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전이면 몰라도 지금은 그런 일 없습니다. 심지어 정치범 수용소로 가지도 않습니다.
( 오해가 있을지 몰라 첨가. 북한의 인권, 제도가 개선되서 그런 것이 아님. 뒤에 설명 )
일단 수십년 이전 얘기부터 시작.
수십년 그 이전에도 정치범의 가족들이 살길이 있었습니다. 배우자가 정치범으로 잡혔다 ? 이혼하면 됩니다. 자녀들 역시 자동으로 정치범과 인연을 끊는거죠. 만약 이혼하지 않고 버티면 ? 같이 정치범 수용소로 들어감.
가족들의 장래에 먹구름이 끼는 것은 어쩔 수 없죠. 좋은 출신성분이었다가 하루 아침에 평민 수준되는 셈. 참고로 북한은 50 개가 넘는 출신 성분 분류를 합니다. 공직은 물론이고 대학 입학에도 성적보다 출신 성분이 더 중요하고요. 출신 성분 다음이 주체 사상등의 성적이고 그 뒤로 전공등이 반영.
다만 이게 제도화되어서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힘이 있는 집안인 경우 그 집안에서 정치범이 나왔어도 가족, 일가친척이 당 간부 자리 그대로 유지하는 일도 많고요.
북한에서 숙청 바람이 불면 가족보다는 오히려 직장 동료나 친구, 친척등이 다칠 확률이 더 큽니다. 정치범과 친했었다 ? 물 들었을거다 또는 같이 동조했을거다라는 예단을 갖고 쥐잡듯이 잡게 되고, 결국 정치범 수용소행할 확률이 크죠. 당연한 얘기겠지만 정치범의 범죄(?) 수준에 따라 이것도 천차만별.
아무리 북한이 막가파식으로 운영된다고는 하지만, 아니 오히려 막가파식이라서 다행이랄까요 ?
무슨 뭐에는 어떤 형벌 식으로 딱딱 정해져서 운영되는 법치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극히 심각한 정치범의 경우가 아니라면 그 주위 사람들에 대한 연좌제 적용은 시간이 걸립니다. 나름대로 조사해서 연관성이 밝혀져야 연좌제가 적용되는 것이죠. 단순히 혈연 또는 친했다는 것만으로 연좌제 자동 적용이 아닙니다.
북한은 혈연 관계를 봉건적 사상으로 봅니다. 사회주의를 묘하게 비틀어놨는데요. 전 인민들을 서로 (심지어 가족도) 뭉치지 못 하는 모래알로 만들어놓는 것이 목적이죠.
사람이 셋 이상만 모여도 종파적 행동으로 몰아붙입니다. 요 근래에도 세 명이상 모여서 술 마시지 말라는 포고령을 내렸다죠.
옛날 김정일이 지방 시찰을 나갔는데, 그 자리에서 인민들이 그 지역 지방 관료가 인민들에게 잘해준다고 칭송했다나요. 이런 말을 듣고 김정일의 낯빛이 변했다 합니다. 평양에 돌아오자마자 그 지방 관료를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버렸습니다. 칭송은 수령님에게만 해야 한다는 것이죠. 심지어 [ 어버이 ] 란 말도 자기 부모에게는 못 쓰고 수령님에게만 써야 합니다.
혈연보다는 서류상 가족관계가 더 중요하고, 이혼하면 끝인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배우자가 심각하게 걸려들어갈거로 보인다 ? 그럼 그 때부터 이혼 수속 들어가는거죠. [ 수령과 당을 배반하는 자와 살 수 없다 ] 는 이유로요. 참고로 북한은 이혼에 대해서 매우 까다롭지만 이런 사유는 잘 통과된다 합니다.
즉 정치범으로 잡히면 가족들부터 먼저 등돌리고 가족들이 그 범죄자의 숨겨진 죄들도 모조리 고발하게 되는 풍토가 저절로 형성됨. 가족들이 이럴진대 일가친척, 동료, 친구들은 더 말할 필요가 없죠. [ 그 자는 예전에 이랬었다 ] 라고 고발 러시가 이뤄지니 없는 죄도 저절로 만들어집니다.
걸려들면 빠져나갈 길 없죠. 그리고 그렇게 고발 러시가 일어나는데 후폭풍이 없겠습니까 ? 범죄자의 인맥이 넓었다면 그만큼 졸지에 같이 딸려들어가는 사람들도 더욱 늘어납니다.
혈연관계가 있다는 이유로 연좌제가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혈연 관계였으니 동조자일거라는 의심에서 출발하는 조사에 걸려서 빠져나오지 못 하고 처벌되는겁니다. 당연히 혈연 관계 끊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 무사통과.
여기까진 수십년전 이전 얘기입니다. 대아사 사태 (고난의 행군) 이후는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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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사니즘 때문에 탈북하는 사람들이 엄청났습니다. 국경과 가까운 동네에서는 한집 건너 탈북자가 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요. 탈북자라 하면 한국으로 온 사람만 생각하기 쉬운데, 한국 가기엔 위험부담이 커서 그냥 중국에만 머물러 있는 탈북자들도 많습니다. 중국 공안에 잡혀서 북한에 끌려가는 약점 잡혀서 헐값에 노동력을 착취 당하더라도 북한보다는 중국에 있는 것이 나으니까요.
탈북했다 북한으로 잡혀들어가도 한국과 연계하거나 종교 활동한 일 없다면 정치범 수용소가 아니라 노동교화소에 갔다 오는 정도로 끝납니다. ( 노동교화소에서도 죽어나가는 사람 많지만.. )
하긴 한국에 온 탈북자만도 3 만명이고, 중국으로 탈북하다 잡혀온 사람은 수십만이 넘을텐데 그 사람들 모두 정치범 수용소 보내고 가족을 총살 ?
가족 중에 누가 탈북했다 ? 그냥 실종 신고하면 그만입니다. 대아사 사태 이후 마치 조선시대때 유랑민 폭증때처럼 식량 찾아 이리저리 떠도는 사람이 많았고, 교통/통신의 낙후 때문에 실종 신고가 그리 이상한 것도 아니었고요.
한국으로 탈북한 것이 명백하다는 증거가 밝혀지기 전까지는 가족들이 해를 입을 일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설령 들킨다 해도 뇌물을 줘서 무마하는 경우가 많고요. ( 북한의 관료들도 뇌물 아니면 먹고 살 길이 없음 )
탈북해서 한국에 온 이후 브로커 고용해서 가족들을 데려오는 일도 많고요. 탈북한 것이 들켜서 가족들이 힘들어지기 전에 이렇게 데려오는 일도 많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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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귀순한 분의 가족 ?
군에 7 년 이상 복무했을 나이인데, 그 정도면 가족과 왕래가 뜸하다못해 얼굴 잊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죠. (한국군마냥 심심(?)하면 외박, 휴가 나오는게 아님) 가족들과 귀순 행위와 연관성을 찾기 어려울겁니다. 즉 죄를 씌우기가 어렵단 얘기.
위에 이미 말했듯이 혈연관계의 가치에 대해 제도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곳이 북한이기 때문에 당연히 혈연이라는 이유만으로 처벌은 자기 부정하는거죠.
어차피 판문점, 휴전선 근처에 복무할 정도라면 출신 성분은 괜찮다 해도 권력/돈과 거리가 먼 집안일테죠. 화를 입을래야 뭐 입을 것도 없을겁니다. 출세를 못 한다 ? 어차피 그 정도면 출세와는 거리가 먼 집안임.
그리고 현재 북한은 한국 이상으로 배금주의가 판치고 돈이 말하는 세상이죠.
ps. 아주 드물게 탈북 시도자를 공개 총살하거나 탈북자 가족을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는 일이 있긴 한데, 이건 늘상 그러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인민들을 협박하기 위해 시범 케이스를 보여주는 정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