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물맛이 서로 다르다
水味相異
부인 : "서방님께선 요즘 웬일로
우물가에 얼씬도 않으시는지요?"
남편 : "임자의 우물이
너무 깊어서 그렇소이다."
부인 : "그게 어찌
소첩의 우물 탓인가요.
서방님의
두레박 끈이 짧은 탓이지...."
남편 : "우물이
깊기만 한 것이 아니라
물도 메말랐더이다."
부인 : "그거야 서방님 두레박질이
시원찮아 그렇지요."
남편 : "그 뭔 섭섭한 소리요.
이웃 샘에서는 내 두레박질에
물만 펑펑 솟더이다."
부인 : "그렇다면 서방님께서는
옆집 샘을 이용하셨단 말인가요?"
남편 : "어쩔 수 없잖소.
임자의 샘물이 메마르니
한 번 이웃 샘을 이용했소이다"
부인 : "그런데 서방님,
참으로 이상한 일이옵니다.
이웃 두레박은 이 샘물이
달고 시원하다고
벌써 몇 달째 애용중이니 말입니다."
하고 말하니,
남편이 아무 대답도 못하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