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는 군대 폭력
드라마 <디피>에서 차마 믿기 어려운 폭력을 저지르는 병사는 반인격적 장애를 가진 특별한 개인이 아니다. 폭력은 상급자가 당연히 누리는 "그래도 되는" 권리였고, 이에 이른 데에는 군대의 조직적 승인이 있었다. 피해 병사가 가공할 폭력 앞에 놓여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지만 모두 눈 감는다. 폭력에 기반한 군대내 서열을 승인하고 이를 이용해 손쉽게 군대 내 기강을 잡으려는 군조직의 암묵적 공모는 군대 내 폭력을 은폐시키고, 극단적 가해가 드러나도 이를 개인의 일탈로 몰아 서둘러 봉합해왔다.
말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게 된 피해 병사는 폭력을 피할 수단이 없다. 남편의 믿음처럼 "지금은 좋아졌다"는 세상이고, 이제는 병영에서 휴대폰을 사용한다고 해서 조직적으로 가담하고 은폐하는 폭력을 막을 수 있을까? 휴대폰으로 상징되는 고발의 수단이란 적어도, 권력이 균질하게 작동되는 수평적 관계에서만 유효하다. 해군 정일병의 죽음이 이를 반증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