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 운하 길막은 세계 경제가 운하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큰 국제경제적 문제이다.
그래서 왜 이번 사고가 났는지 좀 생각해보자. 인적 책임보다 기술적으로 따져보자.
현대 대형선박의 등장으로 수에즈 운하의 통항에 위험을 높이고 있다.
특히 이번에 초기에 원인으로 제시된 측풍에 대한 대책이 부족했다.
60미터의 높이로 적재된 컨테이너는 시속 48 km의 바람에 대해 마치 거대한 범선의 돛 처럼 작용해
배의 제어를 어렵게 했다. 하지만 그게 결정적 원인은 아니다. 바람의 압력만 문제였다면
배가 바람방향 반대편 둑으로 평행하게 밀렸어야 하는데 만약 그랬다면 좌초사고가 나기는 해도
다른 배는 옆으로 비켜서 통과할 수 있으므로 이런 큰 길막사고가 되지는 않았을 거다.
그런데 이번 사고는 배 자체가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며 선수와 선미가 서로 반대편 운하 둑에 걸쳐서
완벽한 길막이 된 게 결정적 원인이다. 만약 한쪽만 처박힌 상태였다면 훨씬 빼내기 수월 했을 거다.
즉 바람도 바람이지만 배가 회전을 해 운하 수류에 대해 비스듬히 기울어진 게 더 결정적 원인이다.
그렇게 된데는 풍압보다 배의 좌측에 흐르는 수류가 베르누이 원리로 선수는 밀고 선미는 당기는
선미와 선수에 차등 압력을 발생시켰고 이 과정은 배와 운하 둑 사이의 거리 차이가 클수록 커지고
또 수류의 대해 진행방향으로 기울어지면 경사각(받음각)이 커져 큰 항력을 받게 되어
그힘이 더욱 커지는 일종의 포지티브 피드백이되어 기울어 질수록 더욱 회전력이 강해져
더욱 기울어지는 거다. 배의 추진력은 뒤에 있어서 뒤에서 리어카를 미는 꼴이다.
배의 속도가 빠르면 다소 기울어져도 수류의 향력이 배를 똑바로 세워서 기울어지는 것을 막겠지만
운하 같은데서 감속을 해서 운항하면 오히려 그런 복원력은 사라지고 조금만 선수나 선미에 힘이
가해져도 쉽게 배의 방향이 돌아가는 거다. 이건 배나 비행기를 조종해 보신분은 잘아는 것이다.
배의 속도가 빠르면 방향을 바꾸기가 힘들지만 느리면 조금만 조타해도 방향이 휙흭 바꾼다.
내가 만약 수로안내인 도선사 였다면 차라리 배가 바람으로 기울어지면 속도가 빠르면
조타력이 커지니까 속도를 올리고 키를 한껏 돌리는게 더 나았지 않을까한다.
이런 건 좁은 수로에서만 일어나므로 이런 일에 대형 컨테이너 선은 충분히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수로안내인들은 이런 일을 자주 겪어서 잘 알고 있겠지만 그게 배의 설계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이런 속도와 조타력 또는 충돌회피 등은 충분히 수리학적으로 계산 할 수 있고 예측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운하운항을 위한 자동화 안내장치를 개발해 도선사의 도움없이도 안전하게
운항하는 운하자동 항행 시스템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 AI 도 필요없다
그러니 측풍이 심할 때는 는 그런 자동항행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일정 규모 이상의 선박은
운하의 통행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할 수 도 있다.
측풍의 속도와 방향/제한이 필요한 배의 규모는 상세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
또 이런 대형선에는 키를 쓰지 않고도 옆으로 돌수 있는 사이드 스크류가 있는데
아마 이번에도 선장은 배가 기울어지자 이를 가동해 회전을 억제하려 했겠지만 실패한거다.
이건 주로 잔잔한 항구에서 배를 평행으로 접안하거나 정지 또는 저속인 상태에서 배의 방향을
조금씩 돌리는 용도라 그 큰배가 돌아가려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추가. 아래에 댓글에 몇몇분이 정상 운하 통과 제한속도인 8.6 노트 보다 당시 속도가 13.5 노트로
높았다는 정보를 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이건 주 원인이 오버스티어링으로 보입니다.
즉 배가 왼쪽 둑 쪽으로 가까이가니 그걸 수로 중앙으로 몰기위해 우현쪽으로 조타를 했는데
적절한 때에 다시 좌타로 카운터 스티어링을 해서 관성으로 계속 돌아가는 걸 막고
정상 침로로 복귀를 해야 하는데 무거운 배는 그런 관성을 극복하고 방향을 돌리는 데 시간이 걸리고
속도가 있다보니 방향이 충분히 복귀되기 전에 오른쪽 둑에 들이 받은 거네요.
자동차 초보 운전자들이나 음주운전 하다 사고내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실수죠.
핸들을 너무 많이 꺽었다가 복귀를 못하고 비틀거리다가 꽝.
다만 자동차는 그런 오버스티어링이 순식간에 일어나지만
이건 매우 천천히 슬로모션으로 일어난 차이만 있을 뿐.
이렇다면 선장과 도선인의 책임이 비중이 커지겠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