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프로그램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굳이 찾아볼 생각은 전혀 없었거든요.
여기저기서 하도 갑론을박하는 글들이 많이 보여서, 딱 한번 검색했는데, 유튜브에 추천영상으로 바로 뜨더군요.
그것도 JYP에서 직접 한국어 자막을 붙인 공식 영상이...
파트 1을 재미없는 부분은 스킵해가면서 다 보고, 이제 파트 2 초반인데,
전반적으로 재밌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 순한맛이라고 할까...
JYP뽕, 국뽕이 좀 있긴 한데 ㅎㅎ 애들이 한국 가고 싶다고 울고 그런 거....ㅎㅎ
심하게 못봐주겠다...는 건 없네요. 극초반만 조금만 참으면 됩니다 ㅎㅎ
프로그램 포맷은 그냥 우리나라 각 방송국에서 지겹게 우려먹은 거를 재탕한 거고,
박진영 멘트도 들어본듯 한 것뿐인데, 대신 소위 악마의 편집은 없네요.
쓸데없이 리플레이를 반복하고 자극적인 갈등을 부각시키는 건 없는데, 그게 오히려 보기 편해서 좋아요.
사실 트와이스 뽑은 식스틴도 101 시리즈에 비하면 순한맛이었죠.
근데 이건 더 순한맛입니다 ㅎㅎ
게다가 일본애들 특유의 "잇쇼겐메 최선을 다해서.. 제가 못하면 팀에 폐가 되니까.."
이딴 뻔하고 솔직하지 못한 멘트가 많아서 그런 것도 있구요. 극적인 맛은 확실히 없습니다.
파트 1 초반 나오는 애들이 너무 촌스럽고 너무 못해서 이걸 봐야하나... 싶은 고비가 있었는데,
어느 정도 후보들을 추리고, 매력있고 재능있는 애들이 보이기 시작하니까, 몰입도가 확 올라가네요.
JYP 연습생 출신이야 당연히 잘하고 무조건 데뷔하겠다 싶은데,
그밖에도 몇몇이 트레이닝과 스타일링 거치니까, "어, 이런 애가 있었나.." 싶게 좋아지는 게 재밌습니다.
파트 2부터 애들 JYP에 데리고 들어와서, 무대시키는 건 꽤 볼만 합니다.
기대치가 낮은 것도 있었는데, 101과 달리, 소수를 장기간 집중 트레이닝을 시키니까,
확실히 무대 퀄도 나쁘지않고, 애들이 느는 게 확연히 보입니다.
어떤 무대는 너무 좋아서, 리플레이도 하고, 원곡 라이브를 찾아보기도 했구요.
물론 박진영의 평은 여전히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ㅎㅎ
저는 니지 자체에 흥미가 없는 상태로 보기 시작했기 때문에,
결과도 모르고 얼마전에 나온 곡도 안들어봤습니다.
그래서 완전히 과거의 시청자 입장에서 보건데...
지금까지 본 제 느낌으로는 이거 성공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니지 프로젝트 자체가 시청률이 얼마나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일단 노래와 춤으로 무대를 볼만하게 만드는... 걸그룹의 엔진 같은 애들이 매력있고 잘해요.
JYP 프로듀싱이야 당연히 잘할거고...
일본 내에서 얼마나 푸시해줄지가 관건이겠지만, 그룹 퀄리티는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데 이렇게 트레이닝 시켜놓고, K팝 본류가 아닌 일본시장용 곡들(..뭔지 아시죠..)만 내면 좀 아까울 거 같네요.
그럴 거 같은 우려가 벌써 강하게 들지만...
그리고 문제가 되는 합작....에 대해서도 간단히 말을 남겨야할 거 같은데...
우려하시는 분들의 주장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이 듭니다.
일단 기술 유출이라는 식의 주장은 솔직히 설득력이 없습니다.
K팝에 대한 벤치마킹이야 이미 오래전에 다 했을 거고,
한국 트레이너와 프로듀서들을 돈으로 사가는 거... 어렵지 않을 겁니다.
한국식 트레이닝과 프로듀싱, 쟤들이 모르겠어요?
한국회사에서 몇년씩 트레이닝을 했지만, 데뷔 못했거나 데뷔하고도 그냥 묻힌 애들도 많고,
이미 K팝을 그대로 흉내낸 그룹들이 있기도 하구요.
K팝은 한국 소비자들의 성향과 그에 대응하는 프로듀싱 역량이 만드는 거지,
이론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되는구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점은 어떤 식으로든 배워갑니다. 문화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 마련이고 이걸 막는 건 불가능합니다.
JYP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우리 컨텐츠는 좋다.. 근데 국적이라는 장벽 때문에 시장 확대가 한계가 있다.. 그럼 우리 컨텐츠를 일본인 속에 심어서 침투시키자.. 그럼 거부감을 최소화하면서 매출은 극대화할 수 있다... 겠죠.
근데 이건 엔터 3사가 10여년전부터 외국인 멤버를 영입하며 꾸준히 추진하던 방향입니다. 일본시장만 한정해서 보면, JYP의 전략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합니다.다른 산업분야에서 시장 큰 외국에 분사 세우고 우리가 교육시킨 현지 직원 고용한 거랑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직접 수출과 현지 분사 설립 중 당연히 수익이 큰 쪽으로 결정해야죠.
물론 팬들 입장에서는 거부감이 있을 수 있고, 저도 그런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기업 입장... 특히 회사가 계속 성장하길 바라는 주주들을 가진 주식회사의 입장은 다르다는 거죠.
또 하나의 비판... 일본 대중문화를 K팝 팬들에게 홍보하는 꼴 아니냐..
이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K팝으로 입문한 팬들에게는 일본 대중문화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할 수 있겠죠. JYP 그 자체가 거대한 홍보 플랫폼인데, 거기에 일본 연예인과 일본어 컨텐츠를 실었으니 당연히 그런 효과도 있을 겁니다.
근데 레딧이나 유튜브의 댓글을 보면, 솔직히 K팝 팬들의 상당수는 이미 일본 대중문화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고, 이미 K팝 아이돌이 일본에서.. 또 일본어로 만든 컨텐츠들도 아무 거부감없이 즐기고 있습니다. 거기다 니지가 추가되었다고 큰 차이가 있을까 싶기는 합니다. J팝이 외국팬들에게 크게 어필 못하는 건 컨텐츠가 구려서지, 홍보 역량이 부족한 거때문은 아니니까요.
저는 일본인들로 만든 K팝 그룹 때문에 K팝 시장이 작아지거나 빼앗길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좋은 컨텐츠를 꾸준히 만들어내느냐가 문제지, 현지화된 그룹 하나 런칭하는 게 큰 문제는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만약에 니지가 "일본향 K팝"을 한다면... JYP는 일본시장에서 돈을 쓸어담기는 하겠지만, 외국팬들에 대한 큰 어필은 힘들 겁니다. 트와이스 같은 그룹의 일본곡들 유튜브 조회수를 보면 유추할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