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류현진이 10일짜리 IL에 등재된 것을 보고 "다저스가 류현진과 계약하겠구나" 확신하게 됐습니다.
류현진의 FA계약이 맺어진 후에 개인의 분석칼럼은 누구나 쓸 수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미래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글쓴이의 개인 경험칙+뇌피셜"이 동반될 수밖에 없음을 양해 바랍니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야구부문 사장을 잠깐 들여다 보겠습니다.
대학에서 '재무집중 경영'을 전공한 프리드먼은 졸업 후 첫 직장으로 한 투자은행에서 3년간 근무합니다.
2003년, 템파베이 레이즈의 새로운 구단주 슈튜어트 슈턴버그를 만나게 됩니다.
야구 게임에 관해 비슷한 철학을 갖고 있음을 느낀 그 두 사람은 의기투합 합니다.
2003년말 템파베이 구단주 슈턴버그는 유대인 부모 밑에서 성장한 당시 27세(1976년생)에 불과한 프리드먼과 정식으로 근무계약을 맺습니다.
2004년 프리드먼의 템파베이 근무 처음 보직이 '야구 발전 담당 이사'였습니다. 그의 나이 불과 28세였습니다.
2005년 템파베이 레이즈 부사장겸 단장으로 승진합니다. 단 1년만에 레이즈의 실권을 거머쥐게 됩니다.
단장을 맡은 처음 3년간 팀의 리빌딩에 주력한 프리드먼은 2008년에 템파베이 레이즈 프랜차이즈 역사상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의 성과를 이룹니다. 그 해 파죽지세로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합니다. 필라델피아에 1승4패로 져서 준우승에 그쳤지만, 템파베이의 월드시리즈 진출 자체만으로도 mlb에서는 엄청난 센세이션이었습니다.
그 후에 템파베이 레이즈는 세 번이나 더 가을야구를 맛보게 됩니다. (2010, 2011, 2013)
당연히 프리드먼이 재직하던 때였습니다.
▶2014년 10월, 다저스 구단은 이미 mlb에서 명성이 자자했던 프리드먼과 5년 계약합니다.
계약 내용은, 다저스 구단의 야구부문 사장직 + 5년 총연봉 $35 million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아마도, 메이저리그 구단 프론트직으로는 최고의 연봉으로 기억됩니다.
연평균 $7 million 이면 한화로 대략 84억의 큰 돈입니다.
프리드먼의 소개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그에 관해서 계속 얘기하자면 내용이 너무 길어지기 때문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저는 개인적으로 프리드먼의 대학 전공에 주목합니다.
그의 전공은 단순히 '경영'이 아니라 '재무집중 경영'입니다.
쉽게 예를 들어, 여러 개 중의 하나만을 선택해야 할 때, 그리고 그 여러 개에 같은 금액의 돈을 써야 한다면, 프리드먼은 상대적으로 효용이 더 큰 것을 선택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효용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합니다.
어떤 선택이 효용이 더 큰지는 전적으로 프리드먼 개인의 판단이고 책임입니다.
이렇게 프리드먼은 메이저리그 구단 단장, 사장을 맡으면서 선택적 표적들이 있을 때, 그 선택을 효용의 가치로 환산하고 최종적으로는 돈으로 환산하는 일을 끊임없이 해왔던 겁니다.
▶⓵그런데, 프리드먼의 재무집중 경영과 류현진 FA계약이 무슨 상관이냐고요?
2018~2019 류현진이라는 메이저리그 상품은 대체재나 보완재가 아닙니다.
지금 전시 중인 상품 류현진은 독립재입니다.
가령 류현진의 시장 가치가 연 300억이라고 한다면, 그 300억으로 류현진 같은 상품을 구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정상급 파워피처들은 대체재이지만, 1점대 평자점으로 매덕스의 향기를 불러일으키는 류현진은 지금 당장은 대체 불가능한 독립재입니다.
독립재 류현진은 비슷한 가치가 있는 선택지들 중의 하나가 아닙니다.
독립재 류현진의 효용적 가치가 수학적/경영학적으로 환산되면, 그래서 그 답을 메이저리그 복수의 재력있는 구단들이 얻게 됐다면, 그 구단들이 경쟁해서 사야만 하는 독립재인 겁니다.
젊은 시절 재무집중 경영을 공부했던, 그래서 지난 15년 동안 메이저리그 사장/단장으로 일하면서 매일같이 선수라는 상품을 효용의 가치 결국 최종적으로는 돈으로 환산했던 '구단 재무경영의 귀재' 프리드먼이 류현진이 독립재라는 사실을 모를까요?...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지난 7월 초 올스타 브레이크에 접어들면서, 프리드먼은 류현진을 잡기 위해 이미 밑밥을 깔고 있었습니다.
자유 기고가 하워드 코울(Howard Cole)이 미국의 공신력 있는 경제 매거진 포브스(Forbes)에 그 밑밥을 뿌렸습니다.
참고로, 하워드 코울은 다저스 구단과 밀접한 칼럼니스트입니다.
그의 주장은, "현진아, 한국인에게 LA만큼 좋은 도시가 어디 있겠냐, 그러니까 2019 시즌이 끝나기 전에, 다저스와 3년 7천만달러에 계약하는 게 좋지 않겠니?"로 압축됩니다. 그 그사를 번역한 저의 번역 글을 링크합니다.
즉, 다저스 프리드먼은 시즌 후에 여러 구단들이 경쟁이 붙은 상황에서 독립재 류현진을 뺏기고 싶지 않기 때문에 다저스에 우호적인 칼럼니스트를 동원해서 미리 간을 본 겁니다.
▶⓶ 그러면 오늘 류현진의 10일짜리 IL 등재와 FA계약 가능성이 커진 게 무슨 상관이냐고요?
오늘 류현진의 IL과 관련해서 여러 설들이 난무합니다.
저는 류현진의 "자고 일어났더니 목이 좀 뻐근하다"라는 말에 여러 복선이 깔려 있다고 생각하지만,
설령 그 뻐근함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오늘 다저스 구단의 류현진 IL 등재는 상식적인 수순이 아니었습니다.
보통 한 시즌을 치르는 메이저리그 선수들 누구나 견딜만한 잔잔한 부상은 그냥 달고 갑니다.
장거리비행을 자주 하는 메이저리거에게 목이 뻐근한 증상은 비일비재한 일이라서 보통 구단들은 하루 이틀 물리치료를 하면서 경과기를 갖습니다. 이틀 정도 후에도 그 뻐근한 증상이 없어지지 않을 경우, 10일짜리 IL에 등재되는 거죠. IL등재는 날짜의 소급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며칠 경과기를 두는 것은 구단으로서는 전혀 손해 볼 게 없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을 경과기 없이 곧바로 10일짜리 IL에 등재시키면서 "류현진은 로테이션 단 한 번만 빠진다"고 말했습니다.
IL 등재의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로버츠 감독이 경과기도 갖지 않고, 게다가 "류현진은 단 한 번만 빠진다"고 단언을 했습니다.
로버츠 감독님, 류현진의 목이 계속 아프면 어쩌려구요???...
앞뒤가 안맞는 겁니다...
물론, 실제로 경미하게 목이 아플 수도 있지만, 이번 류현진의 IL 등재는 사실상 휴식부여입니다.
▶그러면 다저스는 왜 류현진에게 추가휴식을 부여해서 로테이션을 한 번 거르게 했을까요?
계약하겠다는 겁니다. 류현진과 FA계약하겠다는 겁니다.
7/31(미국시각) 콜로라도 원정, 그것도 대낮 게임에서 류현진이 선발등판했습니다.
류현진은 호투했고, 프리드먼은 그를 잡아야겠다고 결심을 굳혔을 겁니다.
프리드먼의 결심은 로버츠감독과 허니컷 코치에게 전달됐을 테고, 또한 류현진의 추가휴식과 관련해서 이야기가 오갔을 겁니다.
류현진은 2013년 192 이닝을 던진 후에, 지난 6년 동안 올시즌처럼 많이 던진 적이 없습니다.
올시즌 예상되는 류현진의 총 투구이닝은 180~190 이닝이 되기 때문입니다.
2018 시즌에 메이저리그에서 200 이닝 이상 던진 투수는 총 13명이었습니다.
180~190 이닝이 많은 이닝인지 적은 이닝인지는 투수마다 상대적인 겁니다.
그런데, 180~190 이닝은 다저스와 류현진 입장에서는 아주 많은 이닝입니다. 왜냐하면 6년만이기 때문입니다.
프리드먼이 류현진을 잡을 마음이 없다면, 류현진에게 추가휴식까지 부여하면서 투구 이닝을 관리할까요?...
물론, 다저스 구단의 류현진에 대한 이런 세심한 배려는 단순히 류현진과의 계약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궁극적으로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류현진의 몸상태를 최상으로 끌어 올리려는 의도도 포함됐을 겁니다.
▶그런데, 왜 8월이 아니고 9월이냐고요?
프리드먼도 8월에 계약하고 싶겠죠...가능하다면요...
류현진에 대한 능력 검증은 이미 100% 끝난 상태입니다. 시즌 2/3가 초과된 시점에서 무엇을 더 검증할 수 있을까요?
프리드먼도 속으로는 빨리 류현진과의 계약을 마무리하고 싶겠죠...
그런데, 미팅 상대는 류현진이 아니라 '악마' 보라스입니다. 보라스는 계약 건에 간을 여러 번 치는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간장, 된장, 설탕, 고추장, 다시다, 참기름, 들기름 등등...끊임없이 간을 봅니다. 믿거나 말거나, 들리는 말로는, "상대가 여러 간맛에 판단력을 잃어버리고 계약서에 사인한다"고 합니다. 보라스는 그야 말로 상대를 녹초로 만들어 버리는 전략을 쓰는 거죠...
따라서 8월은 끊임없이 간만 치다가 9월에 들어서야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을까요...
▶정리하겠습니다.
1. 다저스와 5년간 사장직 계약한 프리드먼에게 올시즌은 계약 마지막 해입니다. 프리드먼은 올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을 누구보다 더 갈망할 겁니다.
그래서 올시즌 끝나면 FA가 되는 류현진과의 계약을 9월 중에 마무리 하려 할 겁니다. 그것이 곧 류현진에게 월드시리즈에 집중하게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것을 프리드먼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테니까요...
2. 프리드먼에게 류현진은 "대체할 수 없는 독립재 상품" 입니다.
지난 15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단장/사장을 역임하면서 매일같이 선수들 효용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일의 귀재였던 프리드먼은 그 효용가치를 비교 견주어 볼 수 없는 독립재 류현진을 반드시 잡을 겁니다.
3. 3년이 될지 4년이 될지 또는 더 긴 기간이 될지는 모르지만, 프리드먼은 류현진과의 FA계약을 결심했기에 오늘 그의 10일짜리 IL등재는 그의 건강 유지를 위한 세심한 배려이자 사실상의 추가휴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