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유창식. 최고 유망주이나 그 역시 어깨가 썩 좋지 않다(사진=한화) |
선동열, 이상훈, 이종범(KIA), 이승엽(오릭스), 김광현(SK)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하나같이 프로야구 신인지명회의에서 1차 지명자로 뽑혀 프로에 입문한 이들이다. 과거만 해도 1차 지명은 성공의 지름길이었다. 1차 지명자 대부분이 프로에서 대선수로 성장했다. 1차 지명자를 잘 뽑아 하위권에서 곧바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팀도 많았다. 그러나 요즘 들어 1차 지명자의 수난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먹튀” 소릴 듣는 1차 지명자가 급속도로 늘었다. 2011시즌을 앞두고 야구계에선 벌써 “신인왕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상으로 얼룩진 1라운드 지명자
2011 신인 지명회의에서 1라운드에 뽑힌 루키들(사진=신주영 사진작가) |
“예전엔 1차 지명자가 1군에 가장 먼저 오르는 선수를 의미했다. 그러나 지금은 프로에 오자마자 첫 번째로 드러눕는 선수를 뜻한다.”
모 구단 관계자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LG가 대표적이다. 1990년대 LG는 알아주는 강팀이었다. 신인선수들 덕분이었다. 고졸이든 대졸이든 프로에 입문하자마자 주전을 꿰찼다. 정규시즌엔 시쳇말로 날아다녔다. 신기하게도 아픈 선수도 없었다. 1990년 김동수(현 넥센 코치), 1991년 송구홍(현 LG 코치), 1992년 임선동(은퇴), 1993년 이상훈(은퇴), 1994년 유지현(현 LG 코치), 1995년 심재학(현 넥센 코치), 1997년 이병규, 1998년 조인성이 그랬다.
하지만, 2000년대 들면서 사정이 돌변했다. 1차 지명자 덕을 거의 보지 못했다. 거액을 안기며 큰 기대를 걸었던 선수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1·2군을 전전하다 은퇴하거나 1군에서 자릴 잡지 못해 방황하기 일쑤였다. 입단하고 얼마 있다가 수술대에 눕는 이도 많았다. 2000년 이후 LG 유니폼을 입은 1차 지명자 가운데 현재 확실한 주전은 불펜의 이동현(2001년), 2루수 박경수(2003년), 봉중근(2007년), 오지환(2009년) 정도다.
1차 지명자의 수난은 최근 들어 더 심해졌다. 지난해 8월에 열린 ‘2011 신인지명회의’에서 8개 구단은 심사숙고 끝에 1라운드 지명자를 뽑았다. 한화 유창식, LG 임찬규, 넥센 윤지웅, 삼성 심창민, 롯데 김명성, 두산 최현진, SK 서진용, KIA 한승혁이 영광의 주인공이었다.
야구계는 “2005년 이후 1차 지명자들의 기대치가 올해 들어 가장 높다”며 “이들 가운데 최소 4명은 프로 데뷔 즉시 1군 무대에 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전망은 빗나갔다. 8명의 1차 지명자 가운데 1군 진입이 유력한 선수는 윤지웅, 김명성 가운데 한 명 정도다. 나머지 선수들은 정규 시즌을 2군에서 맞을 가능성이 크다. 이유는 간명하다. 죄다 아프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1라운드 지명자들은 프로 입단과 함께 부상으로 신음하는 것일까. 과연 8개 구단 스카우트는 1라운드 지명자들의 부상을 알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선수 보는 눈이 부족했던 것일까. 아마추어 야구계의 혹사와 무리가 아직도 횡행하는 것일까.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issue&mod=read&issue_id=438&issue_item_id=8998&office_id=295&article_id=0000000577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