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인절스 구장에서 만난 전준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타격 인스터럭터(사진 왼쪽부터)와 LA 에인절스 포수 최현(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
2009년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캐치프레이즈는 ‘야구는 만국어입니다’였다. 실제로 세계 모든 나라는 같은 규칙과 규정을 바탕으로 야구경기를 즐긴다. 그러나 경향과 지향점은 나라마다 다르다. 프로야구는 말할 것도 없다. 선수 개개인의 플레이부터 구단의 비전까지 각 나라 프로야구는 서로 다른 개성을 취한다. 그렇다면 한국 야구인의 눈으로 본 국외야구는 어떨까. 특히나 ‘야구의 종주국’인 미국야구의 실체는 무엇일까.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2천 안타+500도루’를 달성한 전준호(42) 전 SK 코치는 이 의문을 풀려고 미국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코치 연수를 떠났다. <스포츠춘추>는 인터넷을 통해 책상에서 수집하는 ‘간접정보’가 아닌 생생한 진짜 미국 야구이야기를 전 코치의 눈과 귀를 통해 야구팬에게 전달하려 한다.
안녕하세요. 전준호입니다.
미국에서 야구 공부에 열중하다 보니 요즘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습니다. 정말 야구장에서 종일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숙소에 돌아와 하루를 정리할 때면 한국에 계신 야구팬 여러분 생각이 간절합니다. 제가 보고, 듣고, 배우고, 공부한 것들을 여러분과 밤새워 공유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 때문인데요. 아무쪼록 여기서 열심히 공부해 여러분께 부끄럽지 않은 전준호가 돼 돌아갈 테니 그때까지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전 코치는 최현을 가리켜 "훌륭한 야구 선수 이전에 완성된 인격체"라며 극찬했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
오늘은 LA 에인절스 포수 최현(23, 미국명 현 최 콩거)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5월 중순 에인절스 구장에서 최현을 직접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최현은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한국계 미국인입니다. 아버지 최윤근 씨와 어머니 유은주 씨가 미국 시민권자이고, 최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국적과 상관없이 최현의 부모님은 100% 한국인입니다. 최현도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한국인이라 생각하고, 한국에 대해 각별한 자긍심을 느꼈다고 하는군요.
실제로 최현의 부모님은 한국말을 정말 잘하십니다. 최윤근 씨는 “어려서 미국인 이모부에게 입양돼 미국에서 컸지만, 한국어와 한국 문화는 절대 잊지 않았다”고 하시더군요. 유은주 씨도 아들에게 김치찌개를 해주시는 전형적인 한국 어머니셨습니다.
두 분은 최현과 최현의 동생이 한국인임을 잊지 않게 하려고 집에선 가능한 한국어로 대화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최현은 한국어로 유창하게 말하진 못해도, 거의 모든 한국말을 알아들었습니다. 저와 처음 만났을 때도 “안녕하세요”하면서 수줍게 웃더군요.
최현은 8살 때부터 야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부모님은 “(최)현이가 고교 때 공부를 무척 잘했다”고 하시더군요. 고교 시절 평균 학점이 3.87이었다고 합니다. 대단하지요? 그래서 어머니는 내심 대학 진학을 바랐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현은 학점만큼이나 야구도 잘했다네요. 고교 3학년 때 타율이 무려 4할6푼이었다고 합니다.
공부와 야구 모두 잘해선지 LA에서 가장 좋은 대학인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에서 입학제의가 왔답니다. USC는 운동과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학교였기에 어쩌면 최현에겐 가장 적합한 대학일지 몰랐습니다.
결국, 부모님과 최현은 USC에 진학하기로 했다는군요. 단, 최현이 조건을 달았다고 합니다. 드래프트 1라운드에 뽑히면 프로로 진출하고, 1라운드가 아니면 USC로 진학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드래프트에 응한 최현. 그런데 2006년 드래프트에서 에인절스의 1라운드 25번째 지명을 받은 게 아닙니까. 대학진학을 바랐던 부모님은 허탈했지만, 최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고 합니다. 계약금도 무척 많이 받았다고 하네요. 얼마냐고요? 137만 5천 달러(약 14억 9천만 원)였다고 합니다.
에인절스 입단 후, 최현은 주변의 예상대로 차근차근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마이너리그에서 어깨부상으로 2년 정도 고생하면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럼에도, 고난을 잘 이겨내고 이른 시일 안에 빅리그의 일원이 됐습니다.
최현은 앞으로 메이저리그를 이끌고 갈 차세대 스타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
최현을 만나 첫 번째로 든 생각은 ‘이 선수 굉장히 밝다’는 것이었습니다. 루키인데도 리더십이 있더군요. 동료와 워밍업 할 때 보면 농담도 잘 건네고, 훈련을 주도하는 게 한눈에 보였습니다.
에인절스 마이크 소시아 감독은 “최현의 장래가 굉장히 밝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소시아 감독은 2000년 에인절스 감독으로 부임하고 나서 2002년과 2009년 아메리칸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고, 2002년엔 월드 시리즈 타이틀을 거머쥔 바 있는 명장입니다. 사실 소시아 감독과 최현의 인연은 깊습니다. 둘 다 포수 출신이고, 최현이 빅리그 무대를 밟는데도 소시아 감독의 도움이 컸습니다. 최현 역시 소시아 감독에게 큰 도움을 줬는데요.
소시아 감독이 메이저리그 사상 23번째 1천승 감독이 되던 5월 9일((한국시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에서 최현이 결승타를 때려냈기 때문입니다.
소시아 감독은 아메리칸리그 감독이지만, 내셔널리그 야구를 지향하는 이입니다. 희생번트, 히트 앤드 런, 런 앤드 히트 등 작전을 자주 구사하기로 유명하지요. 투수교체 타이밍도 무척 잘 잡습니다.
소시아 감독은 최현을 가리켜 “투수들이 가장 편안하게 생각하는 포수”라고 했습니다. 포수에게는 최고의 찬사인 셈입니다.
덧붙여 소시아 감독은 “최현은 수비로서도 능력이 뛰어나고, 공 배합도 영리하며, 포수로서의 타격도 굉장히 훌륭하다”고 칭찬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빅리그 경기에서 경기력으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해 신인으로서 기회를 주지만, 만약 기회를 잡지 못하면 언제든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수 있단 뜻이었습니다.
최현은 “빅리그 생활이 행복하지만, 무척 힘들다”고 털어놓으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의 가장 큰 차이는 투수입니다. 선발, 중간, 마무리 투수 모두 구속이 빠르고, 공의 움직임이 좋습니다. 마이너리그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수준급 컷패스트볼과 투심패스트볼을 빅리그 투수들은 자유자재로 던집니다. 처음 보는 투수들이기 때문에 항상 공부하는 자세로 그들의 공을 받습니다. 무엇보다 소시아 같은 훌륭한 포수 출신 감독 아래서 성장하는 게 개인적으로 빅리그에 자리 잡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issue&mod=read&issue_id=438&issue_item_id=9061&office_id=295&article_id=0000000608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