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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5-21 03:33
[정보] 하버드생 1200명 휘어잡은 싸이의 80분 애드리브
 글쓴이 : doysglmetp
조회 : 3,124  

 

하버드생 1200명 휘어잡은 싸이의 80분 애드리브

조선비즈|제니퍼 염|입력2013.05.20 16:12|수정2013.05.20 20:06
 
미국 보스턴은 하버드대와 MIT로 대표되는 명문대가 모여있는 동부 지성의 중심이다. 최근 글로벌 스타로 떠오른 싸이가 이곳 하버드 캠퍼스에서 강연하면서 화제가 됐다. 그로부터 1주일이 지난 지금, 학생들은 지금도 싸이 강연을 떠올리곤 한다고 한다. 현재 하버드대 한국근대사 전공 박사 과정인 제니퍼 염(29)씨가 그날 강연의 상세한 스케치와 후일담을 조선비즈에 전해왔다. 전문을 소개한다. 한국계 미국인인 제니퍼 염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나고 자라 웰슬리 칼리지에서 역사를 전공했다. <;편집자 주>;
 
 
↑ 싸이 하버드대 방문./싸이 트위터
 
 
◆ 기말시험 기간 앞두고 '진짜 싸이' 보러 온 하버드생들

하버드대 캠퍼스에 싸이라는 이름의 한국 스타(본명 박재상·36)가 방문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싸이의 강연이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솔직히 그가 하버드에서 얼마나 흥행몰이에 성공할지 반신반의했다. 1년 전만 해도 하버드대 학생들의 99%는 '싸이'라는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더구나 시기도 최악이었다. 학사 일정의 막바지, 학생들은 여름 방학으로 돌입하기 전 기말 시험과 리포트 제출 마감이라는 혹독한 주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일 년 중에서도 가장 스트레스가 심한 주 중의 하나로 꼽히는 '읽기 주간'. 이 기간 보통 학생들은 기말 시험을 준비하느라 도서관이나 기숙사 방에 파묻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수업도 없고 대부분의 활동도 취소된다.

이런 불리한 시기인 5월 9일, 싸이는 캠브리지에 나타났다. 놀라웠다. 아마 그날 학생들이 그 자리에 모인 것만 봤다면 학생들이 그렇게 긴장감 높은 주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고는 도저히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1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강연장인 메모리얼 처치에 모여들었다. 하나 같이 기대에 찬 모습이었다.

메모리얼 처치는 하버드 캠퍼스 내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건물 중 하나로 꼽힌다. 원래 그날 강연은 행사를 주관한 한국 연구소가 있는 건물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200명 정도만 수용할 수 있는 행사장에 정작 입장권 추첨 신청자는 1200명이 넘게 몰리면서 학교측은 마지막 순간, 장소를 보다 넓은 곳으로 옮기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싸이와의 대화'. 행사 이름은 그렇게 내걸렸다. 내용도 그대로였다. 싸이라면 으레 떠오르는 특유의 음악도 춤도 퍼포먼스도 없었다. 싸이는 이날 음악도 춤도 공연도 따로 보여주지 않았다. 그저 강연이었다. 하지만 단언컨데 강연 이상이었다.

행사는 오후 6시 30분쯤 시작됐다. 하지만 이미 5시 30분쯤 됐을 때부터 메모리얼 처치의 좌석 대부분이 찼다. 각자 손에 아이폰과 아이패드, 디지털 카메라를 챙겨 든 학생들은 들떠 있었다. 사회자가 소개말에서 '사진을 찍어도 좋다. 원하는 만큼 싸이 사진을 찍어도 좋다'고 하자 학생들 분위기는 날아갈 듯했다.

싸이가 강단에 서기 전, 먼저 하버드대 동아시아사 교수 2명의 짧은 강연이 있었다. 어쨌거나 이날 행사도 학교내 학술 행사였기 때문이다. 교수들은 최근 떠오르는 한류가 한국 경제에 어떤 중요성을 갖는지에 대해 소개했다. 또 21가지 사례를 들어가며 오늘날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데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또 오늘날 한국의 유망한 청소년들이 K팝 스타가 되기 위해 12~13세 때부터 준비를 시작한다는 얘기도, 외모와 식생활부터 교육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세심하게 기획해서 만들어내는 한국 시스템의 장단점에 대해서도 말했다. 하지만 이 모든 강연이 나름대로 대단히 흥미로운 것이었다고는 해도 그것은 그 뒤에 있을 싸이의 메인 무대의 매력에 비하면 어디까지나 조연에 지나지 않았다. 학생들의 관심은 모두 싸이의 강연에 가 있었다.

◆ "한국연구소가 하버드 중심이 된 건 사상 처음일 걸"

솔직히 나도 놀랐다. 싸이가 한국 유학생들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모여든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로부터 그만한 주목을 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했다. 이날 모여든 청중은 실로 다채로웠지만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다들 '강남 스타일'은 알고 있었다. 나와 같이 간 한국사 전공 동료들은 이런 농담까지 했다. "아마 한국 연구소가 캠퍼스 생활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하버드 사상 이날이 처음이자 유일한 날일 걸." 그 말은 옳았다.

수 년 전 박근혜 현 대통령이 하버드대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날 기억이 생생하게 난다. 그날은 행사장 앞에 오늘처럼 긴 줄이 서지는 않았다. 그저 그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이제는 신분이 바뀐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하버드를 방문한다면 그때와 상황이 다를까? 나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본다. 한 하버드생이 말했다. "만약 김정은이 방문했다면 지금 싸이만큼 사람들이 많이 왔을지도 모르지."

그러면 싸이의 강연은 이날 한껏 부풀어 오른 학생들의 관심과 기대를 충족시켰을까? 물론이다. 그는 학생들의 기대를 충족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 이상으로 해냈다. 솔직히 말해 나를 포함해 우리 중 일부는 이날 행사에 대해 다소 회의적이었다. "싸이가 무엇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겠어?" "그가 뭐 특별히 더 보여줄 만한 개성이란 게 있겠어?" "말춤을 추고 강남에 관한 우스운 노래를 부른 사내 이상으로 뭐 특별히 기대할 게 있을까?"

그런 예상들은 모두 다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싸이는 이날 그의 뮤직 비디오를 장식하면서 트레이드 마크가 된 우스운 턱시도는 입지 않았다. 그저 심플한 검정색 수트 차림이었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핑크 커프스와 선글라스를 착용하긴 했다) 그가 이야기 중간에 선글라스를 벗자, 청중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또한번 사진 폭죽을 터뜨렸다. 이거야 말로 진짜 싸이 아닌가. 우리는 이렇게 가까이에서 싸이의 인간적인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 특별한 기회라고 느꼈다.

그의 이야기는 1시간이 넘게 계속됐다. 메모리얼 처치 안은 쉴 새 없이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싸이로서는 14년 만의 보스턴 '귀향'이었다. 그는 1996년부터 2000년까지 보스턴대와 버클리 음대에서 공부했다. 첫 소감은 '묘하다(weird)'였다.

◆ 미국 처음 왔을 때 설사 해프닝 "아이 해브 워터 싯"

그는 먼저 자신의 '보잘 것 없음'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만 해도 그저 "택시, 버스, 다이아몬드 정도 외에는 영어 단어도 몇 마디 할 줄 아는 게 없었다"고 했다. 그가 미국에 온 후 이틀째 되던 날이었다고 했다. '기겁할 일'이 일어났다. '무시무시한' 설사가 도진 것. 그는 그때만 해도 영어로 그 단어가 무언지 몰랐다. 무조건 가까운 약국으로 달려갔다. 하얀 약사복을 입고 있던 점잖은 약사에게 다급하게 설명했다. "익스큐즈 미, 아이 해브 워터 싯(I have a water shit), 아이 헤브 워터 싯." 순간 청중석은 빵 터졌다. 나는 학생들이 그날 그때 만큼 그렇게 큰 소리로 격하게 웃는 것을 예전에 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이는 놀라울 정도로 지적인 면이 있었다. 그가 그 당시 약사가 자신의 즉흥 영어를 듣고서 곧바로 무얼 뜻하는지 이해 시킬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 그가 세계 전역의 외국 청중들이 한국어를 한 마디도 모르면서도 강남 스타일을 따라부르게 만들 수 있었다는 사실을 관련지어 설명하는 걸 보니 달라 보였다. 그는 엔터테인먼트와 음악에 있어서 의미라는 것은 꼭 말로 전달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느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하버드생들 눈에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가 참 솔직하고 이야기에 허세나 가식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그는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마음 속에 있는 말을 하는 것 같았다고들 했다. 싸이는 보스턴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그는 그때를 회상하며 "내가 지금처럼 하버드대에서 학생들로 가득한 방에서 강연을 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니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반문했다. 폭소가 터졌다. 그는 "여러분 모두가 너무 똑똑해 보인다"고도 했다. 그 순간 우리 중 많은 학생들은 각자 마음 속에는 장래 경력을 위한 진로 선택의 압력에 가위눌리고 있는 자신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싸이의 부모님이 아들로부터 인생에서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겠다고 결심한 말을 듣고는 너무나 상심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다들 함께 웃었지만 머리 속에는 여러 생각들이 교차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하버드 학생들은 평소에도 성공에 대한 강박에 시달린다. 미국 사회에서 엄격하게 정의 내려진 기준과 끊임없이 분투한다. 그런 상황에서 싸이의 인생 스토리는 환상처럼 각자의 마음을 때렸을 것이다. 싸이는 대수롭잖게 자신의 앞으로 남은 목표들을 이야기했지만 학생들로서는 어떤 면에서 경탄할 만한 내용들이었다. 너무나 현실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싸이는 자신의 희망이 세상을 바꾸는 것도, 심지어 한류 문화의 특별 대사가 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저 자신의 꿈은 가능한 한 유튜브 히트를 많이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또 한번 폭소가 터졌다.

◆ "내 꿈은 한국 대표 가수도, 한류 문화 대사도 아닙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감상해 줄 글로벌 팬 기반이 생겼으면 한다고 했다. 그의 목표는 K팝을 세계에 소개하는 것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 가수가 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저 최소한 5~6개의 히트곡을 만들어 내 자신만의 콘서트를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리고 청중에게 이런 말을 했다. "여러분, 여러분은 제가 한국인이라서가 아니라 5~6개의 히트송을 가진 가수이기 때문에 제 콘서트에 저를 보러 와야 합니다."

강연이 끝난 후 내 옆 자리에 앉은 학생들 중 하나가 내게 말했다. "그는 뭔가 다른 유형의 한국인인 것 같아. 느긋하면서, 남들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별로 게의치 않잖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싸이가 한국을 위한 문화 대사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그는 월드 스타인 김연아나 배용준과는 달리 자신의 불완전함을 솔직히 인정하는 방식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어가고 있는 듯 보인다. 그 자신을 우스개 소재로 삼을 만큼 청중을 편안하게 만들 줄 안다. 그럼으로써 싸이는 하버드생들에게 또다른 유형의 한국인 스타상을 보여줬다. 팬들에게 반드시 전형적인 롤모델일 필요는 없으되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한 스타 말이다. 두려움 없이 자신감을 가지고 남들의 비웃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진취적으로 나아가는 자세, 그리고 사회적 기대에 연연하지 않고 인생에서 자신만의 길을 갈 수 있는 용기 말이다. 그 점 때문에 우리 모두는 그날의 싸이에게 오히려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됐다.

강연 말미, 싸이는 자신의 미래 계획에 대해 들려줬다. 그는 '원 히트' 깜짝 스타로 남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가 강남 스타일 후속곡으로 젠틀맨을 택한 이유 중 하나도 강남 스타일의 스타일이란 단어처럼 젠틀맨이란 단어에 보편적인 의미가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도 젠틀맨이 빌보드 순위에서 33위까지밖에 오르지 못한 데 대해서는 처음에 약간 실망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자세를 가다듬었다. "실망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깜짝 놀랐어요. 내가 미친 것 아냐?" 곧바로 이어 말했다. "아닙니다. 저는 빌보드 33위씩이나 차지한 겁니다.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청중에서 다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싸이는 자신의 음악이 계속 인기를 얻도록 하기 위해 아마도 지금부터 이전보다 훨씬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자신도 강남 스타일의 성공을 '우연한 사건(accident)'라고 했다.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더 겸손해져야 한다"고도 했다. 그의 말대로 이제 또다시 그렇게 '쉽고 완벽하게' 이뤄지는 일은 드물 것이다.

◆ 싸이가 쏜 비빔밥에 배부른 하버드생 "오길 잘했다"

싸이가 돌아간 다음 주에도 캠퍼스에서 하버드생들은 삼삼오오 그날 강연을 떠올리곤 했다. 합의점이 뭐냐고? 내 귀에 들려온 가장 공통된 소감은 이런 것들이었다.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았다."

"정말 유쾌하고 재밌었다."

"그는 모든 것에 대단히 솔직했다."

"정말 좋은 대중 강연자였다."

한 학생은 물었다. "싸이가 만약 한국인이 아니었다면 이 정도 국제적인 명성을 얻을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니? 그저 다른 아시아인, 일본인 혹은 중국인, 남아시아, 필리핀인이었다면?" 이런 질문을 하는 학생 그룹은 싸이가 한국 국적이었다는 사실이 폭발적인 인기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실제로 싸이의 뮤직 비디오는 유튜브에서 완벽한 시점에 등장했다. 세계에서 K팝에 대한 관심이 한창 고조될 시점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싸이는 K팝의 전형과는 달랐다. 내가 보기에 그는 한국의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선전하려고 애쓰는 '붕어빵' 같고 로봇 같은 K팝 그룹과는 다른 대안적인 모델을 대표했다.

싸이의 강연이 그날 완벽하게 부드럽게 흘러갔으면 아마도 그만한 반향을 낳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는 따로 준비한 원고도 없었다. 스스로 "하버드에서 미리 준비한 원고 없이 강연하는 사람은 아마도 내가 처음일 것"이라고 했다. 이야기 도중에는 가끔씩 주제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당초 강연 시간을 지나 20분이 넘도록 계속했다. 주최측이 이제는 정리할 시간이라고 쪽지를 전해줬을 때도 그는 쪽지를 힐끗 읽은 후에는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계속한 후 끝을 맺었다. 질의응답 시간은 짧게 끝날 수밖에 없었다. 적잖은 학생들이 질문을 하지 못해 실망했다. 하지만 결국 크게 개의치는 않는 모습이었다. 그만큼 그는 강연 시종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우리는 기립 박수를 했다. 그는 강연이 끝난 후 우리에게 비빔밥을 샀다. 한국 음식 체인점인 '비비고'에서 한껏 배를 불린 학생들은 늦게 귀가했다. 이날 함께했던 하버드생들은 생각이 다들 비슷했을 것이다. '진짜 싸이'가 하버드에 온걸 보기 위해서라면 몇 시간 공부 시간을 뺏긴 것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고 말이다.
↑ 싸이 하버드대 방문./싸이 트위터
 
 
◆ 기말시험 기간 앞두고 '진짜 싸이' 보러 온 하버드생들

하버드대 캠퍼스에 싸이라는 이름의 한국 스타(본명 박재상·36)가 방문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싸이의 강연이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솔직히 그가 하버드에서 얼마나 흥행몰이에 성공할지 반신반의했다. 1년 전만 해도 하버드대 학생들의 99%는 '싸이'라는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더구나 시기도 최악이었다. 학사 일정의 막바지, 학생들은 여름 방학으로 돌입하기 전 기말 시험과 리포트 제출 마감이라는 혹독한 주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일 년 중에서도 가장 스트레스가 심한 주 중의 하나로 꼽히는 '읽기 주간'. 이 기간 보통 학생들은 기말 시험을 준비하느라 도서관이나 기숙사 방에 파묻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수업도 없고 대부분의 활동도 취소된다.

이런 불리한 시기인 5월 9일, 싸이는 캠브리지에 나타났다. 놀라웠다. 아마 그날 학생들이 그 자리에 모인 것만 봤다면 학생들이 그렇게 긴장감 높은 주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고는 도저히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1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강연장인 메모리얼 처치에 모여들었다. 하나 같이 기대에 찬 모습이었다.

메모리얼 처치는 하버드 캠퍼스 내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건물 중 하나로 꼽힌다. 원래 그날 강연은 행사를 주관한 한국 연구소가 있는 건물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200명 정도만 수용할 수 있는 행사장에 정작 입장권 추첨 신청자는 1200명이 넘게 몰리면서 학교측은 마지막 순간, 장소를 보다 넓은 곳으로 옮기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싸이와의 대화'. 행사 이름은 그렇게 내걸렸다. 내용도 그대로였다. 싸이라면 으레 떠오르는 특유의 음악도 춤도 퍼포먼스도 없었다. 싸이는 이날 음악도 춤도 공연도 따로 보여주지 않았다. 그저 강연이었다. 하지만 단언컨데 강연 이상이었다.

행사는 오후 6시 30분쯤 시작됐다. 하지만 이미 5시 30분쯤 됐을 때부터 메모리얼 처치의 좌석 대부분이 찼다. 각자 손에 아이폰과 아이패드, 디지털 카메라를 챙겨 든 학생들은 들떠 있었다. 사회자가 소개말에서 '사진을 찍어도 좋다. 원하는 만큼 싸이 사진을 찍어도 좋다'고 하자 학생들 분위기는 날아갈 듯했다.

싸이가 강단에 서기 전, 먼저 하버드대 동아시아사 교수 2명의 짧은 강연이 있었다. 어쨌거나 이날 행사도 학교내 학술 행사였기 때문이다. 교수들은 최근 떠오르는 한류가 한국 경제에 어떤 중요성을 갖는지에 대해 소개했다. 또 21가지 사례를 들어가며 오늘날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데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또 오늘날 한국의 유망한 청소년들이 K팝 스타가 되기 위해 12~13세 때부터 준비를 시작한다는 얘기도, 외모와 식생활부터 교육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세심하게 기획해서 만들어내는 한국 시스템의 장단점에 대해서도 말했다. 하지만 이 모든 강연이 나름대로 대단히 흥미로운 것이었다고는 해도 그것은 그 뒤에 있을 싸이의 메인 무대의 매력에 비하면 어디까지나 조연에 지나지 않았다. 학생들의 관심은 모두 싸이의 강연에 가 있었다.

◆ "한국연구소가 하버드 중심이 된 건 사상 처음일 걸"

솔직히 나도 놀랐다. 싸이가 한국 유학생들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모여든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로부터 그만한 주목을 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했다. 이날 모여든 청중은 실로 다채로웠지만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다들 '강남 스타일'은 알고 있었다. 나와 같이 간 한국사 전공 동료들은 이런 농담까지 했다. "아마 한국 연구소가 캠퍼스 생활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하버드 사상 이날이 처음이자 유일한 날일 걸." 그 말은 옳았다.

수 년 전 박근혜 현 대통령이 하버드대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날 기억이 생생하게 난다. 그날은 행사장 앞에 오늘처럼 긴 줄이 서지는 않았다. 그저 그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이제는 신분이 바뀐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하버드를 방문한다면 그때와 상황이 다를까? 나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본다. 한 하버드생이 말했다. "만약 김정은이 방문했다면 지금 싸이만큼 사람들이 많이 왔을지도 모르지."

그러면 싸이의 강연은 이날 한껏 부풀어 오른 학생들의 관심과 기대를 충족시켰을까? 물론이다. 그는 학생들의 기대를 충족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 이상으로 해냈다. 솔직히 말해 나를 포함해 우리 중 일부는 이날 행사에 대해 다소 회의적이었다. "싸이가 무엇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겠어?" "그가 뭐 특별히 더 보여줄 만한 개성이란 게 있겠어?" "말춤을 추고 강남에 관한 우스운 노래를 부른 사내 이상으로 뭐 특별히 기대할 게 있을까?"

그런 예상들은 모두 다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싸이는 이날 그의 뮤직 비디오를 장식하면서 트레이드 마크가 된 우스운 턱시도는 입지 않았다. 그저 심플한 검정색 수트 차림이었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핑크 커프스와 선글라스를 착용하긴 했다) 그가 이야기 중간에 선글라스를 벗자, 청중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또한번 사진 폭죽을 터뜨렸다. 이거야 말로 진짜 싸이 아닌가. 우리는 이렇게 가까이에서 싸이의 인간적인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 특별한 기회라고 느꼈다.

그의 이야기는 1시간이 넘게 계속됐다. 메모리얼 처치 안은 쉴 새 없이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싸이로서는 14년 만의 보스턴 '귀향'이었다. 그는 1996년부터 2000년까지 보스턴대와 버클리 음대에서 공부했다. 첫 소감은 '묘하다(weird)'였다.

◆ 미국 처음 왔을 때 설사 해프닝 "아이 해브 워터 싯"

그는 먼저 자신의 '보잘 것 없음'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만 해도 그저 "택시, 버스, 다이아몬드 정도 외에는 영어 단어도 몇 마디 할 줄 아는 게 없었다"고 했다. 그가 미국에 온 후 이틀째 되던 날이었다고 했다. '기겁할 일'이 일어났다. '무시무시한' 설사가 도진 것. 그는 그때만 해도 영어로 그 단어가 무언지 몰랐다. 무조건 가까운 약국으로 달려갔다. 하얀 약사복을 입고 있던 점잖은 약사에게 다급하게 설명했다. "익스큐즈 미, 아이 해브 워터 싯(I have a water shit), 아이 헤브 워터 싯." 순간 청중석은 빵 터졌다. 나는 학생들이 그날 그때 만큼 그렇게 큰 소리로 격하게 웃는 것을 예전에 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이는 놀라울 정도로 지적인 면이 있었다. 그가 그 당시 약사가 자신의 즉흥 영어를 듣고서 곧바로 무얼 뜻하는지 이해 시킬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 그가 세계 전역의 외국 청중들이 한국어를 한 마디도 모르면서도 강남 스타일을 따라부르게 만들 수 있었다는 사실을 관련지어 설명하는 걸 보니 달라 보였다. 그는 엔터테인먼트와 음악에 있어서 의미라는 것은 꼭 말로 전달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느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하버드생들 눈에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가 참 솔직하고 이야기에 허세나 가식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그는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마음 속에 있는 말을 하는 것 같았다고들 했다. 싸이는 보스턴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그는 그때를 회상하며 "내가 지금처럼 하버드대에서 학생들로 가득한 방에서 강연을 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니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반문했다. 폭소가 터졌다. 그는 "여러분 모두가 너무 똑똑해 보인다"고도 했다. 그 순간 우리 중 많은 학생들은 각자 마음 속에는 장래 경력을 위한 진로 선택의 압력에 가위눌리고 있는 자신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싸이의 부모님이 아들로부터 인생에서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겠다고 결심한 말을 듣고는 너무나 상심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다들 함께 웃었지만 머리 속에는 여러 생각들이 교차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하버드 학생들은 평소에도 성공에 대한 강박에 시달린다. 미국 사회에서 엄격하게 정의 내려진 기준과 끊임없이 분투한다. 그런 상황에서 싸이의 인생 스토리는 환상처럼 각자의 마음을 때렸을 것이다. 싸이는 대수롭잖게 자신의 앞으로 남은 목표들을 이야기했지만 학생들로서는 어떤 면에서 경탄할 만한 내용들이었다. 너무나 현실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싸이는 자신의 희망이 세상을 바꾸는 것도, 심지어 한류 문화의 특별 대사가 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저 자신의 꿈은 가능한 한 유튜브 히트를 많이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또 한번 폭소가 터졌다.

◆ "내 꿈은 한국 대표 가수도, 한류 문화 대사도 아닙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감상해 줄 글로벌 팬 기반이 생겼으면 한다고 했다. 그의 목표는 K팝을 세계에 소개하는 것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 가수가 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저 최소한 5~6개의 히트곡을 만들어 내 자신만의 콘서트를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리고 청중에게 이런 말을 했다. "여러분, 여러분은 제가 한국인이라서가 아니라 5~6개의 히트송을 가진 가수이기 때문에 제 콘서트에 저를 보러 와야 합니다."

강연이 끝난 후 내 옆 자리에 앉은 학생들 중 하나가 내게 말했다. "그는 뭔가 다른 유형의 한국인인 것 같아. 느긋하면서, 남들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별로 게의치 않잖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싸이가 한국을 위한 문화 대사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그는 월드 스타인 김연아나 배용준과는 달리 자신의 불완전함을 솔직히 인정하는 방식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어가고 있는 듯 보인다. 그 자신을 우스개 소재로 삼을 만큼 청중을 편안하게 만들 줄 안다. 그럼으로써 싸이는 하버드생들에게 또다른 유형의 한국인 스타상을 보여줬다. 팬들에게 반드시 전형적인 롤모델일 필요는 없으되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한 스타 말이다. 두려움 없이 자신감을 가지고 남들의 비웃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진취적으로 나아가는 자세, 그리고 사회적 기대에 연연하지 않고 인생에서 자신만의 길을 갈 수 있는 용기 말이다. 그 점 때문에 우리 모두는 그날의 싸이에게 오히려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됐다.

강연 말미, 싸이는 자신의 미래 계획에 대해 들려줬다. 그는 '원 히트' 깜짝 스타로 남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가 강남 스타일 후속곡으로 젠틀맨을 택한 이유 중 하나도 강남 스타일의 스타일이란 단어처럼 젠틀맨이란 단어에 보편적인 의미가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도 젠틀맨이 빌보드 순위에서 33위까지밖에 오르지 못한 데 대해서는 처음에 약간 실망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자세를 가다듬었다. "실망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깜짝 놀랐어요. 내가 미친 것 아냐?" 곧바로 이어 말했다. "아닙니다. 저는 빌보드 33위씩이나 차지한 겁니다.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청중에서 다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싸이는 자신의 음악이 계속 인기를 얻도록 하기 위해 아마도 지금부터 이전보다 훨씬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자신도 강남 스타일의 성공을 '우연한 사건(accident)'라고 했다.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더 겸손해져야 한다"고도 했다. 그의 말대로 이제 또다시 그렇게 '쉽고 완벽하게' 이뤄지는 일은 드물 것이다.

◆ 싸이가 쏜 비빔밥에 배부른 하버드생 "오길 잘했다"

싸이가 돌아간 다음 주에도 캠퍼스에서 하버드생들은 삼삼오오 그날 강연을 떠올리곤 했다. 합의점이 뭐냐고? 내 귀에 들려온 가장 공통된 소감은 이런 것들이었다.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았다."

"정말 유쾌하고 재밌었다."

"그는 모든 것에 대단히 솔직했다."

"정말 좋은 대중 강연자였다."

한 학생은 물었다. "싸이가 만약 한국인이 아니었다면 이 정도 국제적인 명성을 얻을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니? 그저 다른 아시아인, 일본인 혹은 중국인, 남아시아, 필리핀인이었다면?" 이런 질문을 하는 학생 그룹은 싸이가 한국 국적이었다는 사실이 폭발적인 인기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실제로 싸이의 뮤직 비디오는 유튜브에서 완벽한 시점에 등장했다. 세계에서 K팝에 대한 관심이 한창 고조될 시점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싸이는 K팝의 전형과는 달랐다. 내가 보기에 그는 한국의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선전하려고 애쓰는 '붕어빵' 같고 로봇 같은 K팝 그룹과는 다른 대안적인 모델을 대표했다.

싸이의 강연이 그날 완벽하게 부드럽게 흘러갔으면 아마도 그만한 반향을 낳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는 따로 준비한 원고도 없었다. 스스로 "하버드에서 미리 준비한 원고 없이 강연하는 사람은 아마도 내가 처음일 것"이라고 했다. 이야기 도중에는 가끔씩 주제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당초 강연 시간을 지나 20분이 넘도록 계속했다. 주최측이 이제는 정리할 시간이라고 쪽지를 전해줬을 때도 그는 쪽지를 힐끗 읽은 후에는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계속한 후 끝을 맺었다. 질의응답 시간은 짧게 끝날 수밖에 없었다. 적잖은 학생들이 질문을 하지 못해 실망했다. 하지만 결국 크게 개의치는 않는 모습이었다. 그만큼 그는 강연 시종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우리는 기립 박수를 했다. 그는 강연이 끝난 후 우리에게 비빔밥을 샀다. 한국 음식 체인점인 '비비고'에서 한껏 배를 불린 학생들은 늦게 귀가했다. 이날 함께했던 하버드생들은 생각이 다들 비슷했을 것이다. '진짜 싸이'가 하버드에 온걸 보기 위해서라면 몇 시간 공부 시간을 뺏긴 것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고 말이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박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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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에 13-05-21 10:27
   
정독 잘 했습니다. ^^
베말 13-05-21 12:40
   
월드 스타 싸이
♡레이나♡ 13-05-21 15:00
   
싸느님 ㅇㅁ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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