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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8-09 21:35
[MLB] [스페셜야구] 류현진 평균자책점의 놀라운 가치
 글쓴이 : 러키가이
조회 : 1,620  


[민훈기의 스페셜야구] 류현진 평균자책점의 놀라운 가치


라이브볼 시대 역대 2위이자, 현역 최고의 ERA에 도전하고 있는 류현진

미국 프로야구는 ‘라이브볼 시대(live-ball era)’의 시작을 기점으로 역사가 전후로 크게 구분이 됩니다. 1871년을 미국 프로야구의 원년으로 잡는데 그로부터 49년 후인 1920년 큰 변화를 겪게 됩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슬픈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1920년 8월 17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뉴욕 양키스와 원정 경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야구장에 라이트가 없던 시절 황혼이 물들기 시작할 무렵인 5회초 인디언스 레이 채프만이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양키스 잠수함 투수 칼 메이스가 던진 공이 채프만의 머리를 강타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MLB 사상 최초이자 마지막인 투수의 공에 맞아 타자가 사망하는 비극으로 이어졌습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채프만이 공이 날아오는데도 전혀 피하려는 움직임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날은 어두워지는 데다 너무 낡은 공을 채프만이 보지 못한 것이 끔찍한 사고의 원인으로 규명됐습니다.


1920년 이후 MLB 역대 2위이자 현역 최고의 ERA에 도전하고 있는 류현진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코리아>


케네소 랜디스 커미셔너는 또 다른 사고 예방과 야구를 되살리기 위해 즉각 규정을 수정했습니다.

특히 다 떨어질 때까지 사용하던 야구공을 조금만 흠집이 나거나 하면 바로 새 공으로 교체하는 규정을 적용했습니다. 공 자체의 제조 과정이나 내용물을 바꾼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하얀 새 공은 타자들의 시야에 훨씬 잘 보였을 뿐 아니라,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사용했던 때보다 당연히 반발력도 훨씬 좋았습니다. 타자들의 시대, 홈런의 시대가 시작된 것입니다. 특히 베이브 루스라는 걸출한 홈런 타자가 나타났고, 타자들은 어퍼 스윙으로 담장을 노리기 시작했습니다. 장타와 득점이 늘어나면서 야구의 인기도 덩달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배경으로 1920년을 기점으로 ‘라이브볼 시대’가 시작됐으며, 그 전까지의 ‘데드볼 시대(dead-ball era)’는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살아난 공의 시대’ 이후 ‘시즌 평균자책점(ERA)’이 가장 뛰어났던 투수는 1968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우완 정통파 봅 깁슨이었습니다.

그해 깁슨은 34경기에 선발로 나서 22승 9패에 1.12의 ERA를 기록했습니다. 이 경이로운 기록은 ‘데드볼 시대’를 통틀어도 역대 4위에 오르는 놀라운 ERA입니다.(1880년 팀 키프의 0.857이 MLB 한 시즌 최저 ERA 기록입니다.)

MLB 역사상 시즌 ERA가 2점 미만이었던 투수는 총 251명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중에 데드볼 시대에 뛰었던 투수가 205명으로 무려 82%나 됩니다. 즉 라이브볼 시대, 1920년 이후 작년까지 98년간 시즌 ERA가 1점대였던 투수는 단 46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평균 2년에 한 명 정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2019 시즌 1점대 ERA의 대단한 기록에 도전하는 투수가 나왔으니 바로 LA 다저스의 좌완 선발 류현진(32)입니다.

21번 선발로 나선 류현진은 11승 2패의 빼어난 기록과 함께 ERA 1.53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시즌이 종반으로 치닫는 가운데 ERA 2위는 워싱턴 내셔널스의 우완 맥스 슈어저로 2.41입니다. 부상이 겹친 가운데 슈어저가 남은 시즌 동안에 1점대에 올라설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3위 애틀랜타의 마이크 소로카(2.45) 역시 1점대 진입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물론, 류현진이 1점대를 반드시 시킬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야구는 보장이 없는 스포츠입니다. 그러나 올해 보여준 류현진의 대단한 기세라면, 남은 시즌 8,9번 정도의 선발 등판을 남긴 가운데 1점대의 희망은 상당히 큽니다.



류현진이 현재의 ERA를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라이브볼 시대 역대 2위에 해당하는 대기록입니다.

조금 더 정확히 들어가 보면 류현진의 ERA는 1.526으로 기존의 2위이던 1985년 뉴욕 메츠의 우완 드와이트 구든의 1.529에 근소한 차로 앞서고 있습니다. 1994년 그렉 매덕스가 1.559로 기존의 3위입니다. 그 뒤로는 모두 1.6점대 이상입니다.

현역 투수 중에는 2015년 잭 그레인키가 1.657로 가장 뛰어난 기록을 남겼고, 작년에 제이크 디그롬이 1.700으로 현역 2위의 시즌 ERA를 기록했습니다. 2015년 제이크 라이에타가 1.769로 현역 3위이고, 클레이턴 커셔는 2014년 1.770, 2013년 1.831로 뒤를 이으며 현역 투수 중 유일하게 1점대 ERA 시즌을 두 차례 기록한 투수로 기록됩니다.


역동적인 투수 동작으로 당대 최고의 투수였던 봅 깁슨은 1968년 1.12의 ERA로 라이브볼 시대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부시 스타디움 앞에 세워진 동상.


그런데 현대 야구에서 다시 나오기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1.123이라는 ERA를 기록한 깁슨의 기록은 조금 다른 환경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통산 251승에 명예의 전당 멤버인 깁슨의 대기록을 시대 차이로 폄하한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는 당대 타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던 무서운 투수였습니다. 그렇지만 1968년은 ‘투수의 시즌’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적인 해였습니다.

1963년 스트라이크존을 타자의 무릎부터 가슴까지가 아니라 겨드랑이까지로 넓히면서 시작된 ‘투고타저’의 추세는 1968년에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한 시즌에 한 명도 나오기 힘든 1점대 ERA 투수가 1968년에는 무려 7명이 나왔습니다. 1963년부터 1968년까지 6년간 투수들이 득세하던 시절에 무려 14명의 1점대 ERA 투수가 나왔습니다. 라이브볼 시대 98년간 나온 46명 중에 30%가 이때 집중됐습니다. (1934년 디지 진 이후 처음으로 30승 투수가 나온 것도 1968년입니다. 디트로이트의 데니 맥클레인이 31승을 거뒀고, ERA 1.955를 기록했습니다.)


양대 리그의 MVP가 모두 투수였던(깁슨과 맥클레인) 1968년에는 스트라이크존이 넓은 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당시 마운드의 높이는 15인치(약 38cm)였습니다. 투수들에게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습니다. 1968년의 MLB 전체 ERA가 2.98이었습니다. 1888년 이후 80년 만에 리그 ERA가 2점대를 기록한 시즌이었습니다.

MLB 규정위원회는 극심한 투고타저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다음 시즌부터 규정을 수정했습니다. 마운드의 높이는 10인치(약 25cm)로 대폭 낮췄고, 스트라이크존도 1963년 이전으로 돌아갔습니다. 다음 해 리그 ERA는 3.61로 올라갔습니다.

그 바뀐 규정은 2019 시즌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차이점은 최근의 야구가 홈런의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19 시즌 경기당 팀 홈런은 평균 1.39개로 역대 최다를 기록 중입니다. 2017년에 6105개의 홈런이 터져 역대 최다를 기록했는데, 당시 경기 당 팀 홈런이 평균 1.26개로 당시까지 역대 최다였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이 추세라면 6700개가 넘는 홈런이 터질 기세입니다. 타자들은 강해졌고, 발사 각도와 타구 속도 등에 힘을 쏟으면서 엄청난 장타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MLB의 올 시즌 리그 ERA는 4.51로 라이브볼 시대 6번째로 높은 수치입니다.

1968년의 2.98과는 1.52점 차이가 납니다. 당시 경기 당 팀 홈런은 0.61개였으니 올해의 절반도 안 됩니다. 1960년대 들어 유일하게 2000홈런에 못 미친 시즌이었습니다. 올해는 경기당 4.83 득점이 나오는 반면 1968년에는 3.42점으로 MLB 역사상 두 번째로 득점이 적은 시즌이기도 했습니다.



1968시즌 봅 깁슨의 ERA 등 기록이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 아니라, 류현진의 2019시즌 기록이 상대적으로 정말 역사에 남을 만큼 대단하다는 뜻입니다.

아직 시즌이 남아있어 류현진의 ERA가 어떤 마지막 수치를 남길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그러나 대기록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류현진은 잠시 숨 고르기를 마치고 오는 12일 홈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경기에 시즌 22번째 선발 등판합니다.




이 기사는 minkiza.com, ESPN.com, MLB.com, baseballreference.com, fangraphs baseball, baseballsavant.mlb.com, Wikipedia 기록 등을 참조했습니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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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키가이 19-08-09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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