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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9-29 16:18
[MLB] [구라다] 김 감히 몰리나 사인을 세번이나 거부
 글쓴이 : 러키가이
조회 : 2,222  


[야구는 구라다] 김광현 '감히' 몰리나 사인을 세번이나 거부하다


mlb.tv 화면

일요일 오후 3시 게임이다. 섭씨 17도의 쌀쌀함에도 부시 스타디움이 가득 찼다. 유료 관중이 무려 4만6,485명이다. 물론 놀랄 일은 아니다. 세인트루이스 아닌가. 가장 충성스러운 팬들이다. 가을이면 늘 빨간 좀비가 된다. 새삼스러울 건 없다.

작년 디비전 시리즈(NLDS) 3차전(10월 6일)이었다. 상대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다. 1승 1패에서 기로가 된 경기다. 선발 매치업도 만만치않다. 상대는 22세 영건 마이크 소로카다. 맞서는 투수는 38세 애덤 웨인라이트다. 5년만의 포스트시즌 선발 등판이다.

선취점은 카디널스가 냈다. 2회 마셀 오수나의 2루타, 맷 카펜터의 희생플라이로 점수는 뽑았다. 이후는 1-0을 지키는 처절함의 연속이었다. 수고는 온전히 노장 선발의 몫이다.

웨인라이트는 8회 2사까지 버텼다. 그냥 막는 수준이 아니었다. 4안타 무실점, 삼진을 8개나 뽑았다. 마운드를 내려오는 시점에는 투구수가 120개나 됐다. 업무를 끝내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그를 향해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하지만 에이스의 승리를 날아갔다. 마무리 카를로스 마르티네스가 문제였다. 9회 3점을 잃고 역전패했다. 애덤 옹의 승리도 함께 지워졌다.

그래도 몇가지 소소한 기록들은 남았다. 38세 이상이 포스트시즌에 120개를 던졌다. 2000년 로저 클레멘스(당시는 완투승) 이후 처음 일이다. 또 하나가 있다. 이날 던진 커브의 숫자다. 120개 중 절반 가까운 57개(47.5%)나 됐다. 투구 추적 시스템이 개발된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물론 받아준 포수는 야디어 몰리나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승리 요건 목전에 찾아온 고비 

신기한 일이다. 그 때가 되면 꼭 한번씩 고비를 맞는다. 전반전 끝 무렵이다. 그러니까 늘 5회가 문제다. 특히나 이기고 있을 때가 더 그렇다. 아찔아찔한 대목들이 생긴다.

그날도 그랬다. 3-1로 앞서던 5회 말이다. 2사까지는 잘 버텼다. 하나만 더 잡으면 된다. 그런데 그 때부터 일이 꼬인다. 갑작스러운 흔들림이다. 1번 아비사일 가르시아부터다. 스트레이트 볼넷을 줬다. 게다가 다음 타자는 MVP급 거물이다. 크리스티안 옐리치다.

신경이 안 쓰일 수 없다.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다. 1승이라도 보태야한다. 팀 사정도 급하다. 가을 야구를 위해 한 게임이 아쉬운 터다. 삐끗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다.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랠리가 이어졌다. 풀카운트, 거기서도 파울 2개가 커트됐다. 8구까지 가는 실랑이다.

그 때였다. 돌연 배터리의 사인 교환이 길어진다. 그러려니 했다. ‘중요한 순간이까.’ 그런데 한 술 더 뜬다. 포수 사인에 거듭 고개를 젓는다. 아예 투구판에서 발을 빼고 물러나기도 한다. 볼배합이 마음에 안든다는 뜻이다. 또는 생각하고 있는 걸 꼭 던지고 싶다는 말이기도 하다.

mlb.tv 화면

그러나 포수가 누군가. 리그 최고인 야디어 몰리나다. 감히 그의 요구에 ‘NO’를 하다니. 그것도 3번씩이나. 포수 출신인 전임 마이크 매시니 감독조차 일임하던 부분이다. 그런데 한낱 루키 투수가 그러고 있다. 어찌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하지만 어쩌랴. 결국 던지는 사람 마음 아닌가. 마지못한 결재를 얻어냈다. 고개를 끄덕이고, 그토록 고집 세운 8구째가 시행됐다. 70마일짜리 커브다. 외곽 낮은 곳에 잘 떨어졌다. 좋은 곳이지만 성과는 없었다. 타자는 참을성을 발휘했다. 결과는 볼넷이다.

하긴. 몇 번이나 고개를 젓는 걸 봤다. 눈치 빠른 옐리치다. ‘안 쓰던 걸 던지려는구나.’ 그런 짐작은 충분히 가능하다.

루키는 얼굴을 찡그린다. 회심의 일구가 외면됐다. 2사 1, 2루로 위기가 깊어졌다.

mlb.tv 화면

경기 후 반성의 시간이다. 현지 언론과 비대면 화상 인터뷰 때다. 루키가 당시를 설명한다.

“5회 옐리치를 상대할 때가 고비였다. 풀카운트에서 커브를 던질 때 조금 힘들었다. 그런데 몰리나가 나를 믿어줬다. 믿어줘서 그래도 좋은 결과가 있었다. 한국에서도 처음에 박경완이라는 대포수를 만났고, 여기서도 몰리나라는 대포수와 함께 하게 됐다.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투수는 자기 공을 던져야한다  

KK의 커브는 간혹 칭찬과 만난다.

팬그래프스닷컴에 이런 글이 실렸다. 벤 클레멘스라는 칼럼니스트의 감상문이다. 시범 경기 때부터 신인왕 후보로 꼽은 사람이다. “슬로우 커브가 굉장하다. 자주 던지지는 않는다. 보여주기식인데, 낮게 유지되기만 하면 아주 경쟁력이 큰 무기가 될 것이다. 구속 변화가 커서 타자들이 쉽게 덤벼들 수 없는 공이다.”

몰리나 자신도 경험했다. 캠프 때 자체 연습 경기에서 타자로 상대한 적이 있다. “포수로 공을 받을 때와는 느낌이 확실히 달랐다. 공을 참 잘 던진다. 특히나 커브가 어려웠다. 계속 헛스윙만 했던 것 같다.”

간판 타자 맷 카펜터도 호평을 남겼다. “그는 디셉션도 있고, 투구 동작이 빠르다. 패스트볼과 커터(슬라이더), 체인지업(스플리터)에 느린 커브까지 던진다. 4가지 구종을 효과적으로 구사하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 좌타자로서는 상대하기 힘든 투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브는 아직 메인이 아니다. 사이드 메뉴일 뿐이다. 여전히 3, 4번째 구종이다.

다시 5회 옐리치의 타석을 보자. 초구가 커브였다. 71마일짜리가 존을 통과했다. 한복판이지만 타자는 반응하지 않았다. 앞 타자(가르시아)가 스트레이트 볼넷이어서 기다린 것으로 보인다. 판정은 받았지만 위험한 높이였다.

몰리나가 이 점을 모를 리 없다. 때문에 계속 포심-슬라이더만 고집한 것으로 풀이된다. 왜 커브를 생각하지 않았겠나. 웨인라이트에게는 한 경기에 57개씩이나 사인을 낸 ‘커브 덕후’가 말이다.

아래 표를 보면 이해가 된다. 4가지 중에 가장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데이터다.

자료 = 베이스볼서번트


평소에는 고분고분하다. 사인 내는 족족 OK다. 오히려 투구 간격이 너무 빨라 숨이 찰 지경이다. 그런 퇴근 본능에 칭찬이 자자했다. 그러던  루키의 반발(?)이었다. 중요하고, 아슬아슬한 길목에서 말이다. 게다가 실패했다. 볼넷을 줘서 더 큰 화를 당할 뻔했다.

하지만 지지한다. <…구라다>는 그의 고집과 소신에 갈채를 보낸다.

제 아무리 베테랑 포수라도, 제 아무리 MVP급 타자라도. 그건 두번째 문제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결국 자기가 믿는, 자기 공을 던져야한다. 그래야 한다. 그게 투수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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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키가이 20-09-2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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