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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세인트루이스 홈구장인 부시스타디움에서 만났던 오승환과 추신수. 이젠 두 사람이 같은 유니폼을 입게 됐다.(사진=이영미)>
애리조나 캠프 취재를 위해 시애틀에서 환승하려고 비행기에서 내린 후 들은 첫 소식이 오승환의 텍사스행이 임박했다는 내용이었다. <디 애슬레틱>의 켄 로젠탈은 텍사스와 오승환의 계약이 임박했다고 전하면서 “첫 해 보장 연봉은 275만 달러(약 30억 원)다. 두 번째 해 계약은 구단 옵션이며 오승환이 조건을 채우면 450만 달러(약 49억 원)를 받는다”고 전했다.
사실 오승환의 텍사스행에는 동갑내기 절친, 추신수의 역할이 컸다. 텍사스가 오승환의 에이전트에게 정식 제안을 하기 전 추신수에게 먼저 구단의 입장을 전하며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10일 전 쯤 존 대니얼스 단장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면서 “단장은 내게 오승환과 계약하고 싶은데 도와 달라”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단장이 오승환에게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오승환의 성적은 물론 성실함 등을 높이 평가했다. 구단은 처음부터 승환이에게 마무리 보직을 맡기려 했다. 우리 팀이 지난 시즌에 마무리 투수의 부재로 고생을 많이 했던 터라 올시즌에는 실력이 뛰어난 마무리 투수를 찾고 있었고, 오승환이 눈에 띈 것이다.”
추신수는 곧장 오승환에게 연락을 취했다. 당시 오승환은 한국에 있는 상태였다.
“승환이에게 존 대니얼스 단장의 생각을 사실대로 전했다. 그리고 텍사스 생활의 장점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같이 뛰고 싶다는 내 의견도 덧붙였다. 승환이가 몸 담았던 세인트루이스는 한국인들이 많지 않았다. 텍사스에는 한국인들, 한국 음식점들은 물론 어느 도시보다 살기 좋은 곳이다. 그 점을 강조했다. 솔직히 구단 홍보를 자처했던 셈이다. 그만큼 승환이가 우리 팀으로 오길 바랐다.”
오승환도 추신수의 설명에 관심을 나타낼 수밖에 없었다. 이후 구단과 에이전트간의 협상이 이어졌고 선수의 의견이 반영된 상태에서 계약이 성사된 것이다. 추신수는 “승환이는 더 좋은 조건, 더 높은 몸값을 받고 다른 팀으로 갈 수도 있었다”면서 “다소 기대에 못미치는 계약 조건이지만 그래도 텍사스 레인저스를 선택해준 승환이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추신수와 오승환의 인연은 각별하다. 고교 시절 이미 상대팀 선수로 만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추신수가 투수, 오승환은 타자였다. 2000년 대통령배 결승전에서 부산고 추신수가 마운드에 오르고, 경기고 오승환이 타석에 들어섰는데 추신수는 대회 최우수선수로 뽑힐 만큼 빼어난 기량을 발휘했고, 오승환은 당시 팔꿈치 통증의 여파로 추신수와의 맞대결에선 무안타를 기록했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난 건 16년 만인 2016년 6월 19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홈구장인 부시스타디움이었다. 실제 맞대결도 펼쳐졌다. 8회 카디널스가 3-0으로 앞선 2아웃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추신수는 오승환이 던진 94마일의 빠른 볼을 공략해 중전안타를 만들어냈다. 추신수도 당시의 일을 떠올렸다.
“메이저리그 투수와 타자로 활약하는 동갑내기 한국 선수가 16년 만에 다시 맞붙었던 상황들이 묘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그동안 상대팀 선수로만 만났던 승환이를 이젠 텍사스 레인저스 선수로 같은 유니폼을 입고 만난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2000년 미국 시애틀에서 미국 야구를 접한 이후 한국 선수와 한 팀에서 뛰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텍사스 레인저스는 여러 차례 한국 선수들을 영입하려 했었다. (박)병호가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하기 전 텍사스에서 관심을 나타냈었다. (이)대호를 비롯해 양현종, 윤석민도 영입 대상 후보였다. 그렇게 지나갔던 한국 선수들과의 인연이 승환이를 통해 비로소 마무리됐다. 승환이의 합류는 텍사스 마운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필요했던 우리 팀이 최고의 적임자를 찾아낸 것 같다.”
추신수는 7일(한국시간) 오전, 오승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그 내용은 텍사스로 메디컬체크 받으러 간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만남은 텍사스가 아닌 애리조나가 될 확률이 높다. 추신수가 8일 오전에 스프링캠프를 위해 애리조나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텍사스에서 못 만나면 애리조나에서 만나면 된다. 진심으로 승환이의 입단을 환영해주고 싶다. 우리 팀은 신인들이 많아 승환이 처럼 경험 많은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야수들은 2년 전 세인트루이스의 오승환을 상대했던 경험이 있어 더 반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나 승환이는 야구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 두 사람이 서로 같은 목표를 향해 뛰어간다는 게 마냥 기쁘고 설렌다. 승환이와 함께 텍사스 레인저스의 우승을 일궈낸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2018시즌부터는 같은 목표를 향해 뛰어 가는 추신수와 오승환. 절친들이 만들어내는 야구 스토리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텍사스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는 오승환이라니. 추신수는 부상만 없다면 올시즌 재미있게 야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사진=이영미)>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기자>
기사제공 이영미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