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임창만 영상 기자] “경쟁에서 승리할 자신이 있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던 김하성(26·샌디에이고)은 기록과 별개로 그 약속을 지키고 있었다. 얼굴 표정에서는 긴장감이 없었다. 첫 안타에 구단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김하성은 2일(한국시간) 미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시범경기에 선발 3번 유격수로 출전, 시범경기 첫 안타를 뽑아내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수비에서도 병살타 처리에 기여하는 등 전반적으로 흠잡을 곳 없는 경기력을 뽐냈다.
1일 시애틀과 경기에서는 지명타자로 출전했던 김하성은 이날 수비에도 나갔다. 1일 경기에서 안타를 기록하지는 못했으나 타구를 두 차례나 워닝트랙으로 날려 보낸 김하성은 2일 두 번째 타석에서 기어이 안타를 신고했다. 3루수와 유격수가 전혀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타구를 좌익수 앞으로 보냈다.
의미가 있는 안타였다. 좋은 타구질을 유지했음은 물론, 계속해서 패스트볼 대처가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안타 당시 마운드에 서 있던 투수는 베테랑 좌완 렉스 브라더스. 201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통산 317경기에 뛴 불펜 투수다. 95마일(153㎞)를 쉽게 던지는 강속구 좌완인데 김하성의 타이밍은 전혀 늦지 않았다.
이날 경기에서 김하성은 타석이나 수비에서 전혀 위축된 모습이 없었다. 첫 수비 출전이나 다소 긴장할 법도 한 상황이지만 내색하지 않고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4회 메이빈의 타구를 병살타로 연결한 것도 평소대로였다. 안타를 친 뒤에도 크게 들뜬 모습은 없었다.
샌디에이고 구단도 SNS를 통해 김하성의 안타를 축하한 가운데 김하성은 계속해서 여러 포지션에 번갈아가며 나설 가능성이 크다. 주전 선수이기는 하지만 MLB는 올해가 첫 시즌. 여기에 유격수·2루수·3루수를 번갈아가며 소화할 가능성이 높아 샌디에이고의 다른 주전급 선수들보다는 출전 경기나 타석 수가 많을 수 있다. 그러나 적응 시간이 필요한 김하성으로서는 이것도 좋은 조건이다.
김하성은 출국 전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KBO와 MLB의 수준 차이는 있지만, 적응의 차이라고도 생각한다. 빨리 적응한다면 좋은 성적이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예상했다. 그리고 김하성의 적응은 예상보다 빠르다. 시작부터 2021년 긍정적인 신호가 들어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