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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7-31 17:08
[MLB] [구라다] 슈어저 부상 유감..위대한 레이스를 위하여
 글쓴이 : 러키가이
조회 : 2,400  


[야구는 구라다] 슈어저의 부상 유감..위대한 레이스를 위하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2006년 드래프트는 역대급이었다. 대단한 유망주들이 등장했다. 눈치 싸움이 치열했다. 그만큼 혼란도 많았다. 엄청난 ‘헛발질’이 나왔다. 반면 ‘신의 한 수’도 등장했다.

중심에는 거대 에이전트가 있었다. 스캇 보라스였다. 그는 대형 변수 하나를 만들어놨다. 고객인 우완 투수 루크 호체이버였다. 테네시대학 출신의 ‘재수생’이다. 1년 전에 이미 다저스의 지명을 받았다. 그러나 계약금 문제로 입단을 결렬됐다. 보라스의 버티기 작전이었다. (보라스는 이 글의 주인공 슈어저와 류현진의 대리인이기도 하다.)

독립리그로 갔다. 거기서 1년을 보냈다. 그리고 이듬해 다시 드래프트에 나타났다. 당시 전체 1순위는 캔자스시티의 권리였다. 그들은 ‘이게 웬 떡’ 하면서 덥썩 물고 말았다.

다른 팀을은 혼란에 빠졌다. 디트로이트(6순위)가 최대 피해자다. 그들은 급히 계획을 변경했다. 본래는 텍사스 출신 고교생을 지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남아 돌아온 앤드류 밀러를 찍었다. 다음 순번(7번째)은 다저스였다. 그들은 디트로이트가 건너뛴 좌완 투수를 선택했다. 18살의 클레이튼 커쇼였다.

그 뿐이 아니었다. 대학 최고의 투수 팀 린스컴도 외면받았다. 10번째나 돼서야 불렸다. 시큰둥한 반응은 또 한 명 있었다. 미주리대 3년생 투수였다. 11번째 순번 애리조나가 낚아챘다. 맥스 슈어저였다.

마이크 리조라는 스카우트

슈어저는 2학년 때부터 이름을 알렸다. 99마일짜리 공으로 대학 리그를 폭격했다. 106.1이닝 동안 ERA 1.86, K 131개를 기록했다. 디비전 최우수 투수상도 받았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들쭉날쭉이었다. 다듬어지지 않아 불안정했다. 폼도 평범하지 않았다. 팔꿈치와 어깨가 걱정스러웠다. 부담을 많이 주는 동작이었다. 그러니까 위험성이 큰 지명인 셈이다.

애리조나 스카우트 팀은 도박을 감행했다. 성실성과 신체 능력에 점수를 줬다. 부상 위험을 이겨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런 주장을 편 사람이 있었다. 스카우트 책임자인 마이크 리조였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그가 직장을 옮기고 말았다. 단장이 교체되면서 입지가 좁아진 탓이다. 드래프트 한 달 뒤의 일이었다.

살펴주던 스카우트가 사라지자 슈어저도 위축됐다. D백스에서 2년간 성장하지 못한 이유다. 2009년을 마치고 트레이드 대상에 올랐다. 역시 내구성에 대한 비관론 탓이었다. 이삿짐을 꾸려야 했다. 쌀쌀한 디트로이트였다.

하지만 새 직장에서는 달랐다. 급격한 각성이 이뤄졌다(중요한 계기는 이 글 뒷부분에). 드디어 첫번째 사이영상(2013년)을 수상했다. 2년 후 FA가 됐다. 7년에 2억 1000만 달러짜리 오퍼가 들어왔다. 워싱턴이었다. 그곳 단장이 바로 2006년 그의 스카우트 책임자 마이크 리조였다. 슈어저는 거액을 안겨준 은인에게 2개의 사이영상(2016, 2017년)을 선사했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메이저리거 3명을 배출한 2006년 KBO 드래프트

약간의 시차가 있다. 하지만 서울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05년 8월에 열린 드래프트였다. 정식 명칭은 2006년 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회의였다.

이미 6월 1차 드래프트 때 충격이 있었다. 동산고 에이스는 연고팀에게 외면당했다. 와이번스는 대신 이재원을 지명했다. 그들은 박경완의 후계자가 필요했다. 투수는 충분하다는 판단이었다. 결정적인 감점 요인도 있었다. 동산고 2학년 때 받은 팔꿈치 수술 전력이었다.

핸디캡은 2차 지명 때도 작용했다. 첫 라운드였던 롯데도 패스했다. 대신 광주일고 출신의 뱀직구(나승현)를 택했다.

결국 다음 턴까지 남아야했다. 행선지는 대전이 됐다. 물론 되돌아 보면 그렇다. 그게 신의 한 수였을 지 모른다. 이글스는 좋은 인연들의 시작이었다. 김인식, 최동원, 구대성, 정민철 같은 만남이 이뤄졌다.

당시 이글스는 좌완 불펜이 부족했다. 차명주가 거의 유일했다. 그런데도 고졸 신인에게 선발을 맡겼다. 시범경기 ERA도 5점대로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줄곧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보장해줬다.

한편 그 해 KBO 2차 지명은 특별했다. 메이저리거를 3명이나 배출했다. 동산고 에이스 외에도 강정호 (1라운드 8번), 황재균(3라운드 8번ㆍ이상 현대)이 포함됐다.

다시 예측 시스템 맨 윗자리로

어느덧 100게임을 넘었다. 이제 두어달 후면 레이스가 끝난다.

처음에는 뜬구름 같은 얘기였다. 아시아 출신이 사이영상은 무슨.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다. 언급 자체가 거북했다. 설레발이라는 핀잔도 따라다녔다. 그런데 이젠 아니다. 점점 현실이 돼 간다. 뜻밖에도 꾸준하다. 꽤 견고한 페이스다.

경쟁자들은 만만치 않다. 이름만 들어도 엄청나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마이크 소로카, 잭 그레인키…. 리그의 한다하는 에이스급들이다.

그 중 가장 강력한 존재가 있다. 눈빛이 남다른(odd eyeㆍ양쪽 색깔이 다름) 맥스 슈어저다. 35세의 나이가 무색하다. 초반 주춤했지만 6월이 맹렬했다. 7연승을 달렸다. 결과, 한동안 예측 포인트에서 맨 앞에 서기도 했다.

그런데 그 역시 부침이 겪는 중이다. 잔부상이 괴롭히고 있다. 때문에 각종 데이터에서 밀리고 있다. 지금은 거의 독주 체제다. 유력한 예측 시스템 대부분이 한 명을 주목하고 있다. 유일한 1점대 ERA다.

부상은 무척 민감한 문제다. 대부분이 표정을 감춘다. 그런데 매드 맥스(슈어저의 별명)는 다르다. 별로 숨기지 않는다. 찰진 비유까지 곁들인다. 자기 아픈 곳을 자세히 설명한다.

두어주 전이었다. 등쪽이 뻐근하다고 했다. 오른쪽 어깻죽지에 염증 진단을 받았다. 견갑흉부 점액낭염이라는 복잡한 병명이었다. 무척 실감나는 설명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건 마치 돌이 들어간 신발을 신고 뛰는 것 같다. 구글 검색을 통해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복귀전은 강행됐다. 로키스와 홈경기였다. 5이닝 3실점으로 신통치 않았다. “녹이 슬어버린 기분이다. 몇 주나 쉬었더니 마음먹은대로 공이 가지 않았다. 조금만 공백이 있으면 늘 이런 일이 일어난다.”

급기야 다시 이상이 생겼다. 통증이 재발했다. 등과 왼손목이 아팠다. 불펜 피칭도 못했다. 그럼에도 본인은 강행하려는 의지다. “누구나 몸에 사소한 염증 쯤은 있기 마련아닌가.” 하지만 데이브 마르티네스 감독은 신중하다. “지금 상태로는 모든 게 미정이다. 우리는 9월까지를 생각해야 한다.”

동생을 위해 던진 하나의 공

매드 맥스가 공개적으로 한번도 언급한 적이 없는 가족이 있다. 3살 아래 동생 알렉스다. (공교롭게도 지금의 경쟁자와 같은 나이였다.)

형제가 성장한 곳은 세인트루이스 인근이다. 체스터필드라는 소도시다. 이웃들의 기억은 비슷하다. “어렸을 때는 늘 붙어다녔죠. 아마 둘이 따로 있는 걸 본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만큼 우애가 남달랐다.

형의 ML 초창기였다. 동생은 경제학을 전공했다. 통계와 데이터에 관심이 많았다. 처음 듣는 낯선 숫자들을 맥스에게 들이댔다. BABIP, FIP, WAR 같은 것들이다. “이런 통계들은 형이 곧 좋은 투수가 될 것이라는 증거야.” 별 볼일 없던 루키에게는 힘이 되는 얘기였다.

떨어진 스피드에 고민할 때도 그랬다. 동생은 동영상 속에서 원인을 찾아냈다. “형은 키킹 최고점에서 공을 뿌리는 지점까지 31프레임이 걸려. 다른 파워피처들은 25프레임 이하에서 던지거든.” 이 지적으로 형의 구속은 다시 돌아왔다.

맥스가 막 기지개를 켜던 시기다. 2012년 6월이었다. 아버지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우울증을 앓던 동생의 비극을 전하는 내용이었다.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이틀 뒤. 충격을 뒤로하고 다시 피츠버그행 비행기를 탔다. 다음 로테이션을 위해서다.

파이어리츠전 6회를 마쳤다. 덕아웃으로 오자 동료들이 하나씩 안아줬다. 그때까지도 형은 의연했다. 잠시 후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방을 찾아서다. 그 안에서는 오랫동안 흐느낌이 흘러나왔다. ESPN은 그 경기에 이런 제목을 달았다. ‘동생을 위해 던진 하나의 공.’

그날 이후 맥스는 달라졌다. 급격히 진화했다. 현재와 같은 완성형이 됐다. 급기야 이듬해(2013년)는 첫번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바뀌지 않은 게 하나 있다. 휴대전화다. 그 속의 동생과 나눈 이메일, 문자, 동영상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  그날 이전 = 6승 4패, ERA 5.17

▶  그날 이후 = 10승 3패 ERA 2.72

두번째 병가를 보는 두 갈래 심정

오드 아이는 또다시 멈췄다. 두번째 IL에 올랐다. 200이닝, 300K는 어려워졌다.

그의 병가를 보는 심정은 두 갈래다. 어쩔 수 없는 솔깃함이다. 혹은 쾌재다. 어쩐 지 무리한다 싶더라니. 넘어진 김에 몇 주 푹 쉬지. 그런 말이 입안에 맴돈다. 이참에 차이가 더 많이 벌어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 수 없다. 반대의 정서에 마음을 써야한다. 과정의 소중함이다.

과정은 경쟁이다. 그건 존중과 배려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 성취에도 가치와 품격이 생긴다.

가장 사랑하는 가족의 불행에도 마운드를 지켰다. (올 6월 20일) 연습 타구에 코뼈가 부러졌다. 얼굴에는 시커먼 피멍이 들었다. 그래도 등판일 약속만큼은 어기지 않았다. 그런 책임감이 그를 리그 최고의 투수로 만들었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건강한 슈어저로 돌아오라. 4번째 수상을 위해 다시 던져라. 경쟁자도 물론이다. 전인미답의 역사를 위해 달려다. 그렇게 다시 계속돼야 한다. 경쟁은 이어져야 한다. 최고의 상태로, 최선을 다한 경합이어야 한다. 이번 사이영상 레이스는 그렇게 위대한 것으로 기억돼야 한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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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키가이 19-07-31 17:08
   
코코이트 19-07-31 20:20
   
맞는 말이네요... 위대한 선수는 도전을 피하지 않아야 합니다. 어려운 곳을 피해가며, 승수만 쌓고, ERA만 낮춰서는 위대한 선수는 커녕, 사이영도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야구기자들이 자꾸 류현진이 혹시나 쿠어스필드를 피해갈 수 있는지.... 뭐 이런 기사쓰면 안됩니다. 위대한 선수는 어려운 곳에서 두려움을 직면해서, 그것을 돌파하고, 정복하고, 승리를 쟁취해야 합니다.
슈어저도 부상이 나아서, 류현진과 정정당당한 경쟁가도로 빨리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류현진 파이팅!!  슈어져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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