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소개를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매드하우스에서 일하고 있는 김현태입니다.
(중략)
Q : 그러면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들며 가장 큰 불만은 무엇인지.
가장 큰 불만이요? 다요. (웃음) 첫째로 단가. 그런데 그것은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에요. 애니메이터가 자신의 노동만큼 제값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일 은 고되고 힘들어요. 근데 다들 애니메이션이 좋아서 들어왔는데 정말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본 정부 통계상으로는 절대 빈곤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떼거지로 있고… 일을 좇자니 연애할 시간도 없고, 결혼도 못하고 40, 50 늙어만 가고… 그것을 모두 애니메이션이 좋아서 네가 선택한 거니까 감수하라고 말하는 건 너무나 큰 리스크에요 난폭하게 말하면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여기에만 매달려라라는 식의 이유. ‘네가 좋아서 들어왔으니까’는 정말 무책임한 말이에요.
(중략)
Q : 만약 단가가 올라간다면 애니메이션 한편 제작비가 굉장히 늘 것 같은데.
제가 외국인이다 보니까 더더욱 그런 말을 하는 것 같은데, 덕질이라고 하잖아요? 저는 그런 부분에 솔직히 되게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에요. 일본 TV애니메이션이 시작된 지 50년이에요. 그런데 그 당시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변한 게 없고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는데 거기에 대해서 모험을 하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일본 TV애니메이션 50년 역사에서 세계시장을 겨냥해서 만든 작품이 과연 몇 작품이나 있을까요? 아무것도 없어요. 단 한 작품도 없습니다.
(중략)
Q : 일본의 오타쿠에 대해 자세히 알려달라.
일본의 오타쿠는 단순한 스토리를 굉장히 싫어해요. 되게 모순적인데, 단순한 스토리를 되게 싫어하면서 <케이온>은 좋아해요. <케이온>은 아무 내용도 없고 앉아서 케이크를 사 와서 먹고 수다 떨고 끝나는데 그걸 좋아해요. 그건 다른 관점으로 봐야 하는데 모든 전체의 흐름이 오타쿠를 바라보죠. 시장의 파이는 이미 줄어들었어요. <에반게리온> 으로 시작한 애니메이션 붐이 2003년까지 정점을 찍고 2006년에 <스즈미야 하루히>까지 근근히 버티다가 그대로 급감하게 떨어져요. 왜냐면 2, 3년 전에 투자했던 작품들이 2006년 즈음 가서 실패해 버리니까 투자자들이 나오지 않는 거에요. 그러면 새로운 시장의 창출에도 다른 부분을 생각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도 오타쿠만 바라보고 있어요. 자기들은 보편적이고 재밌다고 그래요. 그런데 일반인들은 안 봐요. 아무도 안 봐요.
Q : 일본사람들이 실제로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는지.
일본사람들이 애니메이션 많이 볼 것 같죠? 아무도 안 봐요. 정말, 아무도 안 봐요. 그 사람들이 보는 것? <사자에상>, <프리큐어>, <마루코짱>, <코난> 그런 몇몇 작품 이외에는 일반인들이 애니메이션 의식도 안 해요. 제가 세계를 향해서 실패를 하더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고 이야기 하면 많은 사람들이 지브리가 있지 않으냐고 하는데 업계에서는 지브리를 별개로 쳐요. 별개로 치던걸 이런 이야기를 할 때 포함을 시키니까 모순 된 거죠. <나루토>가 성공하지 않았냐고 하시는데 <나루토>는 외국시장을 위해서 만든 게 아니에요. 철저히 일본인들을 위해서 만든 건데 어쩌다 보니 외국인들도 보고 좋아하게 된 것뿐이에요. 그것을 성공이라고 하기에는 어처구니 없는 거죠. 무엇을 생각하고 결과물을 만들어 냈느냐는 걸 봐야 하는데 어쩌다 걸린걸 결과물이다라고 하는 건 잘못된 거죠.
그런데 단순히 위원회나 돈을 투자하는 사람들이 오타쿠를 향해서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은 오타쿠의 잘못이 더 커요. 지금 현재 애니메이션을 이 지경까지 업계가 힘들고 어렵게 만든 것은 그것을 소비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문제도 있어요. 특히 오타쿠들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봐요. 그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돈을 지출하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결국 그 사람들한테 보여줄 수 있는 것밖에 만들지 못하는 환경을 만들어 버렸잖아요. 그 부분에서는 굉장히 잘못이 큰 거죠. 왜냐면 요구하거든요.
Q : <케이온>같은 모에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에캐, 모에 애니메이션쪽, <케이온>같은 경우는 솔직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런 작품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나와서도 안되고 좋아해서도 안된다고 봐요. 업계에 손해에요. 다양성을 죽이는 작품이죠. 그 런 작품이 있는 것이 있는 게 다양성이라고 하는데 그런 작품이 성공해버리면 경향이 몰려간단 말이죠. 그런데 그런 경향을 몰려가게끔 하는 게 바로 소비자들이에요. 합리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못하고 있는 거에요. 자기네들이 소비함에 있어서 그게 어떻게 산업에 영향을 끼치고 어떻게 자신에게 피드백이 되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합리적인 생각이 없이 단순히 내가 좋으니까 그냥 열광하는 거죠. 오죽했으면 편의점과 연계해서 콜라보레이션을 했잖아요? 극히 일부겠지만, 클리어 파일 하나 얻겠다고 몇만엔 어치를 사서 자랑하는걸 보면 뭐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러면 다른 작품도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거든요. 돈이 되니까요. 그렇게 되면 오타쿠들은 일반인들이 자신의 취미를 이해를 못해줘 라고 하는데 자기네들이 그렇게 만든 거에요. 일반인들이 <케이온>이 인기니까 나도 저걸 사고 싶다고 생각하겠어요? ‘쟤네 뭐야 기분나빠’라고 생각하죠. 정말로 과함은 부족함보다 못한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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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일본애니메이션 업계와 사회의 인식에 대한 비판적 내용이고
아래의 제작현실을 보면 어째서 클레이모어 2기가 안나오는지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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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그런데 최근 나오는 일본 TV애니메이션 시리즈가 1쿨 위주로만 제작되고 있는 것 같다.
결국에는 제작비 탓입니다. 1쿨로 만들 수 없는 환경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보는 사람이 다 그렇게 만든 거에요. 이게 성공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데 애니메이션 한편 만드는데 1200~1500만 엔이라고 했죠? 그걸로 20분밖에 못 만들어요.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1500만 엔의 제작비를 쓰는 것보다 한 시간짜리 버라이어티를 더 싸게 만들 수 있어요. 시청률도 잡을 수 있고요. 방송사에서 애니메이션을 왜 하겠어요. 방송사에서 애니메이션을 할 이유가 없는 거에요. 아까운 방송시간을 써가며 보여줘야 할 이유가 없는 거죠. 그래서 방송사는 요즘 투자 안 해요.근데 권리는 제일 많이 갖고 있죠. 배급사의 역할을 하니까. 그러다 보니까 애니메이션이 전부 새벽으로 밀리는 거에요. 새벽 1시에 하는데 일반인이 어떻게 봐요.
Q : DVD 판매수익이 중요할 것 같은데.
보통 10,000장 이상 팔려야 본전치기한다고 해요. 거기서부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고 하는데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10,000장 넘은 작품이 몇 개나 있을까요? 그렇게 많지가 않아요. 가 4~5만장 팔렸다고 하는 것 같은데 문제는 같은 경우는 5만장 팔았어도 그만큼의 돈을 썼기 때문에 그 정도가 손익분기가 됩니다. 그렇게 노력을 해서 만들지만, 돈은 못 벌어요. 그러면 남은 게 팬시사업 이에요.
같 은 팬시사업인데 월트디즈니는 팬시사업이 돼요. 어딜 가던 미키마우스가 있고 장난감부터 시작해서 다 있어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그런 캐릭터 있어요? 캐릭터사업이라고 하면서도 그 캐릭터를 마케팅 쪽으로 활용할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에요. 결국 한다는 게 피규어 만들거나 콜라사면 클리어파일 넣어주는 수준밖에 안 되는 거에요. 근데 그나마 캐릭터애니메이션이니까 거기까지 가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무언가를 생각이라도 해보지 그게 아니면 DVD 만들고 안 팔리면 끝입니다. 그러니까 캐릭터 애니메이션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죠.
아래는 그냥 여담
Q : 마지막으로 애니메이터로 일하길 원하는 분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아 마 이런 질문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준비를 해봤는데요. (웃음) 현장에서 일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버틸 각오가 있으면 하고 그냥 해보고 싶다고 하면 관두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여기 들어와서 지금 고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전부 애니메이션이 좋아서 들어온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나가는 인력도 엄청 많아요. 열정만으로 내 배를 굶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할 수는 없어요. “나갔으니까 열정이 없어”라고 하는 사람이 업계에 널려 있는데 나간 사람들을 욕하면 안돼요. 각오를 단단히 한 사람이라면 말리지 않겠지만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계신다면 들어오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애니메이션이 정말 좋고 그림 그리는 게 정말 재밌다고 한다면 다른 일을 하고, 취미로 하라고… (웃음) 뭐 Youtube같은 개인 배급이 가능한 시대는 이미 열려 있잖아요. 거기다 올리면 돼요. 대표적으로 신카이 마코토가 있잖아요. 제2의 신카이 마코토가 되면 됩니다.애니메이션 업계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애니메이터가 아닌 것은 아니에요. 움직임을 그리는 사람은 다 애니메이터니까요. 좋아하는걸 했다가 상처만 받고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