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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5-01 08:14
[MLB] [야구는 구라다] 5월, 류현진이 매덕스를 소환한 달
 글쓴이 : 러키가이
조회 : 1,311  


[야구는 구라다] 5월, 류현진이 매덕스를 소환한 달


긴가민가 하던 때다. 그러니까 작년 4월 무렵이다. 어떤 시즌이 될 지 확실치 않았다. 개막 초반은 괜찮았다. 그러나 불안이 엄습했다. 세인트루이스 원정 때다. 2회도 못 마치고 포기했다. 사타구니 탓이다. "큰 부상 아니다. 조절 차원이었다." 아무리 변명해도 안 먹혔다. 그냥 '또?'라는 물음표만 뒤따랐다.

근 2주만의 복귀전은 밀워키 출장이었다. 6회를 못 넘겼다. 크리스티안 옐리치에게 연타석 홈런을 맞았다. 시즌 첫 패전을 안았다. 그 동네 팬들의 SNS에 조롱이 가득했다. 홈런 장면에 댓글이 달렸다. R yu kidding?! (아 유 키딩, 장난 지금 나랑하냐?!)

다음 피츠버그 때는 좋았다. 7이닝 2실점, 3승째를 올렸다. 친구(강정호)에게는 3타수 1안타를 선물했다. 상승세는 이어졌다. 샌프란시스코 도장 깨기다. '강타자' 매디슨 범가너를 만났다. 한달 전에 2점 홈런을 맞았던 상대다(7이닝 2실점 2승). 재대결에서도 눈부셨다. 8회까지 버텼다. 루키 시즌 이후 처음이다. 실점은 1개였다. 하지만 타자들이 도와주지 않았다. 9회 결승점을 내주고 1-2로 패했다.

그렇게 막 올라가는 시점이다. 애틀랜타전 홈경기가 잡혔다. 현지 날짜로 5월 7일 저녁 경기다. NL 팀 중 아직 정규 시즌 승리가 없는 상대다. 중심 타선이 까다롭다. 특히 요주의 인물이 있다. 프레디 프리먼이다. 상대 전적이 11타수 6안타(0.545), OPS는 1.279다.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도 만만치않다.

로버츠 감독 "그 친구 땀도 안 흘리던데"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플레이볼과 함께 화려한 향연이 시작됐다. 5회까지 '무려' 퍼펙트 게임을 이어갔다. 6회 첫 타자(타일러 플라워스)의 타구가 3루수 옆을 빠져나갔다. 첫 안타다. 저스틴 터너가 고개를 못 든다. "생각도 못했다. 관중들이 기립 박수를 쳐서 알았다. 스코어보드에 1이 반짝이는 걸 보고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몸을 던져 가제트 팔이라도 써야했다."

하지만 미안할 필요없다. 타석에서 펄펄 날았다. 1회 선제 솔로, 5회 추가 솔로, 8회 쐐기 3점포를 터트렸다. 자신의 데뷔 첫 3홈런 경기였다.

9-0의 넉넉한 스코어다. 9회에도 마운드의 주인은 그대로다. 2사 2루에 마지막 타자는 천적 프리먼이다. 카운트 1-2에서 91마일짜리가 타자 눈높이를 찔렀다. 헛스윙. 27번째 아웃이다. 늦게까지 다저 스타디움을 지켰던 팬들이 기립 박수를 보냈다. 포수가 마지막 공을 챙겨준다. 투수는 빙긋이 웃으며 뒷주머니에 찔러넣었다.

4안타 무사사구 경기다. 6K를 잡으며 무실점으로 막았다. 6년 만에 해낸 생애 두번째 셧아웃이다. 옛 스승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저런 직구가 있나 싶었다. 스피드 보다 제구, 날카로움이 대단했다. 역시 아프지만 않으면 세계 최고 수준의 투수라는 걸 입증했다." (김인식)

현직 감독은 오죽하겠나. 입이 귀에 걸렸다. "경기 내내 커맨드가 완벽했다. 1회 초구부터 모든 구종을 다 활용하더라. (브레이브스가) 아주 좋은 타선이지만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정말로 명작(masterpiece)이었다." 멘트 막판이 촌철살인이다. "그 친구 땀도 안 흘리던 걸. 1루 커버 들어갈 때 빼고는.(ㅋㅋㅋ)"

이 경기는 방탄소년단의 슈가가 직관했다. "완봉 축하드려요." SNS에 응원글도 올렸다. 한 미국 기자가 궁금함을 못 참았다.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의 빌 플런킷이다. "류에게 물었다. '이러다가 한국에서 당신의 인기가 BTS보다 더 많아지는 것 아니냐?' 그랬더니 그가 격렬하게 고개를 젓더라. 그리고는 '미친 거 아냐?'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더라."

                                                                BTS SNS 캡처

러셀 마틴 "매덕스 비슷한 데가 있어"

충격이었다. 모두가 깜짝 놀랐다. 무사사구 완봉승? 그건 둘째 얘기다. 경이로운 점은 바로 투구수다. 겨우 93개로 끝냈다. '저건 뭐지?' 특히나 미국 기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그들은 상상도 못한 일이다. 스피드는 기껏 91~92마일 정도다. 변화구래야 평범한 체인지업이다. 그걸 왜 저렇게 못 치나.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난감하다.

부지런한 기자 하나가 클럽 하우스로 달려갔다. 러셀 마틴을 찾아서다. 완봉 기념구를 챙겨줬던 포수다. 대뜸 질문 하나를 날렸다. "Ryu 같은 유형의 투수를 본 적이 있는가?" 잠시의 망설임도 없었다. 즉답이 돌아왔다. "응, 너도 알지? 매덕스라고. 언뜻(smidgen) 그런데가 있어." 이튿날 기사 하나가 출고됐다. ‘새로운 매덕스의 유형이 보인다. 건강한 류현진이 거의 그렇다.’ (ESPN)

그 기사의 내용 중 일부다. '매덕스는 (약물이 만연했던) 공격의 시대를 버텼다. 그건 그가 모든 투구를 정확히 통제했기 때문이다. 류현진도 비슷하다. 최근 삼진/볼넷 비율을 보면 무척 근접한 점을 느낄 수 있다. 매덕스처럼 뛰어난 투심은 없지만, 5개의 구종을 완벽하게 구사한다. 올해 7번의 등판에서 볼넷이 겨우 2개 뿐인데서 알 수 있다.'

                                                      사진 제공 = 게티 이미지

사실 새삼스러울 건 없다. 실전 용어나 다름없다. 제이슨 루크하트라는 사람이 만든 말이다. 100개 미만의 공으로 끝낸 경기를 '매덕스'로 불렀다. 우리 미디어에는 '매덕스 게임'이라는 표현으로 등장한다. 마법사(그렉 매덕스)가 통산 13번이나 이룬 경지다.

다저스 투수 중 가장 최근은 클레이튼 커쇼다. 2013년에 94개로 상대를 셧아웃시켰다. 2008년에는 구로다 히로키가 91개로 게임을 마쳤다. 매덕스가 소환되자 정작 본인이 몸 둘 바를 모른다. “그런 전설적인 투수와 비교되는 자체만으로 영광이죠.” (류현진)

커리어의 전환점이 된 매덕스 게임

93구 셧아웃으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더 이상 몸집 크고, 달리기 못하고, 라커에 담배를 가지고 나타나는 이방인이 아니다. 그의 이름 앞에 엘리트(thinkblue.com), 명석한(reddit.com), 왼손 매덕스(mlb.com) 같은 수식어들이 붙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수 밖에. 당시 기록은 경이롭다. 7게임, 44⅓이닝 동안 삼진 45개를 잡았다. 허용한 볼넷은 2개에 불과하다. 탈삼진/볼넷 비율이 무려 22.5나 된다. 압도적인 1위다. 2위 맥스 슈어저(워싱턴ㆍ9.00)의 2배가 훨씬 넘는다. 비교 대상을 찾으려면 10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1800년대를 뒤져야 그 정도 기록이 나온다.

이 대목에 오렐 허샤이저가 빠질 수 없다. 다저스의 전설이자, 강력한 Ryu의 지지자다. SportsNET LA의 해설자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기사를 봤다. 매덕스와 류를 비교하는 글이다. 분명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볼넷에 엄격한 것과 스피드 보다는 커맨드에 몰입하는 게 그렇다. 어쩌면 강력함이 지배하는 지금 시대에 가장 매덕스에 근접한 유형일 지도 모른다."

가제트 팔을 아쉬워한 3루수는 이런 멘트를 남겼다. “Ryu는 매우 저평가됐다. 아마 수술만 아니었으면 벌써 2018시즌에 사이영상 후보가 됐을 지 모른다. 하지만 그 친구는 그런 평가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자신의 일을 한다. 그만큼 더 높게 인식돼야 할 투수다.” (저스틴 터너)

매덕스를 소환시킨 파트너의 집에서

왼손 매덕스는 이후 승승장구했다. 한달간 5연승의 파죽지세를 달렸다. 5월 이달의 투수상은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그 덕에 올스타전 선발 투수의 영예도 누렸다. 결국 동양인 최초로 ERA 1위 타이틀도 차지했다. 사이영상도 2위까지 올랐다. 그리고 성공적인 FA로 날개를 달았다. 지금은 대륙의 정반대, 척박한 AL 동부에 도전장을 냈다.

아쉬운 것은 현재 상황이다. 여전히 기약없는 기다림이다. 개막을 손꼽으며 플로리다에 칩거 중이다. 그런데 머무는 곳이 공교롭다. 러셀 마틴의 집이다. 바로 1년 전. 93구 완봉승을 합작해낸 배터리다. 처음 매덕스를 언급하고, 소환시킨 파트너다.

"그와의 경기는 편하다. 크게 움직일 일이 별로 없다. 미트만 대고 있으면 그만이다. 거의 정확하게 배달된다. 쓸데없이 힘을 낭비하는 법도 없다. 92마일로도 충분한 스핃드를 낼 줄 안다. 그러면서도 가장 공격적이다. 내가 (사인을)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그는 이미 다음에 무슨 공을 던질 지 완벽한 플랙을 갖고 있다. 그걸 매우 정확하게 실천해낸다. 그는 진정한 프로다." (러셀 마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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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키가이 20-05-0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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