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판타지라면 등장 인물도 허구의 인물로 설정했어야 합니다. 허구 속 인물들이야 어떤 말을 하더라도 어차피 만들어진 이야기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저 드라마는 실제 조선의 왕과 중전을 주인공으로 사용했죠. 그래서 대사 하나하나가 아주 조심스러워야만 합니다.
저 드라마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실록을 지라시니 뭐니 하고 언급한게 아닙니다. 실제 그 말을 내뱉은 이는 중전이 아니라 현대에서 조선시대로 넘어간 남자 셰프니까요. 정말 문제가 되는 부분은 철종의 행동과 대사가 실록에 기록된 것과 너무 다르다는게 문제입니다. 그 부분이 바로 실록의 무게를 한없이 가볍게 만들어 버리는 거죠. 그리고 수라간의 대령숙수가 중전을 하찮게 대하는 장면은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코믹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그랬겠지만, 종6품의 하급관리가 중전에게 막말을 하는 모습을 보면 조선시대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이들은 조선의 왕과 중전이 마치 바지사장 같이 허울 뿐인 자리라고 잘못 인식할 수도 있죠.
기자는 역사가도 학자도 전문가도 아닙니다. 하지만 기사를 쓰기전 역사가, 학자, 전문가 만큼의 지식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잘못된 사실, 지식, 진실과 허구의 차이를 대중들에게 설명해줄 수 있습니다. 그러지 못하는 이들을 우리는 기자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기레기라고 부르지.
조선왕조실록은 왕의 말과 행동을 사관이 보고 들은대로 기록한 것 입니다. 쉽게 말하면 글로 쓴 CCTV라는 거죠. 그러니 진실이냐 아니냐를 논할 거리가 없습니다. 왕이 한 말을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기록하였고, 왕이 한 행동을 그대로 기록했으니까요. 물론 사관의 의견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 부분은 사관의 의견이라고 반드시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