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예능 아이돌 그룹 출연 급감…TV 제작진, 시청률 우려에 섭외 주저 K팝 팬층 TV 대신 유튜브 등 선호…팀 매력 뽐내는 자체 콘텐츠 '눈길'
이미지 원본보기신인 걸그룹 아이브 자체 유튜브 콘텐츠 '1, 2, 3 아이브' [유튜브 캡처.]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 없는 참고용 자료 이미지임.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요즘 나갈 데가 없어요. 하하."
최근 정규 3집을 발표한 위너의 송민호는 개그맨 이용진이 진행하는 유튜브 웹 예능 '터키즈 온 더 블럭'에서 '왜 하필 여기에 출연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가 정확히 어떤 의도로 이 같은 답을 내놨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한마디에는 K팝 아이돌 그룹이 처한 현실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2일 가요계에 따르면 아이돌 그룹들은 요즘 출연할 마땅한 TV 예능 프로그램을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아이돌 그룹이 줄곧 나오던 JTBC '아는 형님'이나 SBS '런닝맨' 같은 프로그램의 출연자 목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6년 전인 2016년 '아는 형님'에 팀 단위로 출연한 아이돌 그룹은 우주소녀, 헬로비너스, 레드벨벳, 아이오아이, 트와이스, 씨스타, 여자친구, 인피니트 등 12팀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는 샤이니, 브레이브걸스, 하이라이트, 있지, 에스파, 2PM, 티아라 7팀에 그쳐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그마저도 경력 10년 미만은 브레이브걸스(현 멤버 기준), 있지, 에스파 3팀뿐이었다.
SBS '런닝맨'의 경우는 이 같은 경향이 훨씬 더 두드러진다.
2016년에는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트와이스, 씨스타, 갓세븐, 젝스키스, 블랙핑크 등 6팀이 출연했지만, 지난해 팀 단위로 출연한 아이돌 그룹은 '롤린'으로 공전의 '역주행 히트'를 기록한 브레이브걸스뿐이었다.
한 유명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이를 두고 "요즘 젊은 세대는 TV 본방송을 보지 않으니 아이돌이 출연하면 시청률이 안 나온다고 PD들이 하소연한다"며 "K팝 팬층은 유튜브 등 클립으로 찾아보니 시청률이 낮아 방송사 측에서 섭외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신인급 아이돌은 '아는 형님', '런닝맨, '놀라운 토요일' 등 아이돌이 선호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기가 쉽지 않다"며 "배우, 방송인, 스포츠 스타 등 시청률이 잘 나오는 분들과 경쟁을 하다 보면 인지도가 떨어지는 아이돌 그룹은 섭외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유명 가요 기획사 관계자 역시 "매니지먼트 파트에서 예능 출연이 정말 어려워졌다고 한다"며 "방송사 입장에서도 임영웅처럼 어르신들까지 두루 좋아하는 사람을 내보내는 게 시청률이 훨씬 잘 나올 것이기 때문에 K팝 팬층과 주 시청자층이 맞지 않아 얼굴도 모르는 아이돌을 내보내는 건 딜레마일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가에서 화제몰이에 성공한 '스트릿 우먼 파이터'나 '미스트롯' 출연자 등 비(非) 아이돌이 예능 프로그램 게스트 자리를 꿰차는 것도 이 같은 현상에 한몫했다.
이에 한 아이돌 팀만 내보내기 '불안한' 방송사 측이 여러 그룹에서 인지도 있는 멤버 1∼2명씩을 추려 출연시키는 일도 왕왕 있다.
이미지 원본보기세븐틴 웹 예능 '고잉 세븐틴'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는 참고용 자료 이미지임.
상황이 이렇다 보니 K팝 그룹들은 TV 예능 프로그램 대신 유튜브 웹 예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터키즈 온 더 블럭'은 거침없는 이용진의 입담에 힘입어 인기를 끌면서 송민호 외에도 현아·던, 트와이스, 화사, 씨엘 등 여러 인기 가수들이 줄지어 출연했다. 유튜브라는 채널 특성상 제약 없이 마음껏 신곡을 홍보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가수 제시가 진행하는 또 다른 유튜브 웹 예능인 '제시의 쇼!터뷰'에도 에이티즈, 강다니엘,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있지, 투에이엠, 트와이스 등이 얼굴을 비췄다.
대중에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 신인 그룹이든 정상급 그룹이든 너나할 것 없이 아예 기획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는 것도 일반화됐다.
지난달 데뷔해 음원 차트 최정상을 찍고 각종 음악 프로그램 1위를 휩쓴 신인 걸그룹 아이브는 '1, 2, 3 아이브'라는 자체 유튜브 콘텐츠를 매주 선보이며 팬들을 유인하고 있다.
또 그룹 세븐틴은 2020년 시작한 자체 웹 예능 '고잉 세븐틴'이 콩트, 코미디, 추격전, 공포 특집 등 다양한 포맷으로 인기를 끌면서 누적 조회 수 2억6천만건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아이돌 팀을 받아주는 TV 프로그램이 없다 보니 자체 콘텐츠에 훨씬 공을 들인다"며 "엉뚱한 TV 프로그램에 나가 앉아만 있기보다는 자체 콘텐츠를 통해 멤버 사이의 관계성을 보여준다든지 매력을 뽐내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K팝 팬들이 충성도가 높아 자체 콘텐츠를 보여주면 굉장히 좋아하고 소비를 많이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굳이 TV 예능 프로그램에 팀 전체가 나갈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인식이 변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