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는 변하는 거니까요. 영원히 원래의 형태만 유지할 수가 없거든요. 특히 의상은 더더욱이요. 우리가 대게 전통적이라고 바라보는 한복도 조선 초기 중기 후기 구한말 모두 다르고 또 현대와도 다르죠. 장례 때 입는 의상도 마찬가지겠죠. 한민족의 시초가 되는 고조선 이래로 지금까지 끊임없이 변화했습니다. 굳이 싫어할 것까진 없지 않을까요.
복식도 변하고 문화도 변하죠.
근데 제게 중요한 건 왜 변하는가입니다.
우리 민족을 위해, 우리의 이득이나 발전을 위해,
혹은 적어도 생활의 수월함을 위해 변한다면 이해가 되죠.
근데 흰색 한복상복을 검은색으로 바꾸는 건
서양식을 따라한다는 것 이외엔 아무런 타당한 이유가 없어요.
(같은 이유로 전 검은색 양복을 뭐라고 하진 않습니다.)
전 그런 변함이 싫습니다.
한복을 청바지 재질로 바꾸는 것도 좋고
한복에 집퍼를 다는 것도 찬성합니다.
다 이유가 있는 거니까요.
하지만 근본과 타당성 없는 그저 따라하기 식 변화는 싫습니다.
뭔가가 시대에 따라 변할 때 근본과 타당성을 충족하면서 바뀌는 게 뭐 얼마나 될까 싶습니다. 우리가 전통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중 과거로 쭉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우리 민족의 것이 아닌 외부로부터 강제적으로, 또는 자연스레 들어온 것들이 있을 텐데요. 아무래도 외부의 영향이라 안 좋게 볼 수 있는 건 충분히 동감하지만, 한반도를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던 몽골을 통해 들어온 소주가 지금은 우리 민족의 국민 술이죠. 이것 말고도 안 좋은 역사를 통해 들어온 게 한없이 많을 겁니다.
뭔가를 따라 한다는 것 이외에 아무런 타당한 이유가 없어서 싫다고 하셨는데 그냥 따라 하다 보니 우리나라에 퍼지게 된 문화나 외부 문물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많은데요. 원래 그런 식으로 퍼지고 정착하는 겁니다. 역으로 고려가 송나라에 문화적으로 영향을 끼쳤을 때 고려풍이라고 해서 너도나도 고려식의 의상을 입고 다녔고 그게 명나라 초기까지 이어졌죠. 그들 입장에서 무슨 특별한 근본이나 타당한 이유가 있어서 그랬겠습니까.
소주같은 경우는 몽골 것이라도 어쨌든 우리에게 없는 술이니까 퍼질 수도 있는 것이고
고려풍또한 그저 하나의 패션이니 우리가 양복을 입는 것이나 비슷한 거죠
(뭐 전 그것도 좀 싫어하지만)
근데 이건 한복상복의 색을 바꾸는 거잖아요.
굳이 검은색을 입으려면 그냥 양식으로 검은색을 입으면 되는데
이건 마치 미국서 결혼식에 검은색 웨딩드레스를 입는 것과 같은 거죠.
검은색 한복식 상복은 미국식 또는 서구식 문화이기도 하지만, 종교적으로는 기독교 문화입니다
기독교에서는 상복으로 검은색을 입는다고 종교적으로 해석하면 설명이 되요
검은색 (기독교) + 한복 (전통 문화)
검은색 양복이나, 검은색 한복이나 다를 거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 문화를 따르되, 자신이 믿는 신앙에 따라 바꾸어야 하는 부분만 바꾸었다고 보면 되겠어요
흰색 상복을 소복이라고 하는데, 소복도 종교적 배경이 있습니다
흰색 소복은 천신 문화에서 유례된 것으로 보는데요
천신 사상은 하늘과 해를 숭배해요
단군신앙도 하늘과 해를 숭배하고, 우리 스스로를 천족이라고 하죠
우리 조상들이 즐겨 입던 하얀색에 대해서 말하면, 해가 서쪽으로 질 때가 하얀색, 염색 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하얀색은 시작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죽음을 새로운 시작으로 봤기에 장례식에 소복을 입었던 거죠
백의민족이라 불리며, 하얀 옷을 즐겨 입었던 것도, 상복이 흰색이었던 것도 모두 문화이자 종교적 영향입니다
역사 이전은 종교와 문화 정치가 하나로 취급되는 정교일치의 세계라서 종교와 문화를 어떻게 구분하느냐는 해석이 엇갈리는 까다로운 문제지만, 아예 말도 안되는 어거지는 아니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