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선수는 타이완에서도 인기가 정말 많아요. 일본 프로야구에서 뛴 까닭도 있지만, 국제 대회에서 늘 잘했으니까요. 타이완 야구팬들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오승환 선수에게 유독 관심이 많아요. 아시아를 대표하는 선수로 생각하거든요.”
타이완 기자의 말대로 오승환은 KBO리그뿐만 아니라 국제대회에서도 늘 좋은 활약을 펼쳤다. 3월에 열린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그랬다. 타이완과의 예선전에서 오승환은 8-8 동점이던 9회 말 무사 2루에 등판해 실점 없이 넘기며 '끝판왕'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였다.
오승환의 대활약으로 한국은 타이완에 가까스로 승리했다. 경기가 끝난 후 한국, 타이완 언론과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오승환이 경기를 지배했다"고 대서특필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타이완 기자가 기자에게 갑자기 재미난 질문을 던졌다. "타이완에서 오승환 선수 별명이 뭔지 아세요?"
기자가 고개를 갸웃했다. "음, 돌부처, 끝판왕은 아니겠죠?"
타이완 기자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오승환의 별명을 공개했다. "'No Life Return'이에요."
오승환의 이름은 한자로 쓰면 '吳昇桓'이다. '오르고(승), 굳세다(환)'는 의미다. 중국어로 발음하면 '우씅완'이다. 타이완 야구팬들은 이 발음과 비슷한 한자로 오승환의 이름을 바꿨다. 바로 '無生還(무생환)'이다.
'없다'는 의미의 '無', '살아있다'는 뜻의 '生', '돌아온다'는 의미의 '還'를 조합한 결과다. 이를 풀이하면 '누구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가 된다. 즉 '홈으로 돌아온 주자는 없다'는 뜻이다. 불펜 투수, 그것도 마무리 투수에게 이보다 더 좋은 별명도 없을 터.
오승환은 타이완 야구팬들이 붙인 별명처럼 시즌 중반을 넘어서면서 연일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10경기에서 자책점을 기록한 건 단 한 경기뿐. 시즌 평균자책도 3.53으로 낮아졌다. 많은 타이완 야구팬은 그들이 붙인 '無生還'이란 별명처럼 앞으로도 오승환이 등판하면 홈으로 살아 돌아가는 주자가 없길 바라고 있다.
박은별 기자 star8420@mbcpl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