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JYP가 이번에 론칭한 신인 걸그룹 "잇지"는 걸그룹의 구분상 걸크러쉬 계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유튜브 조회수가 증명하듯 잘 준비되고, 잘 만들어진 걸그룹과 노래라는 것을 확인하셨을 것 입니다
모두 알고 있겠지만 JYP의 걸크러쉬 계열 걸그룹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미 수지로 대표되는 걸그룹인 "미쓰에이"를 론칭한 바 있었고.. 대박은 아니지만 중박 수준은 됐습니다
트랜드에 민감한 JYP 입장에서 K-pop 뿐 아니라 세계 POP시장의 흐름상 러블리 계열 보다는
걸크러쉬 계열이 더 수요가 많고, 확장 가능성도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 입니다
특히 원더걸스로 미국시장에서 실패를 맛본 JYP로서는 자신의 삶 안에서 유일한 실패라 할 수 있는
미국시장 재도전을 위해 걸크러쉬 계열 걸그룹이 반드시 필요한 것 입니다
결국 JYP에게 있어서 러블리 계열의 걸그룹은 아시아시장 공략을 위한 자본축적의 개념에서 접근한다고
볼 수 있고,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것은 "방탄소년단" 이 아닌 "방탄소녀단" 수준의 미국을 필두로
전세계적으로 사랑 받을 수 있는 K-pop에 국한되지 않는 POP스타 걸그룹을 만들고자 하는 것 입니다
물론 이번에 론칭된 잇지 또한 대중성을 강조하다 보니 정통 걸크러쉬 계열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점이 있고, 본격적인 북미시장 공략을 위한 걸그룹은 아닌.. 과도기적 성격을 지닌
걸그룹이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K-pop 그룹들은 데뷔곡을 통해 해당 그룹이 지향하는 바를 파악 할 수 있습니다
잇지는 미쓰에이 보다는 조금 더 걸크러쉬 계열에 가까우면서도 대중성을 잃지 않기 위해 단순하게
반복되는 비트와 멜로디 라인의 완성도를 높인 퓨전팝 노래를 데뷔곡으로 들고 나왔습니다
아마도 향후 잇지의 노래들도 현재수준을 유지하게 될 것으로 보이고,
현재 트와이스-블랙핑크-레드벨벳으로 삼분되는 3강체제에 비집고 들어가기 위한
틈을 서서히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불과 데뷔 3개월 밖에 차이나지 않는 잇지와 아이즈원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음악적으로 서로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것도 있지만 잇지의 데뷔곡에서 느껴지듯 "준비된" 웰메이드 노래와..
반대로 아이즈원은 상당히 "급조된" 느낌이 강하다는 것 입니다
전세계적으로 볼때 걸크러쉬 계열의 선호도가 러블리 계열을 압도하지만.. 아시아 시장만 특정해서
본다면 결코 러블리가 걸크러쉬에 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재 아이즈원이 추구하는 음악은 "러블리" 계열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입니다
굳이 정확히 구분하자면 과거 초기 K-pop의 수준의 비트와 멜로디 라인에 따른 "과거의 러블리"
계열이라고 특정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아이즈원 멤버 12명의 문제라기 보다는 전체적인 론칭을 주도했던 CJ가 JYP만큼 치밀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프로듀스48 종영 이후 단 2개월 만에 아이즈원은 론칭되었고.. 이는 결국 연말 가요제 시장식을
의식했다고 볼 수 밖에 없으며.. 시상식에서 주어지는 신인상 갯수를 타이틀로 일본시장 도전을 위한
이력만들기 수순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게다가 아이즈원이 한국에서 발표한 "라이앙로즈"와 일본에서 발표한 "좋아한다고 말하게 하고싶어"
2가지 타이틀곡 간의 괴리가 방증하듯.. 도대체 아이즈원이 추구하는 음악이 무엇인가??
쉽게 가늠 할 수가 없습니다
일부 아이즈원 골수팬덤은 좋은 의미로 해석해서 철저하게 현지화를 추구했다고 주장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치더라도 양곡이 각자 풍기는 뉘앙스 조차 정체성이 모호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이즈원은 일본에서의 인기를 발판으로 한국에서도 괜찮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특히 아이즈원과 신인상을 두고 다투었던 "(여자)아이들"은 전형적인 걸크러쉬 걸그룹이기 때문에
이번 잇지의 론칭으로 팬덤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은 분명해 보이고.. 그것이 상대적으로 아이즈원의
위상 재고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볼 때 정체성이 모호한 그룹이 롱런하거나 좋은 인상으로 남은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의 적응과 도태는 K-pop 시장 안에서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고.. 아시아 시장을 넘어
세계적 흐름에 부합하기 위해 러블리에 국한되지 않고.. 새롭게 걸크러쉬를 추구하며 론칭된
잇지와 JYP는 결국 안주가 아닌 도전과 적응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과거의 K-pop.. 현지화라는 미명하게 철저하게 일본에서 다운그레이드 된 음악을 선보인
아이즈원의 행태는 생물학적 적응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의미하고 결국 유튜브 조회수가 증명하듯
지금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면 갈수록 더 도태되어 갈 것 입니다
아이즈원은 지금이라도 뚜렷한 아이덴티티를 드러내고 스스로를 증명해야 합니다
굳이 일본시장에 주력하겠다면.. 현지화를 통한 기존 일본시장 음악을 반복하는 수준을 넘어서
일본시장을 리드 할 수 있고, 아시아 시장에서 여전히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러블리 계열의
끝판왕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K-pop 걸그룹은 3강 3중 정도의 시스템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트와이스를 정점으로 블랙핑크와 레드벨벳이 3강을 형성하고 있고...
그 아래 여자친구와 에이핑크, 모모랜드 등이 3중 정도를 형성하는 구조 입니다
하지만 잇지와 아이즈원의 출현으로 상당부분 구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잇지는 데뷔곡이 나름 연착륙하는 느낌이고.. 향후 빠른시간 안에 데뷔곡을 넘어서는 차기작을
내놓는 다면 3강을 파고들 수 있는 내공이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마찬가지로 아이즈원의 경우 실망스러운 데뷔곡과 더 실망스러운 일본앨범을 뒤로하고..
2019년 새로운 한국앨범의 타이틀곡으로 K-pop다운 뚜렷한 색깔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일본에서의 인기를 발판으로 확실하게 3중 구도에 안착 할 수 있을 것 입니다
뻔한 라리가의 레알과 바르샤의 우승경쟁이 아니라 맨유, 맨시티, 리버플, 토트넘, 첼시, 아스널 등
기라성 같은 강팀들이 우승경쟁을 하는 EPL이 더 많은 흥미와 재미를 주듯... 특정 걸그룹이 독식하는
K-pop이 아닌 뚜렷하고 다양한 색깔의 완성도 높은 강한 걸그룹들이 즐비한 K-pop이 될 때 더 많은
해외팬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쏠릴 것 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K-pop을 위해 잇지와 아이즈원의 2019년 성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