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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3-06 13:20
[MLB] [야구는 구라다] 류현진의 잠옷바람 스트라이크
 글쓴이 : 러키가이
조회 : 1,294  


[야구는 구라다] 류현진의 잠옷바람 스트라이크


전성기는 29살 때였다. 15승 8패를 올렸다. 식사량이 놀라웠다. 240이닝이나 섭취했다. 삼진(136개)을 많이 잡는 스타일은 아니다. 대신 정확성이 뛰어났다. 볼넷(68개)은 9이닝당 2.6개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빅게임 피처였다. 그 해 월드시리즈에서 두 번의 완투승을 올렸다. 반지 하나가 생겼다.

이듬해는 더 잘했다. 19승 8패나 했다. 9회를 다 던진 게 무려 11번이다. 2번의 셧아웃(완봉)이 포함됐다. 249.2이닝을 드시고, 올스타로 뽑혔다. 사이영상 투표는 아쉽게 2위였다. 넘사벽 스티브 칼튼(27승 10패)에게 밀렸다.

31세 시즌을 맞았다. 투수에게는 황금기다. 이번에는 얼마나 잘 하려나. 기대가 많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갑자기 달라졌다. 뭔가 예전의 그가 아니다. 거침없고, 씩씩하던 모습은 사라졌다. 마운드에만 오르면 부들부들이다. 도대체 영점을 못 잡는다. 겨우 88이닝 밖에 못 막았다. 형편없는 제구력 탓이다. 볼넷을 84개나 줬다. 이닝당 1개 꼴이다. 공이 어디로 튈 지 아무도 모른다. 사구가 12개, 폭투도 9개나 됐다.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별의별 방법을 다 써봤다. 휴가도 주고, 전담 코치도 붙였다. 마이너에 보내서 조정 기간도 거쳤다. 하지만 모두 신통치않았다. 이듬해까지 2년이 걸렸다. 백약이 무효였다. 결국 창창한 나이에 끝내야했다. 그의 나이 32세 때다(1974년).

“좋다는 걸 모두 해봤다. 그래도 나아지는 게 없었다. 어느 날이었다. 새벽 4시에 뒤뜰에서 하염없이 울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다시는 마운드 오르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을 때다. 하지만 팀과 팬들에게는 고맙게 생각한다. 한번도 야유를 받은 적 없었다. 나쁜 얘기가 적힌 메일도 없었다. 팀은 내가 원하는한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했다. 너무나 고맙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그 2년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이듬해 <뉴요커>는 그가 겪은 어려움을 특집 기사로 다뤘다. 이후 그의 이름 뒤에 ‘신드롬(증후군)’이라는 말이 어울리게 됐다. 투수로 10년, 해설자로 34년. 평생 파이어리츠 멤버였던 스티브 블래스의 얘기다. (후일 어느 인터뷰에서 밝혔다. 가까웠던 동료 로베르토 클레멘테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 아마도 그게 원인일 지 모르겠다는 얘기였다.)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의 대표적인 희생자가 있다. 릭 앤키엘이다. 대단한 기대주였던 그는 21살 때 첫 플레이오프에서 망했다. 2게임, 4이닝 동안 산탄을 쏟아냈다. 폭투 9개, 볼넷 11개였다. 결국 투수를 포기하고, 타자로 전향해야했다.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Ryu는 자면서도 체인지업을 컨트롤할 것이다”

뭔가 찜찜했나? 블루제이스는 원정 (시범)경기를 떠났다. 2시간 거리다. 그런데 그는 남겠다고했다. “연습 경기로 한번 조절해 볼래요.” 감히 누구 뜻이라고. 최고 연봉자의 존엄이다. 찰리 몬토요 감독은 흔쾌히 OK했다.

당사자의 설명이다. “지난 번 실전 때는 제구가 생각만큼 안됐다. 좀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연습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했다.” 상대는 주로 마이너리거들이었다. 아무렴 어떤가. 지금은 ‘누구’가 중요한 게 아니다. 스스로 정리하는 게 우선이다.

결과는 좋았다. 아웃 11개(3.2이닝)를 무난히 끝냈다. 3안타 1실점. 삼진 7개 동안 볼넷은 1개 뿐이다. <더 토론토 스타>가 포수를 인터뷰했다. 대니 잰슨이었다.

“최대한 많은 걸 섞었다. 체인지업과 커브 위주였다. 2개의 구종을 존 양쪽 어디나 잘 던지더라. 물론 직구와 커터도 꽤 좋았다. 특히 오른쪽 타자 몸쪽에 붙이는 데 집중하더라. 대부분 정확하게 들어왔다. 이제 정상 레벨에 올라온 것 같더라.”

그러면서 흥미로운 얘기를 꺼냈다. “오늘은 홈 플레이트 뒤에 앉아 있는 게 재미있더라. 거의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대부분 요구하는 곳에 정확하게 배달됐다. 무엇보다 체인지업이 대단했다. Ryu는 잠을 자면서도 체인지업을 컨트롤할 수 있을 것 같다. 진짜 여러모로 좋은 공이다.”

‘침대’ 언급의 원조 2014년 커쇼

포수 대니 잰슨의 멘트는 많이 듣던 얘기다. ‘잠 자면서도’라는 표현 말이다. 그의 스트라이크 능력과 관련해서다. LA 시절부터 몇 가지 비슷한 버전을 달고 살았다. ‘자다가 일어나서’, ‘잠결에도’, ‘침대에서 금방 일어나’ 또는 ‘잠옷 바람으로’ 등등이다.

지난 2014년이다. 당시 (클레이튼) 커쇼는 신계(神界)에 머물 때다. 그런 투수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한국에서 온 지 1년 밖에 안된 루키를 향해서다. “어떻게 저렇게 쉽게 던지죠? 아마 자다가 일어나서 잠옷 바람으로 던져도 스트라이크를 넣을 수 있을 거예요.” 말도 참 우아하게 한다. 절정의 칭찬이다. 역시 매너는 커쇼다. 물론 립서비스다. 하지만 진심 부러움도 담겼다. 그래서 설득력도 생긴다.

커쇼는 복잡하다. 무척 길고, 까다로운 루틴을 거쳐야한다. 강한 롱토스, 캐치볼, 불펜 세션…. 영점을 잡아가는 과정에 품이 많이 들어간다. 섬세하고 힘겹다. 플레이볼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매번 눈에서 불을 쏜다. 죽을듯이 집중한다. 덕아웃에서 말은 커녕, 눈길도 못 마주친다. 마운드에서도 혼신을 쏟는다.

반면 ‘잠옷바람’은 다르다. 쉽게쉽게 던진다. (얼핏 보기에) 준비 과정도 별로 대단치 않다. 표정이나 몸짓도 그냥 평소랑 같다. 특별히 유난떠는 법도 없다. 설렁설렁, 무덤덤이다. 마운드에서도 그렇다. 속은 어떨지 모른다. 그러나 겉보기는 태평이다. 별 고민도 없어 보인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억지, 우악스러움과는 결코 친하지 않다.

릭 허니컷, 오렐 허샤이저의 비유들

커쇼 뿐만이 아니다. 옛 스승 릭 허니컷 코치도 한 마디 거들었다. “그 친구는 운전하는 (공 던지는) 게 아주 편해보여. 별로 세게 밟는 것 같지도 않는데 충분한 속도를 내지. 그리고 일단 자기 차선에 들어가면 그 때는 아무도 못 말려. 크루즈 컨트롤(자동 속도 조절) 처럼 아주 정확하게 잘 달리지.”

또 한 명 있다. 칭찬의 신이다. 다저스 경기를 중계하던 오렐 허샤이저다. 아시다시피 대투수 출신이다. 그런 그도 신기하다는 투다. 너무 쉽게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모습이 말이다. 예전 경기 해설 때였다. 이런 찰진 비유가 있었다.

“골프로 치면 이런 거예요. 그냥 아무 준비없이 뚜벅뚜벅 첫번째 티를 향해 걸어가요. 장갑 하나 꺼내서 끼고. 신발(골프화)도 툭 던져서 대충 신어요. 그래요, 약간 건들거리는 것 같기도 하죠. 커피도 한잔 마시는둥 마는둥. 그리고는 바로 볼을 때리죠. 그럼 엄청난 거리를 날아간 공이 페어웨이 한 가운데로 떨어지죠. 아무렇지도 않게 말이예요. 나 같으면 스윙 연습에, 퍼팅감 조절에. 한 30~40분은 다듬어야 간신히 첫 홀을 시작하는데 말이죠. Ryu의 투구에서는 그런 걸 느낄 수 있어요.”

2018년 8월이었다. 석달 넘는 재활 기간을 거쳤다. 복귀전 상대는 SF였다. 초반 호투가 이어졌다. 3회를 KKK로 정리했다. 105일간의 공백은 남의 일 같다. 그 광경을 보면서 허샤이저는 이렇게 감탄했다.

“힘을 다 쓰는 것 같지도 않아요. 불펜에서 던지는 걸 봐도 그렇죠. 금새 스피드를 끌어올릴 수 있어요. 아마 마음만 먹으면 94, 95, 96마일도 나올 걸요? 느낌이 그래요. 그는 뭔가 더 대단한 걸 숨기고 있는 것 같아요. 참 쉬워 보여요. 어떻게 저러는 지 모르겠어요. 리듬이나 움직임이 너무 편안해요. 아마도 침대에서 일어나 바로 던질 수 있을 것 같아요(He could pitch falling out of bed).”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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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키가이 20-03-06 13:20
   
사이공 20-03-07 08:48
   
류현진은 신체적으로도 타고 나고 그에 맞는 멘탈도 타고 난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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