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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8-25 15:23
[MLB] [민기자 리포트]추신수의 끝내기 포 이야기
 글쓴이 : 피지컬러링
조회 : 3,681  

생애 첫 끝내기 홈런을 친 추신수는 인디언스 남은 시즌의 희망을 이어갈 중책을 맡았습니다. ⓒ gettyimages/멀티비츠

끝내기 안타, 혹은 끝내기 홈런(walk-off homerun)이 극적인 것은 마지막 순간에 희미한 기대 속에 예측 못한 반전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짜릿한 이유는 홈 관중만이 만끽할 수 있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끝내기’는 9회 말이나 혹은 연장전 말 공격에서 홈 팀과 홈 팬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입니다.

추신수(29·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24일 친정팀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 친 MLB 생애 최초의 끝내기 홈런은 여러 가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최근 조 라이벌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원정에서 싹쓸이를 당하는 등 4연패에 빠진 인디언스는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선두 타이거스와는 5.5게임차로 멀어졌고, 주포 해프너까지 부상으로 빠지면서 전력 누수 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사이즈모어는 언제 돌아올지 기약이 없고, 1번 자리를 메우던 브랜틀리의 손목 부상도 심해졌으며, 루키 돌풍 킵니스도 결국 부상 병동에 드러누웠습니다.

그런 와중에 추신수는 전날 셋째이자 첫 딸을 얻어 병원에서 밤을 보냈습니다. 빅리그에서는 아기가 출생하면 만사 제치고 선수가 병원으로 달려가는 것이 당연시 됩니다. 얼마 전에는 인디언스 동료들이 돈을 모아 아들의 출생을 보러가라고 3루수 핸나한에게 전세기를 대절해주기도 했습니다.

이날 아침 궁지에 몰린 매니 악타 감독은 혹시나 해서 추신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가족이 가장 중요하니까 큰 기대는 하지 않겠다며 그래도 혹시 오늘 경기에 뛸 수 있는지 연락해봤다고. 부인과 상의한 추신수는 고대하던 딸을 얻은 기쁨을 뒤로하고 부지런히 병원을 나섰습니다. 더블헤더였기 때문에 낮 경기에 뛰려면 서둘러야 했습니다.

CHOO 생애 첫 끝내기 홈런의 순간

첫 경기는 인디언스 선발 매스터슨의 호투 속에 팽팽하게 진행됐습니다.
8회까지 4-3 홈팀 인디언스의 리드. 올 시즌 에이스로 발돋움하고 있는 매스터슨은 그러나 9회 초 1사 후에 연속 안타를 맞고 마운드를 장발의 마무리 크리스 페레스에게 넘겼습니다. 그런데........
중반기를 넘어서면서 ‘철벽’이라는 표현에 어울리지 않게 가끔씩 흔들리는 모습인 페레스는 트레이번 로빈슨에게 곧바로 2타점 2루타를 얻어맞고 시즌 5번째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고 말았습니다. 호투한 매스터슨는 자신의 책임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아 패전 위기, 팀 역시 5연패의 위기에 몰렸습니다. 한 경기의 패배가 아니라 팀의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

그러나 인디언스는 올해 포기하지 않는 끈질김과 역경을 이겨낼 수 있다는 의지를 몇 차례나 보여줬습니다. 무기력하던 작년과 가장 큰 차이점.
9회 말 인디언스는 매리너스 마무리 브랜던 리그를 상대로 에세퀴엘 카레라와 아스드루발 카브레라의 연속 안타로 무사 1,3루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안타 혹은 외야 플라이만으로도 일단 동점을 만들 수 있는 기회.
그 기회에 타석에 나선 것은 바로 병원에서 달려온 추신수였습니다. 복귀 후 추신수가 결정적인 순간에 기대에 부응치 못했다는 점과 그래도 최근 살아나고 있는 타격 감각이 맞물리며 기대 반 우려 반. 그리고 아무래도 오랜 부상 결장이 있었기에 아직 강속구를 제대로 따라 잡지 못하는 모습이 종종 나왔던 점도 불안했습니다.

그러나 인디언스 팬은 오래 걱정할 새가 없었습니다.
초구 리그의 154.5km 강속구 싱커가 약간 바깥쪽의 높은 지점으로 날아드는 순간 추신수의 방망이는 먹이를 쫓는 수리처럼 공을 향해 쏜살같이 날았습니다. 정확히 스위트 스폿에 공이 맞았다고 생각되는 찰라, 마친 느린 그림을 보듯 추신수가 강하게 밀어 친 공은 프로그레시브 필드의 왼쪽 높은 담장을 향해 훨훨 날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전 9회 초에 역전타를 친 로빈슨의 머리를 훌쩍 지나 담장을 넘어 환호하는 인디언스 팬들 사이에 떨어졌습니다.

팀의 시즌 6번째 끝내기 승리이자 30번째 역전승, 그리고 1승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시점에 주전의 부상이 계속 발생하는데다 연패 행진마저 이어진다면 분위기는 최악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추신수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스윙 하나가 그 위기를 일단 넘기는 결정타가 됐습니다.

CHOO의 담담한 질주
홈런을 치면 가장 먼저 아는 이는 타자 자신입니다. 거의 동시에 투수도 직감합니다. 그리고 짧지만 시차적으로 팬이나 기자나 관계자들도 장타를 예감하게 됩니다.
간결하고 강력한 스윙을 한 추신수는 오른손으로 방망이를 살짝 떨어뜨린 후 곧바로 마이아몬드를 돌기 시작했습니다. 1루를 지날 무렵 살포시 왼손을 들어 주먹을 쥐기도 했지만 이내 쑥스러운 듯 슬그머니 내리고는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게 녹색 다이아몬드를 돌았습니다.

홈플레이트에는 동료가 모두 달려 나와 펄쩍 펄쩍 뛰며 환영식을 펼쳤지만 추신수는 그저 빙긋이 웃으며 홈 플레이프를 밟았습니다. 제일 먼저 후쿠도메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하이파이브. 카브레라와는 포옹을 나눴고 악타 감독은 하이파이브-포옹-머리쓰다듬기의 연속 동작으로 추신수의 끝내기 홈런을 치하했습니다. 배트보이와 손바닥을 마주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추는 여전히 쑥스러운 미소 정도였습니다. ‘늘 치는 홈런인데 새삼스럽게 뭘 이래?’하는 식의 반응. 빅리그 데뷔 후 첫 끝내기 홈런인데 왜 기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그렇게 담담하게 자축을 끝냈습니다. 야구는 또 계속되고 곧바로 더블헤더 2차전도 기다리고 있으니까.

154.5Km 싱커와 111km 커브

물론, 추신수의 예측이 정확했던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리그가 자신의 주무기인 싱커 일변도의 공배합을 한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154.5km의 강속구가 바깥쪽으로 형성된 것을 그렇게 정확한 타이밍으로 힘을 제대로 실었다는 것은 상당히 큰 의미가 있습니다. 최근 몇 경기 강속구를 따라잡는 타이밍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제야 제 컨디션에 거의 100% 가까이 돌아왔다는 증명이기도 했으니까요. 거기다가 오랜만에 보여준 밀어치기 홈런. ‘나, 이렇게 건재하다니까.’라고 외치는 것 같았습니다.

두 번째 경기에서도 추신수는 3루타와 홈런을 터뜨리며 활약을 이어갔습니다.
하루 두 번째 홈런의 상황은 그러나 전혀 달랐습니다. 상대 투수는 좌완 안소니 바스케스. 그가 던진 공은 111km 짜리 아주 느리고 낙찬 큰 커브였습니다. 그러나 스트라이크 존 높은 쪽에 걸치는 실투. 좋은 타자는 실투를 놓치지 않습니다. 추의 방망이에 걸린 공은 우익수 이치로의 머리를 지나 관중석에 떨어졌습니다. 변화구의 타이밍을 정확히 맞춰 잡아당겨서 만든 홈런이었습니다.

강속구를 밀어서, 변화구를 당겨서 만든 두 개의 홈런은 추신수의 감각과 타이밍과 배트 스피드 등을 모두 보여준 작품이었습니다.

험난한 남은 시즌과 추신수

더블헤더 2차전에서 패하면서 인디언스는 선두 타이거스에 6게임차로 뒤졌습니다. 추격하던 화이트삭스와는 동률이 됐습니다.
유망주를 쓸어 담아주고 데려간 우발도 히메네스는 4경기 중에 3경기를 망쳤고, 평균자책점 7.29로 아직까지는 실망입니다. 주전 타자의 부상이 이어지는 것도 걱정이지만 가장 믿음직했던 불펜이 흔들리는 것도 악타 감독에겐 큰 시름입니다.
이런 와중에 누군가가 팀을 이끌어줘야 하는데 그 기대의 눈길은 추신수에게 쏠리고 있습니다. 1차전의 극적인 승리 후 악타 감독은 “우리 팀에게 이 승리를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우리는 아직도 한 달 넘게 야구가 남았고 우리 팀을 몇 주간 이끌어 줄 수 있는 선수가 바로 추다. 해프너도 빠지고 사이즈모아와 브랜틀리도 없는 와중에 추가 우리를 이끌어줄 대단히 중요한 시점이다.”라고 기대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객관적인 전력이나 분위기로 볼 때 인디언스의 페넌트 레이스 희망이 조금 옅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야구장에서 미쳐 준다면 예측을 불허하는 결과를 종종 보여주는 것이 야구입니다.
부상 복귀 후 정확히 10경기를 뛰는 동안 추신수는 3할7푼2리(43타수 16안타)를 쳤습니다. 8타점에 7득점으로 기여했습니다. 2루타 1개, 3루타 1개, 홈런 3개로 장타력도 살아나고 있습니다. 최근 8경기 연속 안타의 호조입니다. 악타 감독과 팬의 기대가 그에게 몰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참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추신수. 시즌 초 슬럼프와 사고, 그리고 부상으로 인한 결장 등으로 3년 연속 3할-20-20의 기록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개인 기록을 떠나 팀에 기여할 시간은 충분히 남아있습니다.
딸과 가족에게 가장 큰 선물인 끝내기 홈런을 쳤듯, 팀의 우승에 기여하는 시즌 피날레가 될 수 있다면 데뷔 후 최악으로 힘들던 시즌을 훈훈하게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mlb&ctg=news&mod=read&office_id=151&article_id=0000002616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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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네코 11-08-26 08:58
   
좋은기사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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