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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0-05 13:39
[MLB] [야구는 구라다] 큰 경기에 강한 투수는 없다
 글쓴이 : 러키가이
조회 : 1,499  


[야구는 구라다] 큰 경기에 강한 투수는 없다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2001년 월드시리즈 7차전 : 뉴욕 양키스 -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달력이 벌써 11월이다. 그 해(2001년) 월드시리즈는 펄펄 끓었다. 6차전까지 명승부의 향연이었다. 양키스의 끝내기 승리가 뉴욕을 열광시켰다. 관중석 곳곳에 NYPD와 NYFD 모자가 가득했다. 경찰과 소방관들에게 전하는 특별한 메시지들이다. 9ㆍ11의 비극이 두 달 전이었다.

그렇게 맞은 7차전이다. 양키스가 드디어 리드를 잡았다. 2-1로 앞선 8회말, 불펜이 열렸다. 마리아노 리베라의 장엄한 등장이다. 동시에 중계 화면에도 숫자가 몇 개 뜬다. 수호신의 포스트시즌 통산 기록이다. 25번의 세이브 기회에 24번 성공. 51게임 ERA가 무려 0.70이다.

기계 인간의 모습이다. 조금의 흔들림도 없다. 냉정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비수같은 커터를 뿌려댄다. 8회는 삼진 3개로 지워졌다(2사후 단타 1개). 그러자 D백스도 맞불을 놨다. 전날 7이닝을 던진 랜디 존슨을 마운드에 올렸다. 빅유닛도 9회초를 3자범퇴로 막았다.

그리고 9회말. 리베라의 완벽함에 실금이 생겼다. 선두 타자 안타에 이은 번트가 문제였다. 타구를 잡은 샌드맨이 송구 실책을 범했다. 1사 1루가 무사 1, 2루로 변했다. 결국 삐걱대던 커터는 2루타(토니 워맥)를 허용했다. 2-2 동점.

그걸로 끝이 아니다. 이어진 1사 만루에 루이스 곤잘레스 타석이다. 몸쪽 커터에 스윙은 완전히 먹혔다. 하지만 힘없는 타구는 아무도 없는 2루 뒤쪽에 떨어졌다. 월드시리즈를 끝내는 안타였다. 체이스필드가 어마어마한 함성에 뒤덮였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결승전 : 대한민국 - 쿠바

일본을 꺾었다. 준결승이었다. 메달은 확보한 셈이다. 그것만으로 나라가 뒤집어졌다. 너무나 극적인 승리였다. 최강 마무리 이와세를 침몰시켰다. 대회 내내 죽을 쑤던 이승엽의 한 방이 터졌다. 당사자의 눈물도 터졌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다. 쿠바전이 남았다. 언제 또 열릴 지 모를 올림픽 결승 무대다.

내세울 투수는 한 명 뿐이다. 겨우 21살 짜리 풋내기, 프로 3년차 류현진이다.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국내에서야 그렇다치자. 국제 대회 성적이 영 신통치않다. 2006년 도하 참사의 멤버였다. 일본전서 탈탈 털렸다. 사회인 리그 출신들에게 2.1이닝 동안 5실점했다. 하다못해 중국전에선 홈런도 맞았다. 4이닝 2실점했다.

올림픽 예선 때도 별로였다. 캐나다전 패전투수였다(1.2이닝 3실점). 다행히 본선 때는 회복 기미가 보였다. 같은 캐나다에 1-0 완봉승을 따냈다.

결승전 출발은 불안했다. 1회부터 홈런(미카엘 엔리케)을 맞았다. 하지만 이후가 좋았다. 2-1, 3-2의 한 점차 리드를 잘 지켰다. 9회 1사까지 막아냈다. 강민호가 백네트에 미트를 꽂을 때까지 말이다.

완투승이 아쉬울 뿐이다. 마무리는 정대현의 몫이 됐다. 그래도 승리 투수는 그의 차지다. 8.1이닝 2실점. 나무랄 데 없는 호투다. 그만한 '큰 경기'가 어디 있겠나. 역사에 남을 순간이다. 그날은 '야구의 날'로 지정됐다. 그를 '큰 게임에 강한 투수'로 불러도 손색없는 이유다.


베이징 올림픽 당시 모습

와일드카드 시리즈 2차전의 패전 투수

결코 달가울 수 없는 이름이다. 엘리미네이션(elimination) 게임 말이다. 지면 끝이다. 얘기만 들어도 쫄깃하다. 어디 맘 편히 던질 수 있겠나. 웬만한 심장으론 어림도 없다.

결국 그런 상황이 맡겨졌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에게는 물러설 곳이 없다. 와일드카드 시리즈 1패 후 2차전 등판이다. 게다가 상대는 1번 시드다. 위~아래. 어디 한 곳 쉬어갈 데가 없다. 그야말로 짱짱한 타선이다.

아니나 다를까. 에이스는 1회부터 허덕인다. 무려 4안타를 허용했다. 설상가상. 수비까지 남의 편이다. 실책까지 보태준다. 그나마 1점으로 막은 게 다행이다.

한숨 돌린 줄 알았더니, 아니다. 훨씬 비극적인 2회가 기다리고 있다. 안타-홈런. 0-3으로 기울었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계속된 안타-볼넷, 또다시 실책. 만루에서 헌터 렌프로가 좌측 담장을 넘겼다. 0-7로 사실상 승부 끝이다. 2회를 못 채우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8년 만의 10월 야구였다. 블루제이스의 가을은 너무 일찍 사라졌다. 단 두 게임이 전부였다.

에이스는 남 탓이 없었다. 실책, 유격수 같은 단어는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구속이 조금 덜 나오기는했지만 느낌은 괜찮았다. 초반부터 모든 변화구가 안타로 이어지면서 전체적으로 어려운 경기를 했다. 장타를 억제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대량 실점이 됐다."

깔끔한 정리, 신속한 퇴장이다. 가장 빠른 귀국편으로 인천공항에 내렸다. 마중나온 어머니(박승순씨)에게 반갑게 한마디했다. "저 왔어요."


인천공항에 입국하는 류현진

프라이스와 벌랜더의 엘리미네이션 게임

2년 전 이맘 때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가 열렸다. 빨간 양말과 우주인들의 대결이다. 승부는 5차전에 끝났다. 레드삭스가 1패 후 4연승했다.

최종전 선발 매치업이 관심거리였다. 데이비드 프라이스와 저스틴 벌랜더가 붙었다. 결과는 프라이스의 승리였다.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패전 투수는 벌랜더다. 6이닝 4실점으로 기대 이하였다.

예상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벌랜더가 누군가. 포스트시즌의 절대 강자였다. 특히나 엘리미네이션 게임에 굉장했다. 5번 나가 4승 1패, 평균자책점 1.21의 성적이었다. 그전까지 26이닝 연속 무실점도 이어가던 중이었다.

프라이스는 반대다. 정규 시즌에는 분명 톱 클래스다. 하지만 심하게 가을을 탄다. 10월에는 완전 딴사람이다. 통산 11번 등판에서 9패만 남겼다. 선발로는 전패였다(구원승 2번). 그러니까 둘의 대결은 이제까지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야구를 했던 날 가운데 가장 특별한 하루다." 프라이스가 감격할만했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가을 야구의 업보 = 에이스의 숙명

포스트시즌의 최강자가 있다. 마리아노 리베라다.

샌드맨은 통산 96게임에서 8승 1패 42세이브를 올렸다. 141이닝을 던지며 기록한 ERA는 무려 0.70이다. 그야말로 경악할 수준이다.

승리 확률 기여도(Win Probability Added, WPA)를 보면 확연하다. 11.62로 단연 독보적이다. 2위 커트 실링(3.57)과는 3배 이상 차이다.


출처 = 베이스볼서번트

하지만 완벽한 건 아니다. 제 아무리 그래도 뼈아픈 실패는 있다.

방울뱀에게 물린 2001년 월드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그 밖에도 여럿이다. 2004년 가을도 기억에 또렷하다. 빨간 양말들이 저주를 풀던 해다. ALCS에서 이틀 연속(4, 5차전) 승리를 날렸다.

42번의 세이브가 있다. 그런데 5번의 블론 세이브도 아프게 남겨졌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엘리미네이션 게임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그야말로 에이스의 무덤 같은 곳이다. ERA가 높은 순으로 꼽아봤다. 그러니까 못 던진 순서다. 한결같이 레전드급 투수들만 이름이 남는다.

① 팀 웨이크 필드 - 6.75

② 클레이튼 커쇼 - 5.77

③ 로저 클레멘스 - 5.28

④ 페드로 마르티네스 - 5.17                  <20이닝 이상 기준>

가을이면 떠오르는 이름들이 있다. 샌디 쿠팩스, 매디슨 범가너…. 워낙 강렬하고, 인상적인 포스트시즌을 보낸 인물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경기에 강한 투수는 없다. <…구라다>는 그렇게 믿는다. 그런 건 과학적 논증의 결과가 아니다. 불충분하고, 불완전한 표본으로 구성된 가설일 뿐이다. 우리의 희망과 염원, 기억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다.

짧은 기간의 강렬함은 인상에 남는다. 그러나 횟수가 쌓이고, 커리어 전체를 따지면 어쩔 수 없다. 끔찍한 실패와의 만남은 필연적이다. 그건 아마도 모든 에이스의 숙명일 것이다. 그리고 극복하는 과정에 대한 얘기일 것이다.

* 다별이(태명) 아빠 ML 포스트시즌 기록 = 9경기 3승3패, ERA 4.54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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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키가이 20-10-05 13:39
   
Republic 20-10-05 19:42
   
맞는 말이긴한데..
이건 정신승리지

국뽕팔이가 돈이 되는 세상이라
전문가라는 인간들은 정답을 알고 있지만
이런식의 기사로  돈을 버는군.


60이닝쯤에
100구 호투한 투수가  5일 휴식하고
등판해서 구속 저하로 2이닝을 못 버틴다??
이게 단발성 우연인지
내구성이 이정도인지  몬토요 감독이
류 사용법을 확실하게 터득해야지.
whoami 20-10-06 10:55
   
이런 기사 내는게 더 비참하게 만드는거 아닌가?
그냥 못하는 날이 있는거고 못한건데 '이런저런 이유가 있구요, 다른 애들도 그랬구요' 구구절절...
다음에 잘하면 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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