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태우 기자] 정성훈(38·KIA)에게 돈은 중요하지 않았다. 돈보다는 뛸 수 있는 그라운드가 더 중요했다.
LG의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됐던 정성훈은 18일 KIA 입단을 확정지었다. 1999년 해태에서 프로에 데뷔했던 정성훈으로서는 친정팀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울 기회를 얻은 것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인 KIA는 몇몇 요소에서 정성훈 영입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정성훈이 대폭 삭감된 금전적 조건을 수용함에 따라 입단이 결정됐다.
정성훈의 지난해 연봉은 3억 원이었다. 다만 FA 1년 계약의 특성이 있었다. 계약금 4억 원을 포함해 실질적으로 수령한 금액은 1년 7억 원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정성훈은 6억 원이나 적은 1억 원에 KIA 유니폼을 입었다. 계약금이 있다는 전제가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삭감액은 KBO 역사에서도 손에 꼽힐 만한 폭이다.
그러나 정성훈은 처음부터 돈을 요구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위치상 금전적 손실은 당연히 감수해야 할 부분이었다. 때문에 “금전적 조건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는 생각을 주위에 이야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새 팀 찾기는 쉽지 않았다. 정성훈이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이 알려졌지만, 그 당시 7개 구단은 “영입 계획이 전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연봉을 대폭 양보한다고 해도 전체적인 팀 기조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들이었다. 나머지 구단들도 “지금 상황에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KIA였다. KIA는 당시 양현종과 김주찬, 외국인 선수 재계약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정성훈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과제들이 하나씩 정리됐고, 16일 김주찬과의 FA 영입이 모두 마무리됨에 따라 여유가 생겼다. 여기에 김기태 감독을 비롯한 현장에서는 “정성훈이 주전은 아니지만 활용 가치가 있다”는 뜻을 프런트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타 대타 혹은 주전 선수들의 휴식 시간을 채울 즉시전력감으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연봉 1억 원에 계약을 맺음으로써 정성훈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KIA도 정성훈의 타격 능력을 활용, 지난해 부족했던 부분을 메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윈윈 거래가 될 수 있을지, 혹은 베테랑의 활용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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