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메이저리그에서 홈런을 쏘아 올린 투수들은 경기 흐름이 답보상태에 있을 때 한 방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힘을 보였다. 메이저리그 데뷔 7번째 시즌 만에 데뷔 첫 아치를 그려낸 류현진(32·LA다저스)도 이 전통을 이었다.
류현진은 23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와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0-1로 뒤진 5회말 동점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이 홈런이 기폭제가 돼 다저스 타선은 5회에만 4점을 더 뽑아 단숨에 전세를 뒤집었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이자 빅리그에서 가장 먼저 홈런을 때려낸 박찬호(은퇴)도 그랬다. 생애 한시즌 최다인 18승을 거머쥐며 승승장구하던 2000년 8월 25일 몬트리올 전에서 0-0으로 팽팽하던 3회말 하비에르 바스케스를 상대로 선제 솔로 홈런을 때려낸 게 그 시작이다. 같은 해 9월 30일에도 샌디에이고 원정에서 1-0으로 살얼음판 승부를 이어가자 우디 윌리엄스를 상대로 우월 솔로 홈런을 때려 조용하던 더그아웃을 단숨에 용광로로 바꿔놓았다.
박찬호는 필라델피아 시절인 2009년 4월 26일에도 의미있는 홈런 한 방을 쏘아 올렸는데, 이 역시 0-0으로 팽팽하던 3회초 회심의 한 방으로 베테랑 관록을 과시했다.
한국인 빅리거 투수 중 두 번째로 홈런을 때려낸 백차승도 비슷했다. 2008년 7월 21일 세인트루이스와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한 백차승은 1-1로 팽팽한 흐름이 이어지던 5회초 1사 2루에서 자이메 가르시아를 상대로 좌월 2점 아치를 그려냈다. 빅리그 데뷔 11타수 만에 나온 짜릿한 첫 홈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