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脫한국' 가속한국 증시의 글로벌 ‘왕따’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선진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증시 상승세가 뚜렷하지만 한국 코스피지수만 제자리걸음이다. 빠질 땐 더 빠지고, 오를 땐 덜 오르는 장세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탈(脫)한국’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기업 이익 떨어지고 대외 변수 '과민반응'…韓 증시 돌파구가 없다
상장사 평균 주당순이익 33%↓…주요국 중 최악
경기 호전세가 뚜렷한 미국의 3대 지수(다우존스·나스닥·S&P500)은 연일 축포를 터뜨리는 분위기다.
시야를 한국으로 돌리면 전혀 딴판이다. 코스피지수는 제자리걸음이고, 코스닥지수는 하락세다.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인 기업 이익이 급감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외부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변동폭도 가장 커졌다. 한국 증시가 어느새 외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후진국형 증시’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안 보인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급속히 악화되는 증시 펀더멘털대표 기업들의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Refinitiv)에 따르면 한국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53.7%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엔비디아(18.5%), 애플(-9.8%), 인텔(-1.8%) 등 주요 경쟁사의 실적은 선방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추정됐다. 포스코 영업이익도 23.4% 줄어 경쟁사인 신일본제철(9.0% 증가) 등에 비해 나빠진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를 둘러싼 외부 환경이 악화되더라도 기업 실적이 떠받쳐주면 증시는 꿋꿋이 버텨낸다”며 “최근 한국 증시는 부정적인 외부 변수보다도 경제 펀더멘털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악재 요인”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적 요인도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형렬 센터장은 “펀더멘털이 악화하고 있는데도 정부와 한국은행은 경제 지표가 좋다는 낙관적 시각을 유지하면서 결과적으로 금리 인하 등 정책 대응 속도가 늦어졌다”고 했다. 기업 이익이 급감하는 상황인데도 법인세 부담을 늘리고 최저임금을 급하게 올리면서 기업들의 비용부담을 키운 것도 증시에 악재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기업의 이익을 늘려주는 쪽으로 정책적 전환을 하지 않는다면 기업의 미래가치를 보고 주식을 사는 투자자가 한국 시장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https://news.naver.com/main/ranking/read.nhn?mid=etc&sid1=111&rankingType=popular_day&oid=015&aid=0004253961&date=20191208&type=1&rankingSeq=10&rankingSectionId=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