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두번째 만난 마이애미 상대로 또다시 ‘변신’을 선보이며 타선을 꽁꽁 묶었다. 지난달 12일 등판에서 높은 속구 위주로 승부했던 류현진은 3일 대결에서 포심을 줄이고, 체인지업 비율을 높였다. 각을 크게 만든 커터에다 느린 커브를 섞으면서 마이애미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류현진은 3일 마이애미와의 원정경기에서 6이닝 5안타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지난 마이애미전에서 포심 비율이 37%(34개)였는데, 이날은 26%(26개)로 줄였다. 높은 존 보다는 몸쪽으로 붙여 구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체인지업의 위력도 여전했지만 이날은 커터의 예리함이 뛰어났다. 2회 1사 2·3루 위기 때 포수 알파로를 삼진 처리하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우타자 알파로의 바깥쪽 낮은 스트라이크 존을 스치는 ‘백도어 커터’를 구사한 뒤 같은 코스에 반대쪽으로 움직이며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던져 삼진으로 잡아냈다. 토론토 중계진은 이 장면에서 “커터와 체인지업이 같은 코스에 들어갔다. 놀랍고 대단한 삼진”이라고 전했다.
류현진의 커터는 우타자 상대로 바깥쪽에서 존에 걸치는 ‘백도어’ 스타일로 구사하다가도 몸쪽 깊숙히 찔러 떨어뜨리는 ‘백풋’ 스타일로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류현진이 이날 던진 커터 22개 중 절반 가까운 10개에 타자들의 스윙이 나왔고 이 중 6개가 허공을 갈랐다. 헛스윙률은 무려 60%나 됐다.
이따금 섞어 던진 커브의 위력도 뛰어났다. 2회 1사 2·3루에서 알파로를 삼진으로 잡은 데 이어 치솜을 삼진 처리한 것도 커브였다. 3회 쿠퍼를 삼진 처리한 커브는 이날 최저 구속을 기록한 108㎞짜리였다. 토론토 공식 트위터는 이 장면을 링크하며 ‘아름답지 않나요?’라고 적었다.
류현진은 커브 구사에 대해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내가 던질 수 있는 모든 공을 스트라이크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현진이 무서운 투수인 점이 바로 이 때문이다. 토론토 중계진은 “류현진은 어떤 스타일의 타자라도 다 상대할 수 있는 다양한 무기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